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린 비는 봄비라고 하겠다.
현준이 유치원 데려다주는 길에 본 사람들의 옷차림은 겨울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만은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싶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내일은 투명한 햇살이 하루종일 내리쬘 것만 같다.
그렇게 봄은 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은 3일째 몸살로 아프다고 끙끙댄다. 남의 집 일에 몸이 많이 고달팠던 것 같다. 일이 없는 날도 매일 출근해서 차 점검해주고 수리하고 하루도 쉴새없이 일한 탓이라고 해도 평소의 남편 체력이라면 하루정도 아프고 말았을 것인데, 일이 많이 고된가 보다.
보통 비가 오는 날엔 현장 상황이 안좋아서 일을 안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 남편이 하는 일은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비가오는 날은 노면이 미끄러워 위험하니 아무래도 더 힘들 것 같다.
3월 마지막 날, 몇시간뒤면 4월이다. 그리고 우리 아들 생일이기도 하다.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신발 두켤레가 왔는데, 현준이 현수 모두 너무 예쁘고 좋다고 좋아라 한다. 그런데 둘다 크게 나온 듯 헐거워서 자꾸 벗겨질 것 같다. 딱 맞는 걸 사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현준이는 커도 신을만한데 현수는 걷다가 넘어질 것 같아서 불안하다.
결국 현준이의 선물은 고민만하다가 못 샀다.
내일 유치원 보내놓고 나가서 사와야겠다.
아침에 간단하게 미역국 끓이고 생선만 구워야겠다. 사실 아침은 부담스러운지 많이 먹질 않으니까 간단하게 차려주어야겠다. 그리고 저녁엔 잡채를 해야겠다. 그리고 부드럽게 불고기로 할까 아님 오랜만에 갈비찜을 할까 했지만, 불고기로 해야겠다. 그게 더 저렴하니까. 그리고 잊지 말고 케잌도 사고 수수팥떡도 사다가 줘야지. 아참, 꿀떡도 좀 사야겠다.
현준이가 저녁을 먹으며 내일은 자기 생일이니 자기 마음대로 하겠단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길래......은근히 겁난다.
매주 수요일 재활용하는 날, 좀 이른 시간부터하면 내가 갖다버리면 좋은데 우리동네는 늘 6시쯤 되어야한다. 아이들 두고 나가기도 그렇고 데리고 나가는 건 더 그렇고 결국 남편이 매번 버렸는데 오늘은 몸이 고달프니 화를 버럭 낸다. "쓰레기 좀 그만 만들어. 쓰레기 버리는 것도 너무 힘들어." 우리 언니네처럼 매일매일 아무때나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내가 내다 버리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설치는 아이들 덕분에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해서 하루종일 피곤했다. 아이들 낮잠 재우며 나도 잠깐 잤더니 지금은 또 졸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