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이해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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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는 아직도 사랑을 모르겠다. 

사랑에 대해서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순간에는 사랑한다는 감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나고나면 그게 사랑이었을까? 하고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의 주인공도 대학시절 만난 형과의 시작도 사랑이었을텐데 어느순간 그들의 만남은 사랑해서 만난다기보다는 습관화된 만남이었던 듯,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형의 말에 연우는 슬퍼하지 않는다. 무덤덤히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오히려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희수와의 짧은 만남을 생각하며 가슴 떨려 한다. 몇년에 걸쳐 몇번의 만남이 고작인 그들의 만남, 전화가 걸려오지 않으면 절대 전화하지 않는 그녀의 정체모를 사랑, 그것이 정말 사랑이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기다린다고해서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감정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맞선 본 남자와 결혼한 연우, 남편은 그녀가 자신의 첫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하지만 그것을 대놓고 따져 묻지 않는다. 우연히 일과 관련해 만난 그녀의 선배, 그가 그녀의 남자였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 심지어 집으로 끌어들여 그들의 관계를 알고자 한다. 하지만 이미 그들에게 무엇이 남았겠는가? 

사람들의 관계는 일방적일 수는 없다. 물론 상대적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평소 덤덤한 그녀보다 애교많고 귀여운 여자를 만난 형, 덤덤한 그녀와 헤어진다. 하지만 살다보니 귀여운 그녀는 낭비벽이 심하고 심지어 도박에 알콜 중독까지...그러다보니 덤덤했던 그녀를 사랑했다는 게 생각났을 것이다. 만약 귀여운 그녀가 낭비벽도 없고 도박도 하지 않고 알콜 중독도 없었다면 그는 전에 만났던 여자를 생각했을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다라는 생각이 있으면 남자든 여자든 결혼해도 괜찮겠단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현실은 좀 다르단 생각을 한다. 매일 매일 마주치는 그와 그녀가 어찌 매일 똑같이 사랑할 수 있겠는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생각했던 결혼 생활과는 분명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게 결혼생활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애들때문에 자신의 생활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겠지만 그들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헤어지지 못할 이유하나 생긴 것이다. 그런데 연우에겐 애도 없다. 애가 없으니 사는게 당연 지리멸렬하지 않았겠나 싶다. 그렇다고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그녀, 오직 헬스장과 집을 오가는 그녀에게 어느날 뜻밖의 남자가 전화를 걸어온다면, 그것도 무언가를 팔기위해 전화했다고해도 그녀의 무료한 삶의 일부를 즐겁게 바꿀 전환점은 되었을거란 생각을 한다. 능력도 없는 남자와 매일 매일 살아봤다면 아마 그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장한 사랑의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랑을 믿지 말고 다만 속아주기를. 

그래서 마침내 사랑을. 

그 어렵고 힘든 사랑이 어디에나 있음을, 믿게 되기를. 

그것이 비록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게 되는 

미련이라 할지라도. 

사실 우리의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사랑에 대한 신뢰보다는 서로가 사랑하고 있다고 속고 속이는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살고 있는게 아닌가 말이다. 살다보니 사랑할때도 사랑하지 않을때도 있으니 말이다.(물론 모든 부부가 그런건 아닐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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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0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랑에 대한 얘기군요..
쓰신 글을 읽어내려 가다가
"살다보니" 이 단어가 참 읽는 눈에 밟힙니다.

꿈꾸는섬 2010-08-09 13:2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의 사랑은 어떤 것이었나 궁금해지는데요...살다보니 어떠시던가요?

양철나무꾼 2010-08-0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심수봉 노래가사처럼 '사랑보다는 정'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미운정 고운정...그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삶인게죠~

별 넷 짜리 책의 리뷰에서,별 다섯이상의 깨달음을 얻어가지고 갑니다~^^

꿈꾸는섬 2010-08-09 13:2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속된다는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미운정 고운정...그게 정답인 듯^^

따라쟁이 2010-08-0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소설의 연장선 같은 리뷰여요. 도저히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저는 꿈꾸는 섬님의 리뷰는 속아줄수도, 믿어줄 수도,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_+

그런데 끈끈한 여름에 끈끈한 사랑이야기를 읽고 나면 뭔가.. 더 더워지지 않아요?

꿈꾸는섬 2010-08-09 13:23   좋아요 0 | URL
끈끈한 여름엔 끈끈한 사랑이야기가 제격이죠.ㅎㅎ
술술 잘 읽히잖아요.^^

마녀고양이 2010-08-1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저 역시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 평생 어려운 숙제일 듯~

꿈꾸는섬 2010-08-10 20:40   좋아요 0 | URL
작가의 말 인상적이죠. 풀기 어려운 문제인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