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학교 보내고, 다음달부터 보육교사로 일을 하게 된 엄마를 만나기로 했다. 자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던 친구같은 사람인데, 앞으로 자주 못 볼 것을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 일 시작하기 전에 함께 점심이나 먹자고 했더니 기동성있는 한 엄마의 제안으로 두물머리와 세미원으로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현준이가 아기때 가보고 오랜만에 갔더니 많이 변했다.
두물머리로 들어가는 길도 잘 정비되었고, 두물머리와 세미원이 배다리로 연결되어 두 곳을 모두 둘러 보기 쉽게 되었다.
하지만 세미원은 공사중이고, 8월말이라 연밭에 흐드러지게 핀 커다란 연꽃은 볼 수 없었다.
연밭에 커다란 연잎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는 일도 나쁘지는 않았다. 토토로가 생각나기도 하고, 저 연들처럼 부대끼며 살아도 서로가 상처를 내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어떤 잎은 유난히 크고, 어떤 잎은 아직 여리고 작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주는 것처럼 보이는 연밭의 연잎들, 다른 사람의 흉을 들춰내서 자기합리화하려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평화로워보이고, 자연스러워보였다.
사람들은 간혹 상대가 자연스럽게 보인 치명적인 실수를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믿기에 말하고 행동했던 것들을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전한다. 그 말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그 사람이 정말 그런 사람이라고 믿기에 충분하다. 말하는 사람을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가 좋다가 나빠졌다고해서 다른 사람의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마구 떠들고 다니는 사람의 자질이 난 의심스럽다. 결국 그 사람을 믿었던 한 사람은 그 사람이 말하고 다닌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를 통해 알게 된다.
나무 그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한 언니에 관한 떠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실 많이 안타까웠다. 그 언니가 가장 좋아한다던 다른 언니가 그 언니와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다녔고, 결국 그 이야기는 당사자의 귀에가지 들어가게 되었다. 대체 어쩌자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하게 지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전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진다고해서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물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 사람들과 계속해서 교류해나가고 싶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고 그 사람이 틀린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세미원 곳곳에 독특한 분수대가 많았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장독 분수대, 우리나라의 도자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살아숨쉬는 장독의 매력을 담고 싶어 분수대로 만들었다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안과 밖이 공기가 통하는 장독처럼 겉과 속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내 안에 담아놓은 것들이 장독 속에서 잘 발효되듯 잘 숙성되어서 그래도 나름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세미원 안에 세한도를 본뜬 세한정을 새로게 만들었다. 2013년 8월 1일 준공식이 있었단다.
추사 김정희의 가르침을 고스란히 담아 조성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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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느 곳에서 살아와서 지금 여기 모였을지 모르지만,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려해주면서 아이들 함께 잘 키우자. 그리고 우리도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성장해나가자. 사진 카톡으로 보내며 오래된 친구처럼이라고 했지, 우리들 서로 아직 잘 모르고 서로의 생각과 다르게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자. 오늘 참 좋았어.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서 우리가 점점 나이들어가는구나했지만, 그래도 우린 참 행복한 사람들이란 생각했어. 또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돌아가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도 우리들에게 소중한 순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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