연휴가 길어지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안달이난다.
머리 속으로는 어디를 가면 좋을까 지도가 펼쳐진다.
애들 데리고 경주 가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제주도 가고 싶다, 남해, 부산......어디든 기왕 떠나는 거 바다가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작 떠나지 못하고 집에서 가까운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축구를 하고 글러브끼고 캐치볼을 하였다. 그리고 테이블이 있는 벤치에 앉아 보드게임을 했다. 아들에게 3연패 당하고 풀이 죽었다. 어느새 아들이 엄마를 이긴다. 그러다가 평소 즐기지 않는 자전거를 타다가 허리근육에 무리가 가서 한참 쉬어야할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공교롭게 7일엔 아버님 생신이라 6일에는 시댁에 가기로 해서 침 맞고 물리치료 받고 탕약 챙겨서 갔다. 2박3일이 짧았다고 다들 아쉬워했지만 사실 나는 곤혹스러웠다. 6일 저녁부터 7일 아침 생신상, 점심, 저녁까지 끼니때는 계속 돌아오고 설거지까지 할일이 많았다. 몸이 불편하니 쉬라고 말들은 하지만 정작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누군가 할 상황도 못 되어서 참고 했다.
물론 틈틈이 방에 들어가 누워 있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눈사람 여관> <바람의 사생활> 세 권을 옷가방에 함께 넣어가서 침대에 누워 읽고 또 읽었다. 집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른 책들도 더 가져갈걸하고 후회가 조금 되었다.
중학교3학년 조카는 <구루미 그린 달빛>을 나와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읽었다. 드라마인가 영화인가 하여간 뭔가 제작된다고 열심히 읽었다. 열심히 읽는게 좋긴했는데 그래도 난 그 나이에 세계문학전집을 끼고 살았던 것 같아서 아쉬웠다. 요새는 정말 읽을거리가 흔하고 넘친다.
다행히 오늘 아침상은 시누이가 차렸고 설거지도 하지 않고 일찍 나섰다. 길 밀리는 것도 그렇고 점심은 친정에서 먹겠다고 남편이 미리 얘기한 덕분이기도 했다. 집에 거의 와서 한의원부터 들러 침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한의사는 결국 시댁 다녀왔냐고 남편분은 그날 알아듣게 얘기했는데 굳이 함께 가셨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지만 결국 내 선택이었다. 진짜 아프지만 핑계거리처럼 보이는게 싫은 탓이었다.
친정부모님 모시고 맛있는 것 사드린다는데 어제 이미 언니들과 진수성찬 맛나게 드셨다며 계속 사양하셔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 게다가 딸이 몸 불편해하고 있으니 두분 마음도 편치 않았겠지만 친정에서 점심 먹고 낮잠 자고 저녁무렵 집에 언제가냐고 남편이 문자를 보내서 기분이 상했다. 시댁가서 몇끼를 챙겼는데 친정에서 저녁까지 먹고 가면 어때서 서두르나 좀 야속했다. 오빠네 식구들은 오전내내 나가서 감감 무소식이라 더 속상했던 것도 같다. 저녁 먹으려는데 오빠네가 돌아왔고 조카 먹을 아이스크림만 사들고 들어와서 너무 얄미웠다. 내가 나가서 사온 저녁거리 자기들이 더 좋아하며 먹는 건 정말 같은 형제지만 얄밉다. 다른 날 매일 매일 잘 하는 것 바라지도 않지만 자식 좋아하는 것만 챙기지말고 부모님 좋아하는 것도 하나 사들고 들어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 혼자 아쉬워 얼른 일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좋다.
아이들은 알아서 자기들 것 챙기고 남편은 내 할일까지 떠맡아했다. 나는 그대로 드러누워 쉬고 싶다고 하고 북플 순례했다.
며칠동안 <책을 읽을 자유>가 궁금했다. 시댁에 있는동안 야나님이 지금 열독하시는 그 책을 나도 읽고 싶어 근질거렸다.
연휴가 끝났다.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온다. 아니 돌아가는건가? 여튼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정말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