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의 닉네임인 '꿈꾸는 섬'이 오래전 송수권 시인의 시집 제목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나이가 들어도 꿈을 잊고 살지 않겠다는 나의 작은 바람을 담은 이름이었는데, 마노아님의 말씀에 의하면 노래 제목에도 있단다. 그만큼 나의 감수성은 독창적이질 못했구나란 생각을 했었다. 

시는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은 내 바람이 담긴 것과는 조금 다르게 읽힐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꿈꾸는 섬



말없이 꿈꾸는 두 개의
섬은 즐거워라


내 어린 날은 한 소녀가 지나다니던 길목에
그 소녀가 흘려내리던 눈웃음결 때문에
길섶의 잔풀꽃들도 모두 걸어나와
길을 밝히더니


그 눈웃음결에 밀리어 나는 끝내 눈병이 올라
콩알만한 다래끼를 달고 외눈끔적이로도
길바닥의 돌멩이 하나도 차지 않고
잘도 지내왔더니


말없이 꿈꾸는 두 개의
섬은 슬퍼라


우리 둘이 지나다니던 그 길목
쬐그만 돌 밑에
다래끼에 젖은 눈썹 둘, 눌러놓고
그 소녀의 발부리에 돌이 채여
그 눈구멍에도 다래끼가 들기를 바랐더니
이승에선 누가 그 몹쓸 돌멩이를
차고 갔는지
눈썹 둘은 비바람에 휘몰려
두 개의 섬으로 앉았으니


말없이 꿈꾸는 저 두 개의
섬은 즐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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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2-10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시는 좀 슬픈데요. 잘은 모르지만요

꿈꾸는섬 2010-02-11 12: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즐거운 듯 슬픈 듯 하죠.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水巖 2010-02-10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덕분에 요새 새로운 시들을 접하게 되는군요. 잘 읽고 가요.

꿈꾸는섬 2010-02-11 12:17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수암님 서재에서 늘 배운답니다.^^

비로그인 2010-02-10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왠지 "꿈꾸는 섬" 과 "꿈꾸는섬" 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그래도 저 시를 보니 그간 제가 읽은, 남기신 글들과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있는 듯 싶네요^^



꿈꾸는섬 2010-02-11 12:17   좋아요 0 | URL
ㅎㅎ당연히 거리가 있죠.ㅎㅎ
그래도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세요.^^

순오기 2010-02-11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수권시인은 고등학교에서 교편잡았는데 제자와 결혼해서 혹독하게 시달렸지요.
그 아내가 고생 고생해서 오늘의 시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아내의 맨발'을 보면 그 부부의 모습이 보이거든요.
아들 교실 게시판에 붙은 아들의 시를 떼어내며 '시인'이라면 치를 떨었던 부인이지요.^^

꿈꾸는섬 2010-02-11 12:18   좋아요 0 | URL
정말 모르는게 무어랍니까? 호호
아내의 맨발도 찾아 보겠습니다.^^

비로그인 2010-02-1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꿈꾸는 두 개의
섬은 즐거워라', 그래도 이 부분은 꿈섬님과 어울리는데요?

아니 오기언니는 도대체 모르시는게 뭐랍니까?? ㅎㅎ

꿈꾸는섬 2010-02-11 12:19   좋아요 0 | URL
말없이 꿈꾸는 두 개의 섬은 즐거워라/는 부분은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