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잠자리에 들기 애매한 시간인데, 갑자기 오한이 들고, 배가 사르르 아파서 이불 속에 누웠다.
윗층에선 드르륵 드르륵 청소기를 돌리는 것도 같고, 무거운물체를 끌고 다니는 것도 같고, 미묘한 쿵쿵거림도 있다.
설 연휴, 층간소음으로 방화와 살인이 잇따랐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이었다.
아이들 키우다보면 예기치않게 쿵쿵거리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곳에선 아랫집 식구들이 번갈아 올라오기도 하고 경비아저씨의 인터폰도 여러번 받은적이 있었다. 그래서 늘 미안해하고, 나눠 줄 음식이 있으면 아랫집에 꼭 가져다 드렸었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이사한지 1년이 넘도록 지금 살고 있는 아랫집은 한번도 시끄럽다고 올라온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잘 알지를 못한다. 전보단 덜 미안해하며 산다.
대신 우리도 윗집에 한번도 올라가본적이 없다. 지금도 우리집은 고요한데, 윗집은 분주한듯 여전히 소음이 들린다.
공동주택생활은 자기만 생각하면 살 수 없는 곳이다. 더불어사는 사람들의 사정이 어떠한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그래도 그럴 수 있다는 이해심이 있다면 다툴 일이 없을 것 같다. 점점 더 사는게 각박해지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실이 슬프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것 같은데 오정희 작가가 쓴 글 중 윗집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아랫집 여자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슬리퍼를 사세 올라갔는데 윗집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있었던, 그래서 너무도 부끄러워하던 그 글(수필이었나), 언젠가 다른 작품집에서 읽었었는데, 교과서에서도 보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에 대해 생각했었다.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 어렵긴하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엔 틀림없다. 사실 우리 집에선 환풍기를 통해 들어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들다. 오전 8시30분쯤되면 올라오는 냄새에 환풍기를 틀어 놓긴한데 가끔 밤중에도 스멀스멀 올라올때면 괴롭다. 또, 길가에 자칫 잘못하면 밟을 수 있는 개똥, 이것도 괴롭다. 애들은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덜컥밟기도 잘한다. 한번은 신발에 묻어 온 개똥 닦아내느라 고생했었다.
제발 자신들이 해야할 일, 지켜야할 일은 자신들이 해결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못한다면 담배를 끊어야하는거고, 애완견을 키우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더불어, 라는 말이 좋고, 어울려, 라는 말이 좋다.
다같이 더불어 어울려 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