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의 닉네임인 '꿈꾸는 섬'이 오래전 송수권 시인의 시집 제목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나이가 들어도 꿈을 잊고 살지 않겠다는 나의 작은 바람을 담은 이름이었는데, 마노아님의 말씀에 의하면 노래 제목에도 있단다. 그만큼 나의 감수성은 독창적이질 못했구나란 생각을 했었다.
시는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은 내 바람이 담긴 것과는 조금 다르게 읽힐 수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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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섬
말없이 꿈꾸는 두 개의
섬은 즐거워라
내 어린 날은 한 소녀가 지나다니던 길목에
그 소녀가 흘려내리던 눈웃음결 때문에
길섶의 잔풀꽃들도 모두 걸어나와
길을 밝히더니
그 눈웃음결에 밀리어 나는 끝내 눈병이 올라
콩알만한 다래끼를 달고 외눈끔적이로도
길바닥의 돌멩이 하나도 차지 않고
잘도 지내왔더니
말없이 꿈꾸는 두 개의
섬은 슬퍼라
우리 둘이 지나다니던 그 길목
쬐그만 돌 밑에
다래끼에 젖은 눈썹 둘, 눌러놓고
그 소녀의 발부리에 돌이 채여
그 눈구멍에도 다래끼가 들기를 바랐더니
이승에선 누가 그 몹쓸 돌멩이를
차고 갔는지
눈썹 둘은 비바람에 휘몰려
두 개의 섬으로 앉았으니
말없이 꿈꾸는 저 두 개의
섬은 즐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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