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보내고 토요일 아이들과 서울 구경 다녀왔다.
우리 동네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서울의 풍경에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철을 2번 갈아타고 경복궁역에 내렸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현수때문에 국립고궁박물관에 먼저 들어갔다.
아이들이 어린 관계로 사실 조금 지루해했다.
그래도 순종어제차와 순종황후제차를 보고는 신나했다.


경복궁, 임금님이 사시던 곳에 간다니까 아들 하는 말이 요샌 임금님도 없는데 그 집이 아직도 있어요? 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흘러온 역사니까 우리가 그것을 먼저 알려고 노력하고 지켜나가야하는거야. 그래서 여전히 궁궐이 남아 있는것이고, 우리가 그것을 보고 배우러 온거지. 하고 말해 주었더니,
근데 외국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아요? 한다. 그야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여행와서 멋진 유물과 유적들을 구경하러 온거지. 우리가 다른 나라에 대해 궁금해하듯 외국 사람들도 우리나라를 궁금해하는거지. 우리나라의 전통 기와집은 외국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것이거든. 하고 말해주니 그래요. 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직 외국에 나가보지 않았으니 우리나라와 외국에 대한 비교가 안되는 것 같다. 책으로 배우는 것에 한계가 있는 듯.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아이들 데리고 외국 여행 가고 싶다는 소망 하나 추가했다.


광화문 앞에 외국인들이 수문장 사진 찍느라 바빴다. 나도 아이들 사진 찍어주고 싶어 옆에 섰다가 하도 소란스러워 대충 찍었더니 사진이 영 안 이쁘게 나왔다.



사람이 하도 많아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만 찾아 사진을 찍었다. 교태전 뒤의 후원.
이곳에 오면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하다. 그늘에 앉아 한참 있었다.

경회루 앞, 연못 속의 잉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살아 움직이는 것에 관심이 많다.

향원정.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냥 마음이 좋다.
경복궁을 둘러보고 민속박물관 쪽으로 옮겨갔다.
박물관 앞마당에서는 여러 전통 체험전이 펼쳐져 있었다.
돈 내고 해야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패스, 다른 지역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도식락을 준비해 온 탓에 그것도 패스.
대신 세계 악기 체험전에서 여러 악기 구경하고, 북청사자놀이하고 인사동으로 걸어갔다.


북채 잡고 북을 친다기에 어떻게 치려나했는데 제법 장단맞춰 치는 모습을 보여주어 신기했다.
유치원에서 사물놀이 악기를 배우긴 했는데 이렇게 잘 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정말 제법이었다.
7살되어 장구를 처음 배울때 내게 장구를 사달라고 졸랐다. 장구 사주면 엄마한테도 장구치는 거 가르쳐 주겠다고, 정말 재미있다고, 장구가 장난감도 아니고 쉽게 사줄 수 없는 게 아쉽기만 하다.
현수는 제법 신나서 여러 놀이를 했는데, 현준이 만들기 체험 안 시켜준다고 삐져서 여기서는 내내 퉁퉁거렸다.
그래도 나중에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아주니 금새 풀렸다.



경복궁에서 인사동까지 걸어갔더니 다리가 정말 아팠다. 내 다리도 이렇게 아픈데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현수는 예쁜 머리핀을 발견하고는 하나 사고싶다고 졸랐지만 막상 사다놓고 쓸일이 없을 것 같아 다음에 사자고 미루었다.
현준이는 활을 갖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하나 사주고, 현수는 대신 돈으로 주고 다음에 갖고 싶은 것 있을때 사라고 했다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인사동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손에 지팡이콘하나씩 들려 있어서 그거 하나씩 사주자고 했더니 긴 줄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사왔다. 맛보다는 그냥 보통 아이스크림과 다른 재미에 아이들이 좋아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차도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친구들과 약속있는 남편 시간때문에 여유부릴 시간은 갖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오자고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많은 걸 보았지만 아이들에게 얼만큼 남았을지는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