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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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눈물이 참 많다. 하도 울어 남편은 내게 수도꼭지라고 부른다. 아직도 나올 눈물이 있냐며 어쩌면 수도꼭지를 열자마자 펑펑 쏟아지는 수돗물처럼 눈물이 쏟아질 수 있는지 모르겠단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어째서 그렇게 잘 울 수 있는건지...... 

하지만 울고나면 내 속에 쌓여 있던 감정의 찌거기들이 눈물을 통해 배출되는 느낌이다. 그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더라. 뭐 그런 어려운 용어를 몰라도 내 감정이 정화되는게 느껴진다. 그러니 눈물을 통해 반성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도 하는 것이다. 

독설을 일삼는 미술학원강사, 아이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돈이 없어도 어떻게 해서든 미술학원을 다니고 대학 입학 시험에 붙고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는 그들, 결국 입학금이 없어 재수를 선택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학원비도 감당이 안되고, 심지어 좋은 작품은 돈 많은 집 아이의 포토폴리오로 빼앗기고 현실이 그닥 아름답지 않다는 것, 그 아름답지 않은 현실 속에서 또 그들은 짓밟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본다. 

얼마나 울고 싶을까? (내 마음은 그렇다.) 

하지만 절대 울지 않는다. 웃을 수도 없지만 울수도 없는 애매한 경계에 놓인 그들의 입장, 고아가 된 것도 아니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니라는 은수의 말이 더 슬프다. 왜 울면 안되는거냐고 다시 또 묻고 싶다. 그들의 잘못으로 이루어진 가난이 아닌데, 왜 힘들다고 울면 안되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한번 울고나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을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방에 숨어 혼자 훌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일 것이다. 

그래도 또 다시 말해주고 싶다. 그럴땐 울어도 된다고, 엄마와 자식을 나몰라라하며 살아가는 아빠를 향해 저주를 퍼붓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도 된다고 말이다. 자기 것을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의 눈물은 흘려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최규석 작가의 100도씨를 보고 젊은 작가의 눈으로 5.18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는게 놀라웠었다. 그 뒤 작가의 팬이 되었지만 다른 작품은 찾아보지 못하고 잊고 있었다. 이번 신간 소식에 다른 책들(대한민국 원주민, 생태습지보고서)을 찾아보니 역시 대단한 작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른 작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만화책 뒤쪽에 작업노트만 보아도 이 작가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그가 유명 만화가가 되기전에 미술학원강사로 있으면서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더 많은 감동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수채화 그림으로 그리겠다고 시작한 일이 힘에 겨웠지만 그래도 끝까지 수채화로 마무리 한 것도 대단하다. 작가가 보기엔 미흡할 지 모르지만 그림의 질적 느낌은 훨씬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다음번엔 더 좋은 그림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최규석 작가의 다른 만화책들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남편도 감동적으로 읽었는지 최규석 작가의 만화책을 더 구해오란다. 만화책조차도 잘 안보던 사람이 최규석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니 마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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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0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작가를 다들 좋아하시는군요.. 그럼에도 저는 아직 땡기지 않으니, 역시 누가 저보고 맘 내켜야 한다고 암말 필요없다고 했던 얘기가 딱 맞나 봅니다~

꿈꾸는섬 2010-08-03 16:55   좋아요 0 | URL
ㅎㅎ아직 안 보셔서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한번 보시면 마음이 바뀌실거에요.^^ 강요할 맘은 없어요. 맘 내키실때 보셔요.^^

순오기 2010-08-0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첫 리뷰로 등록됐어요. 나는 포토리뷰로 올려야지요.^^
최규석 만화책은 어렵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을 덜 하는 거 같아요.
많은 독자들이 알아주는 작가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08-03 18:02   좋아요 0 | URL
큰누나의 힘에 입어 아마도 그리 되지 않을까요?
요 책도 참 좋더라구요. 학원가 이야기...^^ 아마 최작가님 대박나실 듯 해요.^^

치유 2010-08-04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은수의 말이 더 슬프네요..이책 찜해놓고 있는데 얼른 보고 싶네요..

꿈꾸는섬 2010-08-04 23:03   좋아요 0 | URL
배꽃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계시죠?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은수의 말뿐아니라 전반적으로 너무 슬퍼요.ㅠ.ㅠ

양철나무꾼 2010-08-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어제부터 들락날락하며,읽고 읽고 또 읽었어요~
눈믈 얘기,카타르시스,스트레스 해소 등 등...또 다른 날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근데,저는 요~
제 자신의 일로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어릴 때 넘어져 아파 울어본게 제자신의 일로는 마지막일거예요.

리뷰를 읽는 내내...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듯,
아마 이 책을 읽고도...울지는 않을거예요~

꿈꾸는섬 2010-08-04 23:0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너무 대단하세요. 전 정말 눈물이 마를날이 없을정도로 울어요. 저 자신때문에도 울지만 요새는 아이들때문에도 울어요.ㅠ.ㅠ

양철나무꾼님도 이 책 받으셨죠? 님의 리뷰도 기대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