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쉬는 주말에 나들이 가자는 남편의 제안에 가족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얼마전 개통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을 가자길래 그럼 청평사에 다녀오자고 했다. 청평사로 가는 길은 소양강댐에서 배를 타고 가는 것과 배후령을 넘어 가는 것 두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이번엔 배후령을 넘어 가기로 했다. 배후령 고갯길이 워낙 꼬불꼬불해서 아이들과 나는 살짝 멀미를 했고 그래서 정상에서 잠시 바람 맞으며 쉬었다.
한 무리의 등산객이 지나가고나서 아이들과 잠깐 산바람을 쐬고 속을 좀 진정시키고서 다시 출발했다. 여기서도 한참을 가서야 청평사에 도착했는데 청평사로 가는 길도 엄청 꼬불꼬불, 결국 현수가 조금 토했다. 그래도 금새 맑은 공기 마시고 계곡물소리 들으며 청평사로 올라가니 아이들 저절로 신나는지 겅중겅중 뛰어다녔다. 물론 청평사 올라가는 곳곳이 무지 가파르다. 그 바람에 현수는 아빠 목에 걸쳐 앉아 무등타고 신나게 올라갔고 현준이는 샘을 냈지만 그래도 즐거워했다.
청평사에 전해내려오는 당나라공주와 상사뱀의 이야기를 동상으로 재현해 놓았다.
현수를 둘러매고 현준이와 나란히 상사뱀이 돌아나갔다는 회전문 안으로 올라가고 있다.
절에서 사진찍는 걸 싫어하시는 보살님들을 피해 극란전 문살 앞에서 한장 찍어 주었다. 현준이가 인상을 쓰는 이유는 현수가 가파를 계단을 혼자서 위험스럽게 올라오고 있어서였다.
회전문위에 올라서 밖을 내다보니 그 경치가 장관이다. 역시 절들은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청평사 구경하고 내려와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아이들이 신나했다. 이제 제법 물이 차가워서 오래 담그는 건 무리다. 잠시 앉아 발 쉬고나니 땀이 쏙 들어갔다.
청평사에서 나오는데 아이들이 차에서 잠이 들었다. 이참에 양구쪽으로 차를 돌려 박수근 미술관에 들러 오자고 했을때 남편이 구불구불한 길은 이제 그만 가고 싶다고 싫다고 했지만 결국 우겨서 양구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양구가는 길이 터널이 생겨서 길도 편해졌고 정말 금새갔다.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터널이 생긴 줄 몰랐던 남편이 어찌나 다행스러워하던지 덜 미안했다.
돌을 쌓아 만든 전시실이 독특하다. 이곳에 박수근 화가의 유품과 유화, 수채화, 도로잉, 판화, 삽화가 전시되어 있다. 한적한 토요일 오후 혼자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양구군립미술관이라 입장료는 천원.
가난한 서민의 소박한 삶, 우리의 일상의 정겨운 모습이 담겨있는 화가의 따뜻한 작품들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려놓은 듯 정겹다.
전시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화백의 묘로 가는 길과 동상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어 있다. 동상이 놓여있는 이곳에 앉아 일상의 모습들을 그려냈겠지.
제2전시관, 기획전시실이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근현대미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세미나실도 있어서 양구군의 문화적인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 나오는 화가 옥희도가 박수근 화가가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본다는 말이 맞다.
청평사와 박수근 미술관에 다녀오고 춘천에 사는 현준이 고모네 들러 거나한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섰는데 배웅나온 고모부가 둘째아이를 목마 태우고는 큰 딸아이와 장난치다가 그만 아이를 떨구었다. 대리석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아이의 둔탁한 부딪힘 소리에 우리 모두 너무 놀랐고 아이도 심하게 울어댔다. 결국 운전사가 되어 응급실로 데려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다행이도 아무 이상이 없단다. 아이들 열살까지는 삼신할머니가 돌봐주신다는 얘기가 맞는 건지 아이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은 모두 차에서 곯아떨어졌고 남편도 술기운에 졸고 나도 하루종일 피곤한데 아이 데리고 응급실 갔다가 되돌아오려니 몹시 피곤해서 길을 잘못드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래도 무사히 귀가했고 다음날 아이가 괜찮은가 전화했더니 평상시와 똑같이 행동하고 잘 논단다. 정말 다행이었고 무지 긴 하루였다. 어제는 하루종일 방콕해있었더니 현준이가 조금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애들도 피곤한지 낮잠을 한참 잤다.
여행은 떠나는 설레임과 집을 돌아오는 안정감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