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의 힘
80년 광주에 대한 기억이 내겐 정확하게 없다. 그때 나는 일곱살이었고, 드문드문 뉴스를 보며 데모하는 모습이 나오면 폭도, 빨갱이는 죽여야지.라고 했던 어른들의 얘기들만 듣고 자랐으니 그때나 조금 더 커서나 데모를 하는 건 나쁜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때 멋진 담임 선생님을 만났었고 그분을 통해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좋은 책들도 많이 읽게 되었다. '원숭이의 꽃신', '우동 한 그릇', '마루타', '돌베게'(이건 중3때 선생님이 빌려주셨었다.) 등등 제대로 기억하는 건 없지만 하여튼 그랬다. 고등학교때는 태백산맥, 토지, 남부군 같은 책들을 읽었고, 그러면서 우리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눈이 떠졌던 것 같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리랑, 봄날같은 책을 읽었다. 봄날을 쓰신 임철우 교수님은 은사님이기도 하다. 그분의 팬이기도 했고 그분의 소설을 좋아했던터라 그분의 수업을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얘기할 기회도 여러번 있었는데 그분이 이런 얘길 했었다.
80년 광주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은 부끄러워 살 수가 없었다고, 나의 친구가, 나의 가족이 죽어갔지만 나는 그곳에서 도망쳐나왔다. 살아있다는게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단다. 그때부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셨단다. 그때의 이야기를 밖으로 내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단다. 그것이 산자의 몫이라고. 그 말씀이 너무 좋았다. 그게 살아있는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는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한다.
용산참사나 쌍용자동차노동자들을 위해서 앞으로 나가서 싸우진 않았지만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고 그들의 진실을 왜곡하려는자들에게 해명을 하려고 한다. 나만이 아니라, 분명 우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기억한다면 꼭 그분들의 이야기도 세상 밖으로 나와 진실을 알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잘 살아야 한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진실을 왜곡하려는 자들과 맞서야하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