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엊그제까지 굴리던 차를 내놓았다.
요새 일이 많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실 시골에서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싶으시다는 시부모님들 때문이다. 시골에 내려가실때는 비어있는 종중의 집을 쓰셨는데 막상 살아보니 너무 불편하기도 하고 말들이 많았던가보다. 어느새 2년여가 되어가는데, 두분이 얼마나 마음고생이며 몸고생하며 사셨을까 생각하니 그리 결정하신 것에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마침 좋은 땅이 나왔고 아버님도 나름 계산해보시니 그곳에 터를 잡고 사는 게 좋으실듯하여 급하게 일을 진행하셨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땅을 살 돈을 보내드려야하는데, 사실 우리 통장은 늘 마이너스라 돈 마련이 쉽지가 않고, 남편은 그새 미련없이 차를 내놓았다. 그런데 비수기인 요새 차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고, 이런저런 흠을 잡아 차값을 덜 주려고 한다. 남편도 시세보다는 일이백 적은 돈에 내놓았다는데 그것보다도 더 싸게 구입하려고 한단다. 그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입장 차이겠지만 말이다.
요 며칠 돈에 대한 압박으로 마음이 참 무거웠다. 근데 오늘은 차를 보러 사람이 온단다. 남편은 지금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했으면 한다. 당장 내일모레 내려보내야할 돈을 시급하기에......
마음 한 구석이 요상하다.
차를 파는 게 우리로선 최선일 수 있는데, 차를 팔면 우린 어떻게 되는걸까? 라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은 다른 일자리를 구해보면 될거라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자기 차 굴리며 일하던 남편이 남의 차 굴리며 마음 상해할까 내 마음 또한 편치가 않다.
그래도 오늘 차를 보는 사람과 이야기가 잘 되어 차가 팔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렇게 차를 팔고 남아 있던 빚들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사람들 만나, 제대로 일이 성사되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