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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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의 책을 읽다보면 항상 마음이 불편하다.
어디를 찌르면 제일 독자가 찔려하고 마음 불편해할지 아는 듯하다. 

80년 광주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괴로워하는 친구를 보며 해금이 자신에게 묻는다.
(친구가 죽었는데도) 나는 왜 잠도 잘 자고 밥도 잘먹는거냐고.....  

20살, 무엇을 해도 어떻게 꾸며도 어여쁠 그 시절
이제 막 어른의 문턱을 간신히 넘어와 세상이 모두 아름다워 보여야 마땅할 시절.
세상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고 외치고 싶을 그 시절
하지만 광주에 묶인 그들에겐 그렇게 치기어리고 예쁘야 할 시절, 그리고 좀 이기적이어도 괜찮을 그 시절을 늘 다른 것, 다른 사람의 고통, 다른 세상에게 빼앗겼다.
누구도 친구의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누구도 당당할 수 없었던 시절들....

80년 광주에서만 그럴까?
2009년 대한민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나는 여전히 밥도 맛나게 먹고, 잠도 잘잔다.
용산에서 사람이 죽어도, 쌍용노동자들이 절망적인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때도....
같은 사람이 누구는 저렇게 죽도록 고생하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밥이 잘 넘어가도 되는건가?
마음속에서는 저들이 저러고 있는데 나는 이러고 있어도 되는건가라며 아우성을 치는데,
저들이 바로 나잖아! 근데 왜 나는 여기서 이렇게 사소한데만 목숨걸고 사는거냐고 난리인데,
그래도 그래도 밥은 목구멍으로 잘도 넘어간다.

친구 승희의 엄마는 처음으로 해금에게 진짜 위로를 던진다.  
"악아, 우지 마라. 사는 것은 죄가 아닌게로 우지를 마라."
그래 살려면 밥도 먹고 잠도 자야지...
사는건 죄가 아니라잖아.  
해금아 너도 그리고 나도 살자. 살아야지...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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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살아있는 사람의 도리
    from 마주하다 2009-08-28 00:57 
    80년 광주에 대한 기억이 내겐 정확하게 없다. 그때 나는 일곱살이었고, 드문드문 뉴스를 보며 데모하는 모습이 나오면 폭도, 빨갱이는 죽여야지.라고 했던 어른들의 얘기들만 듣고 자랐으니 그때나 조금 더 커서나 데모를 하는 건 나쁜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때 멋진 담임 선생님을 만났었고 그분을 통해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좋은 책들도 많이 읽게 되었다. '원숭이의 꽃신', '우동 한 그릇', '마루타', '돌베게'(이건 중3때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