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조심

나는 요즘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던건가? 

나는 겉과 속이 다른, 형편없는 사람이었던가? 

---------------------------------------------------------------------------------- ----------------------------------------------------------------------------------------------------------------------------------------------------------------------------------------------------------------------------------------------------- 친하게 지내던 엄마가 내가 자기 아들 욕을 여기저기하며 다녔다며 따지러 왔다.-------------------------------------------------------------------------------------------------솔직히 좀 억울했다. 여기저기 욕하고 다닌적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그런데 우리 큰아이, 작은 아이와 나이가 똑같아 가끔 우리집에 놀러오는 엄마를 데리고 우리집으로 왔다. 그랬더니 그 엄마, 앞뒤 정황 다 짤라내고  

"언니가 00언니는 좋은데 00이는 싫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사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언니가 한 말인데 왜 인정을 안해? 인정하면 되잖아."  

하고 팔짱을 끼고 옆에 서 있었다.-------------------------------------------------------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얼마전부터 내가 그 집 아들과 현준이가 노는게 싫어 일부러 피해 다녔었다. 그랬더니 왜 요즘 그 애랑 안노냐고 묻더라. 그래서 정말 아무 생각없이 솔직하게 얘기하게 되었다. 그 애가 우리 현준이를 따돌리기도 하고, 심지어 나한테 야구방망이를 들이미는 행동도 서슴치 않았었다. 그런 일들까지는 그래도 그냥 참아줄만 했었고, 내가 좀 속상했다고 얘기했었다. 그런데 그 엄마 "애잖아. 애니까 그런거지, 그것도 이해 못 해." 이렇게 얘기해서 오히려 나를 면박을 줬었다. 그 이후 되도록이면 같이 놀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온 동네 애들이 물총 갖고 나와서 논다며 다른 언니들도 하도 불러서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런데 그애가 우리 현수를 보자마자 얼굴에 물총을 쏘아댔다. 그때부터 기분이 많이 상했다. 큰애도 아니고 작은애한테 그것도 얼굴에 쏘아대니까 말이다. 그것도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애들이 많으니 편을 나누어 놀기로 했는지 편을 나누었는데 7살 남자아이 셋에 자기를 좋아한다는 6살 여자아이, 그리고 그 아이들 중 한 아이의 남자 동생이 한편이 되었고, 나머지 편엔 6살 현준이, 6살 여자아이, 7살 수준의 초등2학년 여자아이(비옷까지 입고 있는), 그리고 4살 현수가 한편이었다. 그리고 서로 마주보고 서서 물총을 쏘아대는데 정말 어의가 없었다. 자기 유리한쪽으로 편을 나누어서 노는 걸 보는데 정말 허걱했다. 아이들 옷이 흠뻑 젖었고, 햇볕에 가서 말리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달려가자." 그랬고 아이들 모두 달려갔다. 우리 현준이가 앞서 달리는데 현준이를 밀어서 넘어뜨리고 달려갔던 00이가 나는 정말 황당했다. 현준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 갔더니 다리에서 피가 나오고 속상해 하고 있는데 그 아이가 내 옆으로 오더니 "현준이 왜 그래요?" 그런다. "네가 밀어서 넘어졌대." 그랬더니 "제가 언제요? 몇시 몇분 몇초에요? 제가 그러는거 봤어요?" 그러는거다. 그때 정말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그 이후로 그 아이랑 함께 노는 자리를 피했고 나는 그 얘기를 그 엄마에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집이 이사를 간단다. 그래서 내가 "이사가게 되어서 다행이야."라고 말했던 것이다.---------------------------------------------------------------------------------------------------------------------------------------------------------------------------------------------------------------------------------------------------- 

내가 너무 경솔했다. 남의 아이 얘기를 그렇게 함부로 하다니......내가 정말 내 자신한테 부끄러워 혼이 났다.  무슨 말을 하든 세번씩 고민한다던 마기님 말씀이 너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솔직히 내가 너무 속상해서 했던 말을 그렇게 그 애를 너무너무 싫어한다고 했다고 말을 전할 줄을 몰랐다. 이것부터가 내 잘못이다. 내 자식들도 흉이 분명있는데...... 

사실 이게 다 내 흉거리라는 걸 이제와서야 깨닫게 되니 나도 참 멀었구나 싶다.  

되도록이면 좋은 말을 하려고 되도록이면 남들 흉보는데 끼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는데 결국 내가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누군가 현준이때문에 속상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나도 당장 그 집으로 달려가서 마구 따졌을까? 그 얘기 들은 그 엄마 기분이 나쁠거라는 걸 알면서도 난 또 곱게 미안하다고 사과도 안했다. 그러고보니 나도 참 덜 된 인간임에 틀림없다. 

내가 한 말이니 미안하다 조용히 사과하면 될 것을 같이 맞댓거리를 했으니, 다시 생각해도 내 자신이 한심하고 참 못났다.  

그나마 남편에게 고맙다. 의기소침해 있는 내게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토닥여주어서 고맙다. 남들 시선 생각하지 말고 우리 가족들만 생각하라고 얘기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이 일로 우리 현준이는 다시 유치원에 가는게 두려워졌고, 나는 현준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엄마들끼리의 싸움에 아이는 또 얼마나 상처가 되었겠는가.  

정말 많이 미안하고 나 자신이 한없이 형편없게 느껴져서 요 며칠 심란하게 보내고 있었다. 

정말 말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사람 조심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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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0-07-1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상황인지 백번 짐작이 가네요.
이웃에 동갑내기 셋이 우연히 알게되어 어울리게 되었는데 그때도 그랬어요.
아이들도 잘 어울이고 엄마들끼리도 마음 잘 맞는 그런 관계는 아주 드물다 싶어요.
제일 나쁜 사람은 말 옮기고 다니는 사람이예요.
친하다고 생각하고 한 말을 이리저리 옮기는 건 믿음에 대한 배신이거든요.
이사가신다는 분과 얘기 한번 하는 게 나을 듯 하네요.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미안하다.... 말 옮긴사람 뻘쭘하게 만들기 작전!!

2010-07-10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0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0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7-1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상했겠어요, 진짜 속상했겠어요.......
하지만 현준이에게 그리 거칠게 구는 아이한테 화나는거 당연하죠.
다만 섬님이 차라리 그 아이 엄마에게 말씀하시는 편이 더 나았을거 같기도 하지만..
그래두.... 말 전한 사람이 정말 문제네요. 이쪽에서는
속상해서 말했을거 아녜요. 사정 다 알면서 옮기다니.

책가방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저라면.. 말 옮긴 분과는 대충하고 살겠어요, 앞으로. ^^
(그분이 공식적으로 사과한다면 모를까..)

2010-07-11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1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1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7-1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상하셨지요? 저도 기본적으론 중간에서 말 전한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걸려하지 마세요. 난폭한 아이가 주위에 있으면 엄마로서 불평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요. 그 분이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그 쪽 어머니에게 "OO가 현준이를 괴롭히나봐. 그러지 말라고 야단 좀 쳐야겠던데" 라고 얘기를 해 주는게 오히려 맞는 행동이지 않았을까요? 자기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괴롭힌다는게 부모로서는 더 문제일텐데 말이지요..

2010-07-11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그 2010-07-14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수도있습니다. 더군다나 동네아파트아주머님들의 수다라는건. 사람 몇 죽일수준이죠. 진짜.그럴수도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괴로워마세요. 저도 정말 저런구설수에 수십번오르내리는특이한인간형인데요, 몇번하니까 너는 떠들어라..가되더라구요.
마음에담지마세요. 마음에담을만한일은아니에요. 아이들일이라...더속상하시겠지만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웃어줄겁니다. 그리고..정않되시겠으면 연락처주세요
제가 그아줌마를응징해드릴께요!!!

꿈꾸는섬 2010-07-14 15:3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마그님 말씀만으로도 힘이 나네요.^^ 응징해주러 여기까지 와주신다니 정말 기분이 좋아졌어요.ㅎㅎ 고마워요. 이젠 많이 좋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