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운이 몰려오는 3월 신해욱을 만났다.
일인용 책, 생물성을 먼저 읽고 이제 간결한 배치와 syzygy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시를 읽으며 시인의 생각을 들여다본다.
시인이 느끼는 감정들을 내가 고스란히 느끼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에 흡족하다.
엊그제 남편은 바다를 보고 싶다고 속초에 다녀오자고 했다. 이곳은 따뜻해서 옷을 얇게 입고 나선 길이라 추위에 떠느라 바닷바람조차 제대로 쐬지 못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를 위한 배려였을텐데 그 흔한 사진 한장 찍지를 않았다. 돌아오던 차 안에서 내내 자던 나를 흉보는데 자꾸만 잠이 쏟아졌다. 팔다리 온몸 구석구석 쑤셔오고 봄기운에 몸이 녹아내린 것 같았다.
시장 한구석 좌판을 벌인 할머니에게서 말린 취와 곤드레를 사왔다. 그 옆의 고사리와 둥글레도 사고 싶었는데 현금이 부족해서 못 사온게 내내 아쉽기만 하다. 대책없이 말린나물들을 불린다. 오늘 저녁밥상은 산나물로 때워야지하며 말이다.
˝빠름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면 길은 내게 진짜 지름길을 일러준다. 진짜 지름길이란 다만 질러가는 길이 아니라, 질러감으로써 내밀하고 충만해지는 길이다. 닿아야 할 곳에 나를 데려다주되 조급하게 미리 마음만 가닿지 않도록 몸과 마음의 시야를 함께 틔어주는 길이다.˝(일인용 책, 신해욱, p.120)
˝귀가 몇 개만 더 있으면 정말 좋았을 턴데.// 물에 물이 녹는/ 소리 속에서/ 오래오래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생물성, 신해욱, p.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