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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에 연재할 당시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다. 꽁지작가의 주변 사람들 이야기라니 귀가 더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고, 꽁지작가의 술술 써내려간 글들이 각각의 인물의 개성을 살려주니 인물들의 대한 궁금중이 더 커져 갔다.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마치 옆집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만큼 글이 진솔하다. 버들치시인과 낙장불입시인 그리고 그 주변의 최도사, 고알피엠여사 심지어 스님들의 일화는 어느 하나 재미없는 이야기가 없다. 재미만 있다고 얘기한다면 지리산에 살고 계신 분들에 대한 오해인 것 같고, 그분들의 생활은 또다른 깨달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발적 가난, 편리한 것에 익숙한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절대 자발적 가난을 자처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지리산에 살고 있는 그분들은 돈을 떠나서, 도시의 바쁜 생활을 떠나서 살아가길 자처했다. 텃밭을 일구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조금 부러운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러움일뿐이다. 

'나무를 심는 사람'편을 읽다가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부지 생각에 세상은 바뀐다. 낭구라 카는 거는 10년 멀리 내다보는 기 아이라, 20년 30년을 내다보는 기라. 아부지가 지난해에 밤을 심었는데 이제는 매화낭구를 심어 매실을 얻을 끼고 그 담엔 차를 심을 끼라. 그라믄 차를 따겠제. 지금 마을 사람들이 아부지 낭구 심는 거 보고 뭐라 캐도 너거는 신경 쓰지 말그래이. 봐라, 아부지가 매일 낭구를 심으믄 아부지가 죽기 전에 가져갈 것은 실은 아무것도 엄다 그러나 너거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여기서 수많은 것들을 얻을 끼고 너거들이 낳은 아그들, 그러니까 내 손주들대에는 이 산의 나무마 가지고도 그냥 살 날이 올기다. 아비의 생각은 마 그렇다."

 
   

 평생 농사만 짓던 사람이 국립공원 주차장터로 땅을 넘겨주고 관광지의 상가가 아닌 산을 받았고, 열심히 나무를 심었다는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10년 앞을 내다봐야한다며 오히려 그를 보고 웃었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다. 하지만 결국 민둥산은 나무로 푸르러졌고, 그분의 자식들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아버지가 심었던 나무들을 가지고 생계를 꾸려나가게 되었다. 아흔이 다되가는 지금도 자식들을 챙긴다는 그분의 쪽지를 읽다가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너거 누나 갇다조라" 

"정란니 세비돈 조라" 

"불국사에서 사온기다 달여무그면 조타" 

"사소한 것 신경 쓰지 말고 너거들 자유롭게 살아라. 내는 밥 먹고 국 데워 먹으믄 된다" 

"바람 차다 목에 수건 둘러라"

 
   

'오래된 고목보다 더 크고 무성한, 참으로 위대한 모습'이라고 꽁지작가가 써내려갔다. 아버지의 세심한 마음에 나는 눈물을 쏟았다. 

오체투지순례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개발이기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도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파헤쳐진 산들을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다만 그 도로를 이용하며 편리하다고만 생각했고, 그 길이 생겨 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개발을 해야 이런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부끄러운 생각이다. 조금 불편하게 살 필요가 있는데 우린 너무 편리한 것, 빠른 것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것 같다. 개발로 인한 폐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지리산을 두번 등반한적이 있었다. 천왕봉에 올랐지만 일출은 본적이 없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 언젠가 다시 찾아가 일출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리산에 매혹당했던 대학선배는 매해 꾸준히 지리산을 찾는다고 들었다. 그를 따라 처음 지리산을 갔을때를 생각하면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면서도 산에 대해 매료되었던 건 사실이다. 꾸준히 힘든 산행이 아니라 힘들기도 했지만 좋기도 했고, 산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계곡물은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지리산을 생각하면 그때의 아련한 추억들이 떠올라 늘 좋게 기억된다. 그런 그곳에 도시 사람들에게 느낄 수 없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초반엔 매일 술만 마시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공부도 하고 노래도 하고 술도 마신다.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진다.

지리산 행복학교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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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쪽지를 읽는 순간... 제 마음에서 뜨거운게 올라오네요.
꿈섬님두 그랬어요?

아, 산에 가구 싶다.. 조금 싸늘해도 눈 쌓인 산 좋을건데.
현준이 현수에게 정신없는 우리 꿈섬님, 행복한 주말~
멋진 리뷰 감사드려요.

꿈꾸는섬 2011-01-08 12:17   좋아요 0 | URL
그쵸. 정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더라구요.

지리산에 가고 싶어요.
마녀고양이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순오기 2011-01-0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두고 아직 안 읽었어요~ 신문에 연재할 때 종종 봤거든요.
공지영 작가도 나이 먹으니 진솔한 글쓰기로 둥글둥글한 세상을 알게 해주죠.
지리산 행복학교도 지리산 둘레길도 가보고 싶어요. 우리 같이 가면 좋겠지요~~~~ ^^

꿈꾸는섬 2011-01-08 13:19   좋아요 0 | URL
와~~정말 같이 가고 싶어요.^^
가실때 저도 좀 불러 주세요.

양철나무꾼 2011-01-0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것 신경 쓰지 말고 너거들 자유롭게 살아라. 내는 밥 먹고 국 데워 먹으믄 된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건지, 원~ㅠ.ㅠ

얼마전 공지영 인터뷰를 들었는데, 자유로운 영혼 같아 부러웠거든요.
이게 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것인가 보군요~!!!

우리 나중에 같이 가면 좋겠다, 그쵸~?^^

꿈꾸는섬 2011-01-08 23:25   좋아요 0 | URL
공지영작가 아버님의 쪽지가 아니라 지리산에 살고 계신 분의 이야기였어요.
물론 공지영작가 아버님도 자식을 많이 위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어요. 공지영작가 아픔 겪을때도 아무 말씀없이 묵묵히 기다려주셨었대요.
양철나무꾼님, 순오기님이랑 다같이 지리산 행복학교에 가면 정말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