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데 "엄마, 추워~~" 울먹이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 깼다. 아이는 침대 아래 깔아놓은 이불로 내려가 있었고 춥다고 운다. 아이를 안으려고 팔을 잡았는데 열이 높다. 전주 주말내내 아프고 화요일 오후가 되면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해서 어제 저녁 외식을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였던걸까? 놀이방에서 놀다가 또 감염이 되어 온걸까? 이 생각 저 생각하며 해열제를 우선 먹였다. 해열제를 먹이니 땀이 좀 나고 아이는 다시 잠이 들었다. 

어제 점심에 아이들 유부초밥 해주었다고 했더니 남편이 자기 것은 없냐고 물었다. 아이들 먹을 것만 한탓에 남편 것은 없었다. 먹고 싶다고하면 바로해서 주려고 했었는데 됐다고 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좀 삐진 듯 보였었다. 

새벽 5시, 현수가 한번 더 깨서 나도 함께 일어났다.   쌀을 씻어 안치고 유부초밥 재료를 챙겨두었다. 오늘 6시에 나간다고 했으니 시간은 충분하다. 

남편이 일어나서 깜짝 놀란다. 유부초밥 도시락을 싸고 있으니 안해도 된다니까라고 말하지만 기분은 무척 좋은 것 같다. 매번 새벽 일찍 나간다는 이유로 나가는 모습도 제대로 봐준적이 없었다. 미안한 마음이 슬그머니 들었다. 가끔 일찍 일어나는 날 도시락 좀 챙겨 보내줘야겠다. 출근하는 남편 뒷모습이 경쾌해 보인다. 

비가 내린다. 바람도 분다. 

그러고보니 어제 저녁엔 현준이가 저녁 먹은 걸 모두 토했다. 아무래도 현수에게 옮은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큰 아이라 면역력이 더 나은지 현수만큼 아프지는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다행이 열은 없다. 

요새 좀 씀씀이가 헤퍼졌다. 아무래도 죽음에 대한 허망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하나라도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고 생각했을때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클 것 같다. 아둥바둥 살아간다고해서 더 잘 살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적당한 지출은 필요한게 아닐까 생각하다보니 이것저것 살 것도 많았다.  

그래도 당분간은 좀 아껴야겠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좀 있어야할테니까 말이다. 

비가 오고나서의 청명한 하늘과 공기가 벌써 생각난다. 개운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아이들아, 제발 아프지 말아라. 아침엔 모두 씩씩하게 일어나길 바란다. 오늘 하루 기분 좋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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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0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목감기가 유행이라고 하네요. 목감기는 열을 동반해서 정말 속상해요.
섬님은 아이가 아프면 내과로 가시나요?
전 이제 내과 포기하고 그냥 이비인후과로 직행한답니다...
현준이랑 현수 빨랑 나아라........

저도 돈 아껴써야 하는데.. 제 원흉의 알라딘의 책 입니다.
아마도 책 구매비만 줄여도, 적금 하나 들겁니다!

꿈꾸는섬 2010-05-06 13:35   좋아요 0 | URL
전 청소년소아과로 가요. 벌써 여러번 병원을 바꿔봤지만 그래도 제일 잘 맞는 곳으로 가지요.
전 요새 알라딘에서 돈을 잘 안쓰게 되었어요. 신간평가단에서 오는 책도 그렇고 요새는 책을 잘 안사고 있네요. 안그래도 아들이 왜 책 안사주냐고 뭐라고 한소리 했는데 조만간 주문을 해야죠.ㅎㅎ

마노아 2010-05-0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아이들이 아파서 마음 많이 쓰였겠어요.
그런데도 글 전반에 평화로움이 흘러요.
소박하고 단란하고 평안한 가정의 분위기에요. 이렇게 축축한 날에 보니 더 따뜻해요.^^

꿈꾸는섬 2010-05-06 13:36   좋아요 0 | URL
아파도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떼를 쓰는 현수때문에 웃음이 나와요.
현준이도 작년에 비해 면역력이 더 강해진듯 그닥 힘들어하질 않네요.
아이들이야 아프면서 크는 거잖아요.ㅎㅎ

水巖 2010-05-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아프면 정말 태산같은 걱정으로 마음이 아프죠. 빨리들 일어나 뛰어놀기를 바랍니다. 날씨가 개이듯이....


꿈꾸는섬 2010-05-06 13:37   좋아요 0 | URL
아픈대도 잘들 놀아요.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ㅎㅎ

전호인 2010-05-0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아이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군요. 요즘 독감이 무척 심하고 오래가는 것 같더라구요. 빠른 쾌유를 바랄께요. 아이들이 아프면 내가 아픈 것이 낫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

꿈꾸는섬 2010-05-07 20:30   좋아요 0 | URL
좋은 아빠세요. 아이들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 엄마나 아빠나 마찬가지군요.^^
오늘은 좀 좋아진 것 같아요. 조심해야겠어요.^^

같은하늘 2010-05-1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아파서 속상하셨겠어요.
그래도 새벽부터 옆지기님의 도시락을 챙기시는 꿈섬님의 마음이 너무 예뻐요.^^

584 2010-05-1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