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그래도 아직 한낮은 뜨겁다. 뜨겁게 뜨겁게 햇빛이 내려쬐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햇빛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니 모든 만물의 기를 불어주어 건강하고 알찬 열매를 맺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도 영글어 갔으면 좋겠다.
선물 상자가 도착했다. 코알라가 읽던 책을 정리해서 보내주셨는데 상태는 너무 깨끗하다. 책들도 모두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이다. 3학년 조카에게 먼저 빌려줄까하다가 내가 먼저 읽고 싶어서 망설이는 중이었다. 책 보내신다기에 책만 보낸 줄 알았는데 여자아이들이 봄 가을에 신을만한 반스타킹과 동요 CD도 함께 보내주셨다. 현수가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노래 틀어주니 신나했다. 알록달록 예쁜 스타킹은 너무 예쁘다며 신어보았는데 아직 조금 큰편이었다.
한여름에 크리스마스처럼 선물 상자를 풀어보니 기분이 들썩거린다.
---------------------------------------------------------------------------------------------------------
오후에 논술수업이 있어서 아이들을 친정에 맡겨두고 다녀왔다. 아이들이 수학공부방에서 늦게 오는 바람에 한 시간이나 늦게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약속한 시간보다 많이 늦게 데리러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잠이 들 것 같아 친정에서 샤워시켜 가려는데 여태 아무 말 없던 현수가 울먹이며 귀가 아파서 씻기 싫다고 했다. 소파에 잠깐 누웠다가 어찌하다보니 떨어졌는데 옆의 탁상 모서리에 부딪혀 귀바퀴 안쪽에 상처가 심하게 났다. 친정 엄마는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셨는데 피가 줄줄 흘렀다.
아이가 아픈대도 난 우선 씻기고 보겠다며 아이들을 우선 씻기고나서 차분히 앉아 보니 상처가 깊다. 약솜으로 살짝 닦아내고 다시 연고를 바르려는데 아프다고 울어댔다.
매사 조심성이 없는 현수는 잘 넘어지고 잘 부딪친다. 우리 집에 있었다면 다치지 않았겠지하는 마음이 들었다. 남편이 은근히 묻는다. 언제까지 수업할 생각이냐고. 아직은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니 차마 그만두겠단 소리를 못하겠다고 했다.
친정에 잠깐씩 맡기는 일도 쉽지가 않게 되었단 생각에 씁쓸하다.
잠을 자면서도 자꾸만 운다. 아프다고 소리를 지른다. 내 잘못이 아닌데도 아이가 아프니 마음이 불편하고 속상하다.
논술 수업하러 가는 차안에서 박학기의 비타민을 들었다. 딸아이와 함께 부른 이 노래를 들으며 아이들을 생각하며 갔었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몸의 힘을 복돋아주는 원동력이니 말이다.
현수야, 이제 곧 괜찮아지겠지. 얼른 낫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