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은 상갓집에 다녀오느라 늦었고, 아이들 씻기고 재우려고 누워서는 나도 모르게 아침까지 잤다. 아침에 일어나 어찌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밤새 꾼 꿈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동행인 사람은 남자인듯 여자인듯 헛갈렸지만 끝없이 추격을 당했다. 그러다 잠이 깨고 아침이다. 이런......
아이들 보내고 집 정리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자동차검사 좀 받고 오라고 남편이 전화했다. 이런 거 아직 해본적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하고 물으니 차를 몰고 00공업사에 가서 주차를 하고, 자동차등록증을 가지고 사무실에 가서 검사한다고 말하면 된다고 상세히 설명해 준다. 그런데도 그리고? 하고 묻는 나. 안 해본 일은 서툴고, 뭔가 잘못될까 걱정되어 잘 못할 것 같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여하튼 남편 심부름을 하러 갔다.
등록증을 제시하고 검사비용을 지불하고 안쪽 휴게소에서 커피를 뽑아 들고 구석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이 책, 자꾸만 눈물 바람이 흔들고 지나간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랄맞은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그때 누군가 부른다.
1590님, 어디 계세요? 이리 와 보세요.
밖으로 나갔다. 검사하실 분인가 보다. 엔진오일이 안 찍힌다고...
두달 전에 차를 손 보면서 엔진오일도 교환했다. 그새 엔진오일이 다 어디로 간걸까? 하여튼 난 뭔 소린지 모르겠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얘기하라고 했더니 오일 보충하고 검사하면 안되냐고 했나보다. 엔진오일이 안찍혀서 안된단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엔진오일 점검 불도 안 들어왔었는데 말이다.
다시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엔진오일이 어디서 샜는지 물어보란다. 검사 다 끝난 후 검사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오일 자국이 없단다. 그건 샌 건 아니라는 거다. 차가 오래되서 엔진오일을 먹는 걸 수도 있단다. 다시 설명을 듣다보니 수리비용이 더 비쌀거란다. 년식이 오래되었으니 차를 바꾸는게 나을거란 얘기로 들렸다.ㅠㅠ 엔지오일을 자주 체크하고 자주 보충하라는 충고를 듣고 왔다. 저녁에 들어오면 얘기해야지 했는데 갑자기 회식한다고 아직도 안 들어왔다.
아빠를 기다린 건 사실 내가 아니다.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오늘 각자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산타할아버지로부터 선물을 받아들고 왔다.
(출처daum)
현준이는 한번도 받아본적이 없는 파워레인저 정글포스, 정글킹 천공합체 로봇을 받았다. 요즘 메탈블레이드에 빠져서 메탈팽이를 선물로 받고 싶다고 했지만 한번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파워레인저 로봇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큰맘먹고 준비했는데 앙가 정말 너무 좋아했다. 선물을 뜯으면서부터 아이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태권도 가기 전, 다녀온 후 내내 파워레인저만 가지고 놀았다. 합체했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아빠가 일찍 들어오면 자랑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은 늦게 오는 아빠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지금 막 남편이 술에 잔뜩 취해 들어 왔다. 나는 본척 만척하고 있다.)
(출처daum)
알라딘 지인 ㅁ님께서 보내주셨던 선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헬로우키티 패션가방을 현수를 위해 구입했다. 보통때는 악세사리도 잘 안하는 엄마가 외출할때 가끔 하고 다니는 악세사리를 무척 부러워하는 현수, 게다가 요새는 엄마도 안 칠하는 매니큐어까지 바르고 다닌다. 요새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한동안 떼를 썼다. 매일 1등으로 데리러 오라고해서 30분이나 일찍 데려오기도 했다. 오늘도 안 가겠다는 것 꼬셔서 보냈더니 한껏 들떴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셨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주님 선물이라는 것이다. 번쩍거리는 왕관, 귀걸이, 목걸이, 반지, 구슬지갑, 거울, 머리빗이 들어 있다. 게다가 좋아하는 헬로우키티 패션 가방까지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엄마, 반지를 끼워주려다 과도한 힘에 부러뜨렸다. 바로 현수는 울고불고..ㅠㅠ 나도 울고 싶었다. 침착하게 고객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반지만 구매할 수 없냐고 물었더니 확인해보겠다더니 반지만 따로 보내주겠단다. 그것도 공짜로. 현수에게 산타할아버지가 다음에 다시 가져다 주신다고 했더니 그 말을 믿고 금새 활짝 웃는다. 회사측에서 안된다고 할까봐 진땀 났었다. 아이와 엄마 마음을 이해해준 회사에 감사한다. 현수는 이 예쁜 장신구를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빠는 들어오지 않았고, 아이는 계속해서 전화를 했다. 끝내 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이 들기 전까지 거울을 보고 머리를 빗고 정말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에게 여태 재미 위주의 장난감을 선뜻 사준적이 없다. 아이가 갖고 싶다고 졸라야 어쩔 수없이 사줬던 것 같다.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장난감을 선물받고 어찌나 기뻐하고 행복해했는지 모른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흐뭇하고 행복했다.
아이들 방 베란다에 쌓아둔 아이들의 장난감을 정리해서 안으로 들여 놓았다. 남편은 아이들 장난감이 바닥에 돌아다니는 걸 무척 싫어한다. 아이들이 과도하게 어질러 놓으면 무조건 싹 쓸어 베란다로 내놓는다. 그때 아이들의 기분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늘 미안하다. 그래서 남편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오늘,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부분의 장난감을 집 안 곳곳에 놓았다. 현준이는 엄마를 도와 열심히 정래하고, 현수는 정리와는 상관없이 끝없이 늘어 놓았다. 그래도 마지막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할땐 얌전히 있어 주었다.
아이들과 이불을 깔고(겨울엔 따끈한 바닥이 좋다) 누워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마저 읽었다. 저자를 따라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만났다. 세상은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곳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