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편은 아는 분의 기사로 일을 하기로 했다. 그분은 남편이랑 전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독립해서 자신의 사무실을 운영하시는 분인데, 그곳에 전에 함께 일했던 친구도 있었다. 함께 일할 때도 몸이 안좋아서 - 신장이 안좋아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투석을 해야한다고 들었었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 그만두게 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하고 할줄 아는게 운전이라 자기 차를 무리하게 구입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며칠동안 그 사람이 너무 불쌍하다고 얘기하면서 "그녀석 무리하다가 쓰러질까 걱정이야."라고 했었다. 그래도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고 있긴 한 것 같은데, 사건은 어제 새벽에 일어났다. 

이 사람이 하는 일은 늘 오전 일찍부터 시작한다. 6시전에 집에서 나가는 일이 많다. 보통 사무실에 큰차를 주차해두고 작은차로 출퇴근을 한다. 신랑 친구도 어제 아침 일찍 차를 끌고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었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매일 아침 많지 않은 차들, 익숙한 곳이니 1차선에서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미처 도로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도로 한가운데 1차선과 2차선 사이에 사람이 앉아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뭔가 차에 부딪치는 느낌이 나서 후진을 하고 내려서 확인하니 사람이 치였다는 것이다. 6시가 되기 전의 이른 시간, 술에 취한 젊은 남자가 도로 한가운데에 있었던 것이다. 

늘 열심히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그에게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남편도 나도 너무 안타까워서 할 말을 잃었다. 뭐라고 위로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차와 사람이 부딪히는 사고에서 늘 사람이 우선이란다. 분명 사고를 유발하게 한 만취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해도 주행자의 운전 태만이라는 것이다. 밝은 대낮도 아니고, 아직 해도 뜨지 않아 어두운 가운데 누가 도로 한 가운데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말이다. 차에 치인 젊은 남자는 26세, 금요일 밤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졌다는데 그만 도로에서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그 사람은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는데 그 사람 아버지가 원래대로 살려놓으라고 울고불고 난리라는데, 그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팔은 안으로 굽어서일까? 남편의 친구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해서 가슴이 아프다. 그 사람이라고 사고를 내고 싶어 낸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렵게 어렵게 병을 이겨가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어렵게 다시 옛연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보려던 날들인데, 그 사람 인생을 더 힘들게 헝클어놓은 것은 도로에 누워있던 젊은 남자인데, 그 사람은 깨어나지 않고, 신랑 친구는 멀쩡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피해자가 72시간 안에 사망하게 되면 게다가 사망사고로 구속 수사를 해야한다는데, 내일을 넘길 수는 있는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 

저녁 내내 남편과 내 마음은 무거웠다. 운전하며 살아가는 남편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남 일 같지 않고, 남편의 친구가 져야할 짐이 몇배나 더 무거워 진 것이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고 말이다. 

보험회사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끝이 나면 좋겠지만, 개인합의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이 친구는 차라리 감옥을 가겠다고 한단다. 지금껏 벌어 온 돈도 없고, 심지어 투석 받느라 들어간 돈때문에 지은 빚, 게다가 얼마전 새로 산 큰차,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한 연인, 이 사람에게 너무힘든 짐을 또다시 지워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씁쓸하다. 

사람이 너무 착해서 보통의 가해자라면 나타나지도 않을 병원에 나타나 멱살잡이까지 당하고, 오히려 그렇게 멱살잡이 당하고 모진 소리라도 들으니 살 것 같다니......하긴 젊은 남자의 창창한 미래가 오늘 내일로 끝이 나게 생겼으니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당연히 들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가슴 아픈 얘기를 주고받으며 결국 남편에게 하는 당부는, 당신도 술 너무 많이 마시고 다니지 말아. 그리고 늘 전방을 잘 주시하고 운전할때 안전 또 안전 잊지 말아줘.로 끝냈다. 

이제 더이상 무분별하게 마시는 술문화가 사라지길 바란다. 신입생 O.T에서도 수많은 학생들이 술때문에 죽어가지 않았는가. 결국 이 사고도 술때문에 생긴 사고이니만큼 술은 적당히 즐기면서 마시길 당부 또 당부한다. 

또, 가끔 술에 취해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중년의 위태로워 보이는 아저씨들, 정말 걱정되고 무섭다. 남편에게도 늘 당부하지만 젊을때처럼 마시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고, 사람들 만나는 게 좋다면 술보다는 많은 대화를 하고 오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술버릇, 정말 싫다. 사고는 언제 어느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또 깨닫는다. 

부디 모두들 술에서 벗어나시길. 그래서 억울한 사고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사고자도 피해자도 모두가 피해자라는게 너무도 슬프다. 

이책을 담아두고 있는지가 한참이다. 어제 주문할때 했으면 좋을뻔 했다. 다음엔 꼭 주문해서 남편에게 선물해야겠다. 

우선 술을 줄이도록 권고해야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3-01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3-01 00:51   좋아요 0 | URL
저희집이야 문제가 없죠. 그 친구가 안된거죠. 도로 한복판에 술에 취해 누워있는 사람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까 싶어요. 정말 너무 안되었어요.ㅜ.ㅜ

순오기 2010-03-01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런 일이 생기다니 어떡해요.ㅜㅜ
그저 술이 웬수일수밖에요.
다들 술을 적당히 먹으면 좋은데... 그게 또 어렵나 봐요.ㅜㅠ

꿈꾸는섬 2010-03-01 14:27   좋아요 0 | URL
젊은 남자는 젊은 남자대로 사고낸 사람은 사고낸 사람대로 모두가 피해자인셈이에요. 둘다 너무 재수없는 사고라고 밖에 생각이 안들어요.

세실 2010-03-0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맘이 아프네요. 그 친구분 어째요..그저 다친사람 생명줄을 이어가게 해 주십사하고 기도드리는 수 밖에.. 술은 정말 적당히 마셔야 해요.


꿈꾸는섬 2010-03-02 14:42   좋아요 0 | URL
정말 두사람 다 불쌍하고 안됐어요.ㅜ.ㅜ 술이 인생을 망친다는 말이 정말 맞죠.

같은하늘 2010-03-0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좋아요. 다친 젊은이도 친구분도 모두가 상처네요. 울 옆지기도 술 무지 좋아해서 제가 걱정이라지요.ㅜㅜ

꿈꾸는섬 2010-03-02 14:43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이라도 술은 적당히 마실 수 있도록 바르게 키우고 싶어요. 근데 아빠들이 늘상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아이들도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여길까 그게 걱정이에요.

조선인 2010-03-02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아버지 병원 갔다오는 길에 만취하여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저씨가 정류장에서 하필 버스에 기대서는 바람에 옴쭉달싹 출발도 못 하고 한참을 서 있어야 했어요. 간신히 출발한 뒤에도 그 분이 하도 위태위태하여 내도록 뒤만 돌아봤습니다. 정말이지 술이 웬수입니다.

꿈꾸는섬 2010-03-02 14:43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술이 웬수에요. 어째 술에 취해 버스에 기대고 계셨을까요? 그분은 잘 들어가셨을까 걱정이네요. 술 안 마시는 사회가 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