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한참이다.
아이의 방학은 엄마의 개학이라는 말처럼 매일매일 밥해대느라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 한끼라도 학교에서 해결하고 오는 날들이 얼마나 감사했던 날들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특별히 신경쓸 숙제는 없다. 그래서 매일 꾸준히 일기쓰기와 하루 한권이상 책읽기를 목표로 정했다.
쉬운 듯 쉽지 않은 목표를 정해놓고 하기 싫다고 하면 어쩌나 싶었지만 아들은 큰 불만없이 일기쓰기와 책읽기를 실천하고 있다.
며칠전 알라딘의 에너지여사님, 순오기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서울나들이를 계획하신다고, 시간이 되면 만나고 싶으시다는 톡을 받고 당연히 보고싶다고, 서울 오시면 꼭 뵙고 싶다고 답을 보냈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친정에 맡겨야하나를 고민하는데 마침 만나기로 한 날 딸은 개학을 해서 유치원에 보냈고, 아들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사실 아들이 나의 조력자이다. 점심을 먹고 2~3시쯤 종로부근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해두어 아들의 점심을 챙겨주고 피아노학원에 보내고 동생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했다. 초등2학년인 아들이 이제 10살이라는 나이가 되어가려고 그러는지 듬직하게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하고 말해주었다. 어찌나 고마웠던지.
우선 동네 서점으로 달려가서 시집 3권을 구매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본게 얼마만인지 모른다. 서점의 문학코너가 썰렁했다. 특히 시집코너에는 유명시인들의 시집이 한두권 있을뿐이었다.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세분중 없는 시집으로 선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담았다. 그리고 아들과 딸이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입체 만들기를 사주었다. 그리고 서점을 나오는데 예쁜 컬러의 시리즈 양말들이 눈에 들어와서 그것도 세켤레를 샀다. 아무것도 아닌 양말이지만 그 양말을 꺼내 신을때마다 나를 생각할 것만 같단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역 7번출구로 나오면 세종문화회관을 가기 전 스타벅스가 있다. 그곳에서 순오기님과 마노아님 그리고 수퍼남매맘님을 만났다. 스타벅스 2층으로 올라가니 순오기님이 한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반가웠던지......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는 전철 갈아타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가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알라딘에 소원했던 만큼 수퍼남매맘님과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그래도 알라디너는 모두가 식구 같다는 순오기님 말씀처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처럼 편안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해나갔다.
마노아님과도 처음 만나는데 왠지 언젠가 만난 적이 있었는지 헛갈린다는 마노아님 말씀처럼 친근했던 게 사실이다.
아이들 두고 나온 아줌마는 아이를 두고 나왔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그들과의 얘기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날이 어두워지고 점점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아쉬울뿐이었다.
순오기님께서 충청도 사투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정록 시인의 <정말>을 선물해주셨다.
서울 올라오시며 한권 넣어오신 시집인데, 내게 주고 가셨다.
이정록 시인의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사투리가 시의 맛을 더해주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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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님께서 손수 만드신 예쁜 팔찌, 내 것과 현수 것 두 개를 받아왔는데 현수가 내 것에도 눈독을 들여서 가끔 빌려주기로 함.
작은 선물이지만 기쁘게 받아주신 님들 정말 감사해요.^^
수퍼남매맘님께서 쏘신 커피와 케잌
그리고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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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딸까지 맡겨두고 몇시간 동안 외출한 엄마를 기다리며 아이들은 떼기쟁이들에서 나온 입체퍼즐 만들기를 했다.
그날 특별한 얘기는 없었지만, 그날 혼자 있었던 그 시간이 너무 싫었다는 아들의 일기를 보았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자랐다는 생각에 나도 많이 흐뭇해했다.
오랫동안 소원했어도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보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일만으로 행복한 날이었다.
아이들 자란만큼 나도 더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