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님의 시집이 오랜만에 나왔다. 너무 보고싶어 사실 안달이 좀 나있었는데 며칠전 마노아님으로부터 생일선물을 하고 싶단 글을 받고는 이 시집이 번쩍 생각났다. 처음엔 거절을 했는데 마노아님의 새해 첫선물의 주인공이 될 영광스런 날이 될거라기에 얼른 답글을 달았다. <쓸쓸해서 머나먼>을 보내주세요.ㅎㅎ 

그리고 어제 이 시집을 받았다. 알라딘의 빨간 선물 상자에 정겨운 메세지를 함께 담아 이 시집이 내게로 왔다. 

오늘 아이들 재우며 옆에서 읽었는데, 역시, 최승자님 시는 멋지다. 오랜만에 좋은 시를 읽으며 행복한 밤을 보내고 있다. 

 

 

   
  먼 방 빈 방



빈 방에서
저 먼, 없는 폭포 소리를 듣는다


(먼저는 내가 빈 방을 만들어냈고
빈 방이 저 먼, 없는 폭포 소리를 만들어냈다)


먼 방 빈 방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폭포 소리는 흘러내리는데


호젓이 고즈넉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먼 방, 빈 방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아침 식탁, 커피 한 스푼의 無
커피 물 한 잔의 無限


(창밖에서 한 아이가
사과를 먹고 있습니다
한 세계를 맛있게 먹는 것을
바라봅니다)


어디선가 새가 울고
달이 지고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하늘 虛 한 잔



아침마다 옥상에서 담배 한 대 피운다
눈앞에는 거대한 아파트 군단
그 위로 펼쳐져 있는 회색 하늘
아침마다 그 하늘 虛 한 잔을 마신다


담담하게 밍밍하게


(어쩌면 이 시시한
밀레니엄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새 한 마리조차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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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2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왜 이리 눈에 보이는 모든 시들이 좋을까요..?? 아니 마음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꿈꾸는섬 2010-01-22 23:0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러네요.ㅎㅎ 좋은 시 읽고 좋은 밤 보내세요.^^

gimssim 2010-01-23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시인이 투병 중이란 소문을 들었는데...
마음 절절 끓이는 시를 읽으며...마음을 좀 씻어야 겠어요.

꿈꾸는섬 2010-01-23 10:19   좋아요 0 | URL
중전마마, 처음 뵙겠습니다.^^
제 서재에도 들러주시고 고맙습니다.
저도 한번 놀러갈게요.
시집 받으시면 아마 너무 좋아 감동하실거에요.

프레이야 2010-01-2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집 선물 받으셨나봐요.
쓸쓸해서 머나먼... 시가 아침부터 마음을 울리네요.

꿈꾸는섬 2010-01-23 10:20   좋아요 0 | URL
네, 너무 좋으네요. 저는 어제 밤새 너무 좋아 곱씹어 읽었어요.^^
프레이야님 건강하시죠? 요새 프레이야님 옆지기분이 물어온 사진 너무 좋아요.^^

비로그인 2010-01-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승자 시인의 시가 좋군요..
'다른 세상' 특별히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꿈꾸는 섬님


꿈꾸는섬 2010-01-25 10:4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좋은 시를 보고 좋으셨다니 저도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