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님의 시집이 오랜만에 나왔다. 너무 보고싶어 사실 안달이 좀 나있었는데 며칠전 마노아님으로부터 생일선물을 하고 싶단 글을 받고는 이 시집이 번쩍 생각났다. 처음엔 거절을 했는데 마노아님의 새해 첫선물의 주인공이 될 영광스런 날이 될거라기에 얼른 답글을 달았다. <쓸쓸해서 머나먼>을 보내주세요.ㅎㅎ
그리고 어제 이 시집을 받았다. 알라딘의 빨간 선물 상자에 정겨운 메세지를 함께 담아 이 시집이 내게로 왔다.
오늘 아이들 재우며 옆에서 읽었는데, 역시, 최승자님 시는 멋지다. 오랜만에 좋은 시를 읽으며 행복한 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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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방 빈 방
빈 방에서
저 먼, 없는 폭포 소리를 듣는다
(먼저는 내가 빈 방을 만들어냈고
빈 방이 저 먼, 없는 폭포 소리를 만들어냈다)
먼 방 빈 방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폭포 소리는 흘러내리는데
호젓이 고즈넉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먼 방, 빈 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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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아침 식탁, 커피 한 스푼의 無
커피 물 한 잔의 無限
(창밖에서 한 아이가
사과를 먹고 있습니다
한 세계를 맛있게 먹는 것을
바라봅니다)
어디선가 새가 울고
달이 지고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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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虛 한 잔
아침마다 옥상에서 담배 한 대 피운다
눈앞에는 거대한 아파트 군단
그 위로 펼쳐져 있는 회색 하늘
아침마다 그 하늘 虛 한 잔을 마신다
담담하게 밍밍하게
(어쩌면 이 시시한
밀레니엄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새 한 마리조차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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