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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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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쉽게 짓고 까부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소설을 읽으며 사람 사는 세상을 다시 또 배운다. 이렇게 쉽게 술술 읽으며 나 자신까지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소설이라면 더없이 환영이다. 

7살 소녀 칼리, 3년째 선택적 함구증에 걸려 있다. 그녀가 말하기를 모두가 기다리지만 그녀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던 것일까? 

퇴근해서 들어오는 아빠를 보면 우리집 작은 딸아이는 아빠에게 달려간다. 그가 하루종일 보고 싶었다고 노래를 부르고 그의 옆을 떠나지 않는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으면 종알종알 뭐라 말한다. 심지어 노래는 어찌나 잘 부르는지 모른다. 현재 4살이다. 

칼리는 4살이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잡기 위해 손을 뻗다가 계단으로 굴러 떨어져 7개월의 아이를 사산했다. 그녀의 엄마 안토니아는 그런 사실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며 살아왔다. 그녀의 오빠 벤은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동생을 돌보는 오빠는 멋져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중 그녀가 넘어지지만 친구 앞이라 손을 잡아주지 않고 모른척 한다. 친구앞에서 체면차리느라 동생을 슬프게 해서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아빠 그리프는 그녀가 말하길 바란다. 참관수업중 말한마디 하지 않는 그녀를 보는 아빠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또 선생들로부터 그녀가 문제아라는 얘길 듣는다면 어떤 아빠가 화가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늘 가정에서 먼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들을 보호해야하는 부모들의 역할이 잘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다. 

엄마 안토니아는 남편이 자신을 때리고 술에 취해 아이들을 함부로 할때 그를 떠났어야한다고 후회한다. 그녀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였다. 다만 남편과의 관계 조율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엄마는 늘 아이들 편이고 아빠의 횡포로 아이들을 외부로 피신시킨 존재였다. 사실 가족의 고리가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 역시 안토니아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면 싶다. 당장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줄 알콜 중독자를 선택한 그녀의 잘못이 먼저이긴 하다. 하지만 그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고 남들 부끄러운 것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가족의 문제는 안으로 곪게 되는 것같다. 

그리프는 자신의 아이들을 함부로 대한다. 그가 없었다면 아이들도 없었을 것이긴 하지만 그가 아이들의 소유자는 아니지 않는가. 벤은 어느정도 컸고 남자아이라 아빠의 횡포에 맞설만큼 자랐지만 칼리는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하니 아빠의 횡포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사건도 그리프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던가 말이다. 아내의 의심하는 마음에서부터 그의 횡포가 시작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늘 멀리 떠나 일을 한다. 그녀의 집근처엔 그녀의 첫사랑이 살고 있다. 둘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늘 멀리 떠나 있다. 라는 생각이 들면 어느 누가 그들을 의심없이 바라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심지어 벤의 친구들이 벤을 향해 네 엄마는 창녀야.라고 놀려대기까지 했으니 온 마을이 아는 사실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의지가 약한 사람들에겐 늘 술이 위안이 되어주고 그들의 본 마음과 달리 술은 좀 더 거칠게 만들고 대담하게 만들고 술에서 깨어나 후회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그 마음까지 거짓이라 몰아부칠 순 없었을 것 같다. 

숲속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발견된 페트라, 

그녀는 평온한 가정에서 곱게 자란 소녀이다. 과연 그녀를 짓밟은 사람은 누구일까? 

칼리의 나쁜 아빠 그리프인가? 아님 칼리의 상담선생 윌슨일까? 그것도 아님 가장 친근한 그 남자일까?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나름의 상상력을 다해가며 소설의 막바지에 이른다. 역시 그남자였군. 

3년동안의 침묵을 깨고 늘 자신을 변호하던 페트라를 위해 칼리가 입을 연다. 진실은 밝혀지는 법. 

13살의 칼리는 더 이상 아빠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가 그날 숲속으로 그녀를 끌고 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페트라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다만 아빠를 집어삼킨 맥주캔, 그것이 미울뿐. 

계단으로 구른 아내, 울부짖는 아이, 그 아이를 향해 쏟아부은 주어 담을 수도 없는 비난과 협박의 말들, 그것이 그녀를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부모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것을 막아주지 못한 그녀의 엄마도 분명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아이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될 것이다. 육체적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다. 아이들의 영혼을 상처입히는 말은 더 큰 폭력인 것이다. 

또한 친한 어른들에게 아이들 함부로 맡기는 것, 친근한 어른들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엄격할 필요가 있겠단 생각을 한다. 늘 범죄는 가까운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이들의 정서와 심리, 또 가정생활의 적나라한 모습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우선시하는 그들의 태도를 또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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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괜찮은가요? 아.. 읽고 싶어지는데여.

꿈꾸는섬 2010-08-11 11:59   좋아요 0 | URL
강력 추천^^

양철나무꾼 2010-08-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을 읽다보면...
뭔가 어긋난 것이 있어야 그걸 해결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데,
세상 방방곡곡 어느 나라의 장르소설을 읽더라도,
이 아이들부터 삐그덕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책들은 너무 적나라하여 외면하고 눈을 질끈 감게 만들고 싶기도 하지만 말이죠.
이런 책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우리도 그런것들에 한껏 노출되어 있으면서 아닌 것처럼 숨기려만 든다는 거죠.
남의 나라 일이라고 도외시하여,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08-15 17: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없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