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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분명 존재했을......당신만의 어느 멋진 날은 어느새 수많은......어제가 되어버렸다

책 표지의 글이다. 나만의 어느 멋진 날이 수많은 어제가 되었다는 말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현실의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과거의 어느날은 기억할 수도 있고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수많은 언젠가가 되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어느 날, 문득 과거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그날이 어느새 생생한 현재처럼 느껴지는 날에는 오랜 몸살을 앓는 듯 온몸이 저리고 아파올때도 있다. 물론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했던 날들도 물론 있었다. 그런 기억들은 그저 행복한 기억이었겠지만 아픈 과거가 상처로 남지 않았다면 그것이 행복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혼다 다카요시, 처음 접하는 작가이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란다. 막상 읽어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의 글이 갖는 은근한 매력이 나를 사로잡았다. 로맨스와 미스테리의 오묘한 조화가 흡입력을 갖게 한다. 

죽음을 몰고 다니는 여학생, 심지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지만 실제로 살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람들이 죽을때 여학생이 느꼈다는 오한은 무엇인지 영혼의 육체 이탈은 아니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Fine days) 

암에 걸린 아버지가 결혼전에 사귀던 여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아들은 그녀를 찾기 위해 그녀가 살았던 아파트로 간다. 현관문을 열고 그가 만난 젊은 아버지와 그녀, 아버지의 과거를 오롯이 이해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작가의 기묘함이 매력적이었다. 이 소설은 영화화되어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단다. 나도 영화화된 작품을 보고 싶다.(yesterdays) 

여동생을 죽이고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힌 그녀, 누나의 그림이 미래를 예견하는 불운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노력한 그의 앞에 당당히 선 그녀는 과연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본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과거 속 그날의 암울함이 인상적이었다.(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 

현재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과거의 이야기, 나와 그녀의 사랑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그녀의 과거,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노파의 이야기, 어둠은 어둠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빛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 결국 모든 것의 원인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일테다.(shade) 

두 아이를 낳고 사는 나의 현재, 오늘의 모습은 과거 속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던가를 생각한다. 어느 우연한 날의 남편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가끔 그날을 생각하면 과거 속 어딘가에서 또 하나의 그림 속 퍼즐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게 아닌가를 생각한다. 

내가 소설을 읽는 것은 시시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라 폄하될지라도 그 속에 우리들의 삶이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듯이 살고 있지만 그 속 어딘가에는 나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 나라 소설만이 아니라 먼 외국의 소설을 읽어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일본 소설은 어쩜 그리 우리와 비슷한 구석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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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02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수많은 어제가 되어버렸다..... 참, 아련해지는 문구네요.
수많은 어제가 모여 현재를 살아나가고, 미래를 꿈꾸고.
그러나 말을 뱉는 이 순간 역시 과거화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잡을 수 없는 노을같아요.

꿈꾸는섬 2010-08-02 15: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어느새 수많은 어제가 되어버렸다......오늘도 다 같은 오늘은 아닌게 되는거죠.^^

양철나무꾼 2010-08-0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게 일본장르소설 같아요~^^

꿈꾸는섬 2010-08-02 23:32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그래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때문에 더 많이 비슷한 구석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