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현준이가 이불 속에서 부터 울음을 시작했다. 잠에서 깨어나서 늘 활발하게 움직이던 녀석인데 아침 이불 속에서 울음을 터뜨리니 어디가 아픈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게 몸이 아픈게 아니라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엄마, 오늘 유치원 안 가면 안될까?" 하고 묻는다. 

"왜? 유치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아니, 그냥 가기 싫어." 

6살이 되면서 형님반으로 올라가게 되어 그동안 정들었던 교실을 떠나는게 싫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도 바뀌고 친구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얼마나 속상할지 짐작이 갔다. 나도 매해 새학년이 되면 학기초에 학교 가기 싫어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친구들, 그리고 무섭게만 보이는 선생님.  

어쩌자고 엄마를 닮아서 낯가림이 이리도 심하냐고 다그칠 수도 없고, 그 마음을 알기에 우선 밥을 먹이고 씻겼다. 옷을 갈아입어야하는데 가기 싫다고 또 눈물을 흘린다. 그럼 네 방으로 가서 있어. 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나와. 하고 말하고는 현수를 챙기고 있었다. 

슬며시 나와서 옷을 입는데 어느새 또 눈물을 흘린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그때마다 주저앉고 포기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 그만 두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 독한 엄마는 아이가 울며 옷을 입어도 가지 말란 말은 하지 않았다. 

처음엔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을 해서 잘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다시한번 꼬옥 끌어안고 멋지게 해낼거라고 용기를 주었다. 알았다고 웃으며 집을 나섰는데 어느새 또 눈물을 흘린다. 

어제는 현수를 먼저 데려다주고, 현수는 울지 않을 거라고 하더니 정말 울지 않고 헤어졌다. 현수가 괜찮으니 현준이가 울음을 그치질 않았다. 하도 울어 가족 사진도 원아수첩에 꽂아주어서 그것 보며 용기를 가지라고 다독이라고 말하는데 유치원 가는 내내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할 땐 두가지 상황이었다. 하나는 정말 너무 낯설어서 힘이 드는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현수의 울음에 부모의 관심이 현수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샘이 나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많은 애정을 현준이게 쏟아주고 더 많이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 

또 친구를 데려와 집에서 난장판이 되도록 놀게도 해주었다. 그랬더니 기분이 금세 많이 좋아졌다. 친구들 데려오면 신경쓸 것도 많고 집안 곳곳을 어질러놓기도 하고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올라오니 잘 데려오질 않았는데 여하튼 친구랑 신나게 놀더니 유치원 안 간다 소리가 쏙 들어갔다. 

그런데 저녁에 남편은 대뜸 "현준이 앞으로 유치원 보내지마" 라고 단호하게 얘길하는게 아닌가? 아, 정말 부부의 의견이 이렇게 안맞을 수가 있을까? 모든 너무 쉽게 감정적으로 결정을 내려버리니 의견충돌로 다투는 일이 많다. 현준이 유치원 얘기는 밥상에서 하지 말자고 당부하고 그냥 지켜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오늘 아침 현준이, 눈을 뜨자마자 "엄마, 오늘 유치원 가는 날이야? 안 가는 날이야?" 하고 묻는다. 

안 가는 날이라고 대답하니 기분이 무척 좋은지 씩 웃는다. 저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한 녀석이 괜찮아지니 다른 녀석이 속을 썩인다.  

세상을 향해서 당당하게 걸어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나 자신조차 그러질 못하면서 아이에게는 그러길 바라니 어찌 잘 될 수 있겠는가? 결국 나부터 고쳐야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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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3-14 14:07   좋아요 0 | URL
큰딸과의 전쟁이라면 정말 몸도 마음도 많이 아프시겠어요. 다 큰딸이랑 벌이는 전쟁은 상처가 더 클 것 같아요. 그래도 착한 딸이라 엄마 말대로 한다니 다행이네요. 아이가 크는동안 엄마도 함께 자라는 것 같아요.^^

후애(厚愛) 2010-03-1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울었다고 하니 마음이 안 좋네요.
힘 내시고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꿈꾸는섬 2010-03-14 14:07   좋아요 0 | URL
후애님 고맙습니다.^^ 힘내야죠.ㅎㅎ

hnine 2010-03-1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와 두번째 이유 모두 가능성이 있어보이는데 제 생각엔 두번째 이유가 더 많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순전히 저 다운 추측입니다만.
저희 집에서는 제가 더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고 제가 그럴때마다 남편이 '일관성'을 강조하며 계속 해나가라고 하는 편이지요.
아이가 마음이 여려보일때마다 엄마가 하는 걱정은 이렇게 마음이 약해가지고 앞으로 어떻게...하는 생각인데, 오히려 그럴 때 아이의 마음에 공감을 충분히 해준 이후에 조금씩 그런 성향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좋다고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요. 현준이가 충분히 눈물을 흘려서 감정을 발산했으니 유치원에서는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돌아오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볼때 엄마의 마음은 정말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지요.

꿈꾸는섬 2010-03-14 14:09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두번째 상황에 더 마음이 기울어요. 하지만 그건 순전히 제 생각인거죠. 나인님 말씀대로 눈물을 흘려서 감정을 발산해서 그런지 정말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왔어요. 이불 속에서부터 울어대는데 정말 가슴이 찢어지겠더라구요.

세실 2010-03-1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도 어리광 부리고 싶은건 아닐까요.
복잡한 마음이 들수도 있지만 일시적인 판단일수도 있습니다.
하루 이틀 정도는 그냥 집에서 심심하게 내버려 두는건 어떨까요. ㅎㅎ
우리 애들은 오히려 혼자 있는 걸 못견뎌 하더라구요.
넘 속상해 하지 마시고, 그냥 의연하게 대처하셔도 좋을듯...

꿈꾸는섬 2010-03-14 14:11   좋아요 0 | URL
세실님 말씀에 공감해요. 저도 가기 싫으면 그냥 집에 있으라고 했는데 울면서도 꾸역꾸역 옷을 입고 울면서 유치원을 가더라구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니 저도 그저 기다리는 중이에요. 점점 나아지겠지요.^^

비로그인 2010-03-1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예행연습하듯 글 읽습니다. 제가 만약 이런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얘길 할까 말이죠.
생각을 많이했어도 무심하듯 뭔가 단호하게 얘기하면 안될 것 같네요. 그것은 대화가 아닌 다른 "무엇" 이겠죠?..

꿈꾸는섬 2010-03-14 14:12   좋아요 0 | URL
그 다른 "무엇"이 무엇일까요? 아이의 감정을 추스려주고 싶은 엄마 마음과 강하게 키우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너무 달라요. 아마 아이는 그 중간에서 헛갈려 하지 않을까 싶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