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동화책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는 게 얼마만에 느끼는 감정인지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거기에 나오는 책을 사게 될줄은 상상도 못해봤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과 <천둥치는 밤>을 세트로 판매하기에 두 권을 함께 샀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젯밤 두 권의 동화책을 읽고 잠이 들었다.
마치 어린 소녀가 된 느낌이었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다음을 기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사랑을 받을 줄만 알고 할 줄은 몰랐던 차가운 도자기 토끼 인형 에드워드 툴레인이 마음을 열고 뜨거운 사랑을 찾게 되기까지 그 놀랍고 가슴 짜릿한 여행."이라는 책 소개 그대로였다. 가슴이 찌릿찌릿했다.
"마음을 열어.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라고. 하지만 먼저 네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해."(191)
마음의 문을 열고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에드워드. 그를 다시 안아 올린 매기. 그리고 다시만난 에벌린. 마지막 책장을 다 읽고나서 책을 덮으며 내 마음에 찌릿한 전기가 오는 느낌이었다.
어제 알라딘 상자가 도착하고 책들을 꺼내 확인하는데 ㅠㅠ
천둥치는 밤의 띠지가 구겨지고 찢겨 있었다. 게다가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원서도 함께 구매했는데 CD가 쪼개져 있었다.ㅠㅠ 이 상품을 받고는 솔직히 너무 속상했다. 알라딘에 전화하려고 보니 6시가 넘었고, 고객센터에 1:1문의에 교환해달라고 쪽지를 남겼다.
속상했던 기분은 잠시,
애들 저녁 먹여서 재우고 두 권의 동화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은 다시 충전이 되었다.
펜으로 그린 흑백의 그림과 천둥치는 밤 잠을 자러 들어간 한 소녀의 끝없는 사유, 상상을 읽으며 나름의 답을 생각해가는 일이 즐거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딸도 재밌다며 이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은 것에 흥분했고(글은 별로 없기에 가능한) 아들은 읽으면서 어쩌면 자기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감을 표한다. 그러면서 오늘 밤에 잠 자기 전에 다시 읽어야겠다며 이 책은 자기가 갖겠다고 한다. 기꺼이 나를 위해 주문한 책이지만 아들이 원한다면 줘야지. 하고 말하니 웃는다.
요즘 피곤한 일과 생각들로 지쳐 있었는데 위로와 위안을 받는다.
얼마전 애들 고모부와 입씨름을 했는데, 상당히 보수적인 그는 조카가 쓸데없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만화책은 물론 그림책들도 쓸데없다고.
그런 그에게 세상에 쓸데없는 책은 없다.고 말했다.
쓸데없는 책이라니, 그의 편협하고 이기적인 생각때문에 조카가 책과 더 멀어질까 걱정이 앞섰다.
책을 읽는 재미를 알아야 어렵고 딱딱한 지식관련 책들도 재밌게 읽는다는 걸 그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자신을 위해 그림책을 주문한다고 했더니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어른들이 왜 있는지 모르겠단다.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나이고, 그건 쓸데없는 일이 아니다. 동화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위해하고 나 자신도 위로와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그와 계속해서 입씨름을 하는 건 의미없는 일이었고, 중간에 남편이 중재를 하며 입씨름은 끝났다. 책을 지식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는 그가 다만 안타까울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동안 친절한 알라딘은 고객문의 답변이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교환 신청상품을 준비중이란다. 알라딘의 신속한 답변에 이제 교환만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