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에 반하고 돌아왔다. 참 멋진 곳이었다.
영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단종 유배지, 장릉, 그리고 동강 래프팅이었다. 그곳에 갈 기회가 아직까지 없었고 그렇게 흥미로운 곳이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새 남편이 제천에 갈 일이 많았고 제천을 오가며 영월에 가볼 곳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뜬금없이 우리의 휴가지는 영월로 정해졌다.
영월에 대한 사랑을 느낀 건 알라디너분들의 많은 조언이 한몫했다. 덕분에 참 잘 다녀왔다.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영월에 대한 기대감에 이미 떠나기전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갈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은 장점이면서 우리 가족에겐 단점이었다. 그 많은 곳을 다 둘러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 휴가의 아쉬움은 사실 일정이 너무 짧았다는 것인데, 토요일이 엄마 생신이라 좋은 구경거리들을 뒤로하고 토요일에 돌아와야했다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 (저녁무렵) 소나무집님께서 원주에 들러 박경리 문화제를 보고 가라고 전화를 하셨지만 이미 친정에 도착한 이후였다. 그 전화도 어찌나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게 하던지......엄마껜 죄송하지만 생신이 하루 뒤였다면 싶었다.
첫날은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곳 근처의 팬션에서 1박을 했는데 인터넷으로만 보고 결정한 것이라 막상 가서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같은하늘님이 추천하신 곳의 숙박비보다 저렴했기 때문인데 그곳으로 들어가던 중 낡은 자동차의 배기통을 자갈이 와서 부딪치는 바람에 시끄러운 소음을 일으키며 영월을 돌아다녔다. 영월 시내에서 다음날 배기통을 교체해야했다. 거기에서 기다리며 보낸 시간동안 아이들과 주차장에서 뛰어놀았다. 그리곤 그날 밤엔 거의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한반도 지형을 보기 위해 걸어갔던 숲길은 아기자기하니 걸어가볼만 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광경을 내려다보니 그 순간은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신비로움에 휩싸였었다. 그곳에서 선암마을을 내려다보고 아래로 내려가 서강에서 뗏목을 탔다. 뗏목을 타고 사공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재미가 더 좋았다. 강바람은 시원하게 우리의 땀을 식혀주고 자연이 주는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가을에 가면 한반도지형을 트래킹하고 줄배도 탈 수 있는 상품이 있단다. 단풍구경하며 걸아가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뗏목을 타고 옛날엔 마포나루까지 한달하고도 달포나 더 걸려 갔었단다. 지금이야 제대로 잘 갖추어진 뗏목이지만 옛날 짚으로 엮어 만든 배를 타고 한양을 가야했다니 사공들의 애환이 엄청 날 것 같다. 이곳에서 자라는 금강송을 한양으로 보내기 위해 뗏목을 띄웠단다. 금강송은 예전 궁궐을 짓던 나무 자재란다. 오늘 보니 새로 재건한 광화문도 금강송을 공수하기 위해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한반도지형 근처에 영월의 다하누촌이 있었다. 그곳의 한우 맛을 잊을 수 없다는 말이 기억나 모듬구이 600g을 샀다. 원래는 삼겹살을 구워 먹을 생각이었는데 한우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었다. 모듬구이 600g의 가격은 28000원, 참 착한 가격이다.
먹느라 정신없어 사진은 못 찍었다. 다 먹고나서 후회했다.
고기 구우며 함께 먹으려고 가져간 송이버섯과 새송이버섯, 우리 아이들은 송이버섯의 국물을 쪽 빨아 먹는 걸 좋아한다. 하도 잘 먹길래,
" 역시 비싼 송이버섯이 맛있어."
하고 내가 말했다. 그랬더니 우리 아들 하는 말이
"역시 비싼 한우가 맛있어."
그런다. 그렇게 한바탕 웃으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횡성한우도 참 많있는데 영월의 한우도 맛있었다. 역시 한우가 최고였던 듯, 조금 모자란 듯 하여 삼겹살을 구웠는데 고스란히 남았다.
겉은 멀쩡했지만 막상 베개와 이불의 냄새로 잠을 설쳤다. 한밤중엔 어찌나 비가 많이 내리던지 더더욱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현준이 내일 아침이면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드리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이튿날 비가 완전히 멈추진 않았다. 그래도 돌아다니기에 오히려 좋은 날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