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모리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침묵의 뿌리>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조세희', 내가 아는 그 작가인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쓰신 그 분이 맞다. <난.쏘.공> 연작 소설은 정말 충격적인 소설이었었다. 가난의 고통과 아픔이 너무도 생생했던 소설이었다.
내가 직접 겪어야만 아는 일들이 종종 있다. 그저 책 속의 인물들의 경험을 간접 경험하는 것은 그들의 아픔을 100%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리라.
매일 책 속에 갇혀 살고 있는 나를 남편은 조소한다. 나의 현실감각이 너무도 떨어진다고, 책 속에서 나불대는 것들은 현실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고 말이다. 어제 남편과의 사소한 말다툼을 했다. 남편은 책에 파묻혀 사는 내가 못마땅한 듯 하다. 남편의 말대로 나는 요새 사회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사회 속에 속해 있지 않아도 책을 통해서 사회를 바라보고 생각한다. 물론 그건 일종이 지식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이론일뿐 현실에 적용을 할 수 없다면 그건 죽은 지식이나 마찬가지이니 남편의 말이 틀린 것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갈 생각이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 똑같을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삶을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고 그 삶들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하고 반성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책읽기는 성공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불면의 나날을 보내며 고통스러워하는 작가의 감성이 내게로 전해져 온다. 사북의 모습을 담아 놓은 사진들은 그 당시의 형편없는 작업환경과 볼품없는 그들의 생활을 고스란히 내게 보여준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인 것들을 누리며 살았어야했다는 말밖에는 생각나는 것들이 많지 않다.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열심히 일을 해도 늘 주린 배를 채우기도 힘이 들고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가질 수가 없다. 또 그들의 폐를 가득 채우는 검은 석탄가루를 생각하면 내 가슴이 답답하다. 가진자들의 횡포를 알지 못하고 그들의 부를 더욱 더 축적해 주는 사람들, 그들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 더운 여름날 우울한 책을 보내게 되어 걱정이라던 휘모리님, 말씀대로 겨울에 읽었다면 아마 더 많이 우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가 정말 감사하는 것은 휘모리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소중한 책을 모르고 지나갈뻔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여전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를 깊이 있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은 너무도 많이 변했다. 세상 어디로든 통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여러개 생겼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지구가 형성되고 수많은 가전제품들로 편안한 생활을 만끽하는 요즘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많은 것은 나날이 발전한 것 같은데 우리의 살림 살이는 어째 비슷비슷해졌는지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지고 살만해진 것 같지만 사실 우리들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절실히 필요하고 그마저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 앞으로 더 나아지진 않을거라는 실망감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적절한 보상을 받으며 일을 하는 세상이 오지 않겠냐는 희망아닌 희망을 가져본다.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 누구나 누리며 살 수 있는 권리를 향해서 노력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그런 희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휘모리님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좋은 책을 선물받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