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큰아이는 새학년으로 진급하였고, 둘째아이는 1학년에 입학하였다.
입학식 전부터 학교 홈페이지에는 당초 등록하였던 아이들 210명, 7반이 개설되었지만 뒤늦게 15명이 등록하여 각반 정원초과로 한반을 늘려야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공지하였다.
입학식날 각반 선생님들은 임시선생님으로 소개되었고, 엄마들은 모두 어리둥절하였다.
입학식을 지켜보는 가운데 뒤쪽의 엄마들로부터 현수 담임선생님께서 엄청나게 무서우신 분이며 숙제도 많이 내주시고 깐깐하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어쩌나 하고 한 걱정을 하며 식이 끝나고 교실로 올라갔다.
나이가 지긋하신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꼼꼼하신 분이셨다. 오늘 하실 말씀을 미리 A4용지에 적어 한장 한장 넘겨가며 세세하게 설명해주셨다. 학기초에 준비해야할 준비물들은 나중에 반이 바뀐 뒤에 천천히 준비하라고 하시며 알림장에 하루 하루 준비물을 알려줄테니 그것만 준비하라고 하시고, 아이들 화장실 사용하는 문제까지 세심하게 알려주시며 덧붙이시길 큰일은 집에서 미리 보고 보내주길 바라신다는 말씀까지 잊지 않으셨다.
친절하게 1학년 처음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을 아신다는 듯 세세하게 알려주시는 모습이 내게는 자상하게 느껴졌다. 물론 무섭다라는 소문을 떨쳐버리기에 첫인상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큰아이는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는 소문을 들었고, 소문대로 아이들 관리를 꼼꼼하게 해주시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이들 체크리스트와 학교생활의 규칙을 세세하게 적은 용지를 받아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점심시간에는 바깥 바람을 쐬고 햇빛을 쪼이는 것이 좋다라고 쓰신 구절이다. 작년 선생님께서는 사건사고가 많아서 바깥 출입을 싫어하셨었다. 아이들은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기분전환도 할 수 있을테니 얼마나 좋겠는가 말이다.
작년에 같은 반이며 12월부터 2월까지 짝이었던 친구와 같은 반이 되어서 아들의 기분이 솔직히 좋지 않았다. 산만하고 수업에 집중도 못하고 떠들고 다리떨고 자꾸만 피해를 준다고 불편하다고 말하던 그 아이와는 같은반이 안되었으면 좋겠다고했는데 종업식날 그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고, 교실에서 그 아이에게 너랑 같은 반이 되어 싫다고 말해서 그 아이가 상처를 받았다고 그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가 왔었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학교 가기 전전날 단체카톡방에서 그 아이 엄마가 아이들이 상처가 깊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운다는 말을 남겼다. 미안하다고 말했고 그냥 보통 남자애들 그랬다고 말했지만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니 잊고 있던 그때가 생각나고, 아들에게 어쨌든 3학년 되었으니 걔도 괜찮아져서 올 거라고 위로하고 아무리 싫어도 상대가 상처받을 말을 한 네가 잘못한 것이니 학교에 가면 그때 그냥 막 말해서 미안하다 말하고 잘 지내보자고 말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또 잊고 있었는데 전번 주말 미리 친구와 합동으로 생일파티를 열었는데 그 친구를 초대했는데 오지 않았고 어제 학교에서 생일선물이라며 상품권을 주었고, 그 아이는 생일 축하해. 근데 다음부턴 그르지마? 라는 쪽지를 넣어 보냈다. 아들에게 뭘 그러지말라는거야? 했더니 종업식날의 얘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진급한 첫 날, 그 아이는 선생님의 말씀과 상관없는 행동들도 경고를 받고 결국엔 혼이 났었단다. 수업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수업중 귤을 까먹고, 선생님께서 그 아이를 도와줄 친구 한명을 정해야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아들은 그때 자기가 미안한 것도 있고, 자기는 워낙 준비를 잘 하니 자기 할 일을 해놓고는 그 아이를 돕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편지에 도와줘서 고마워를 썼어야하는 거 아니야? 했더니 그런 걸 잘 모르는 아이인 것 같다고 나름 이해를 한다. 난 솔직히 그런 지도는 선생님이 해주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생님도 힘드시겠지만 아이들에게 도와주라는 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똑같이 보호받고 관리받아야하는 아이들인데 자꾸만 친구니까 도와줘야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아들에게 내색하진 못하고, 네가 고생이 많네. 할 만해? 했더니 쉬는 시간에 화장실 다녀와서 자기 책상에 교과서 올려놓고 그 아이 자리가서 교과서 꺼내놓으라고 알려준단다. 솔직히 많이 속상하다. 그건 선생님의 몫이지 아이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 엄마에게 어쨌든 오지 않았는데 굳이 선물을 보낼 것 뭐 있냐며 전화를 걸었고, 아들이 종업식날의 일은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하고, 선생님이 그 친구 도와줄 친구 구하는데 자진해서 했다고 말해주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스스로 하게 만들길 바라는 마음인데 그 마음을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언제든 힘들면 힘들다고 엄마든 선생님께든 말하라고 했다.
내가 힉교다닐때 굉장히 눈이 나쁜 한 친구가 있었다. 아이들 모두 그 친구와 앉기를 꺼려했다. 자꾸만 그 아이가 자신의 공책을 흘깃거리고 자꾸만 물어보는게 싫었던 아이들은 누구도 그 아이와 앉기를 꺼려했다. 선생님은 내게 그 아이와 함께 앉아 공책 정리하는 걸 도와주라고 했었고, 그때 난 그걸 아무렇지 않게 도와주었다. 그 아이는 두꺼운 안경을 썼는데도 맨 앞에 앉았지만 큰 글씨가 안보였던 아이였다. 그때 물론 난 그걸 싫어하진 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들의 그 아이는 스스로 할 일을 스스로 해나가야하는게 아닌가 말이다.
전번 금요일 1학년들은 8반으로 재편성되었다. 다른 선생님을 만나게 되진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컸다. 처음 반편성되었을땐 아는 엄마가 하나도 없었는데 다행히 재편성되면서 큰아이와 같은반이었던 엄마들을 다시 만났다. 하지만 현수는 담임선생님께서 바뀌시진 않았다. 그대로 자기의 반이 된 것이다. 다른 두 엄마는 아들을 둔 엄마들이라 걱정이 크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니 우리 미리 겁먹지 말자고 서로가 다독이며 꼼꼼한 선생님이시니 엄마들이 조금만 긴장하면 큰일은 없을 것이라고 서로 의지를 다졌다. 사실 현수는 정말 좋아했다. 담임선생님이 바뀌지 않은 게 좋단다. 그리고 할머니 선생님이시고 말 안 듣는 한 남자아이를 혼낼땐 무섭긴 하지만 자신이 혼나는 행동을 한 적이 없고, 혼날 일이 없을테니 걱정하지 말란다. 당연히 나는 믿는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선생님 말씀대로만 행동하면 된다는 현수는 어제 교실에서 동동동대문을 열어라도 했다며 선생님께서 자신들을 즐겁게 해주신단다. 그리고 매일 집으로 돌아오면 교가 부르기에 여념이 없다.
즐거운 학교 생활을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미리부터 아이들에게 겁을 줄 필요가 없고 소문으로 들은 선생님의 일화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다. 특히 아이들 앞에서 내색하는 건 금물이다. 우리 부부는 언제나 선생님의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꼼꼼하고 세심한 선생님을 만난 우리 딸은 꼼꼼하고 세심하고 야무진 아이가 될 거니 우린 너무 좋다고 말한다. 연세가 있으시니 선생님께서 가진 노하우가 얼마나 많겠어. 젊고 예쁜 선생님도 좋지만 할머니 선생님들은 인자하시고 자상하실거야하고 자꾸 좋은 기대감을 넣어준다. 물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한다는 것과 스스로 해야할 일을 잘 해결해나가야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 기초조사서에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은 "칭찬과 용기를 주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하고 적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힘을 주시는 선생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
학교 가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이 많이 있으니 이걸 활용한다면 부모도 아이도 학교 생활이 즐겁지 않을까 싶다.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되길 바라고 또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