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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ㅣ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평점 :
책 상자를 열자마자 아들이 덥석 들고 자기 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사실 우리 아들은 책 읽기를 겁내하는 편이다. 엄마가 읽어주면 재미있다고 더 읽어달라고 하지만 막상 자기가 책을 읽으려고하면 엄두가 안나는지 좀 벅차했다. 하지만 초등 2학년이 되고, 학교에서 국어(읽기, 쓰기, 말하기)를 배우면서 점점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책 읽기의 두려움이 약간 사라진 것 같다. 다른 아이들(요새 책을 많이 읽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에 비하면 책 읽기가 쉽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일수의 탄생>을 보는 순간, 뭔가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는 듯이 자기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한 챕터를 다 읽고 화장실가면서 싱글벙글이다. 어쨌든 모르는 척했지만 책이 재미있는지 얼른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 뒤 <일수의 탄생> 다 읽었으면 엄마 읽게 달라고 했더니 완전 재미있다며 책을 건네주었다.
완.전.재.미.있다. 라고 말하다니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화장실 귀신이 나타나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 하는 대목을 읽으며 내가 낄낄거렸다. 그랬더니 어느새 나타나 엄마, 화장실 귀신 얘기 읽어요? 한다. 응. 크크 그 부분 웃기죠? 한다. 응. 그러더니 엄마 숫자 7이 정말 좋은 숫자에요? 하고 묻는다. 왜? 그랬더니 아니에요. 책 읽어보면 알거에요. 한다. 내게 자꾸만 <일수의 탄생>을 먼저 읽고는 아는 척 하고 싶었던가보다.
7월 7일 행운을 한 몸에 안고 태어난 일수, 오랫동안 태기가 없던 부부에게 태어난 아들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부부 못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했다. 나도 우리 아이들을 갖고 얼마나 많은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누굴 닮았을까? 등등 아이는 부모가 기대한만큼 자란다는 어느 육아서의 글귀처럼 많은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늘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현실의 슬픔을 외면할 순 없었다.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대로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어떤 부모든 아이에게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조차 필요하지 않다. 다만 자신의 그릇만큼 아이에게 바라게 되는 것 같단 생각에 씁쓸했다.
일수 엄마는 일수가 자라서 자신을 돈방석에 앉게 해줄거라고 믿었고, 결국 그렇게 되긴 했지만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일수의 친구 일석의 경우 늘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또 혼란에 빠진다. 그런 걸 보면 어른이 된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의 쓸모는 누가 정하나요?'하고 묻는 일수에게 우리는 누구라고 답할 것인가? 아들은 누구라고 생각했을까? 그 답은 나 자신에게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한 삶은 너무 고단하다. 물론 나만을 위한 삶도 과연 옳을까 싶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잘 산 인생이 아닐까 한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메세지가 담겨 있는데 이 책을 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다시 또 읽어봐야겠다고하니 그저 대견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