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유난히 피곤해서 온식구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데려와서 실컷 신나게 논 현준이는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고 중간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다시 잠이 들었고, 현수는 원래 9시정도면 잠이 들고, 남편도 유난히 피곤한 얼굴을 하고 와서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나도. 

일찍 잠이 든 날은 새벽 무렵에 설핏 잠이 깨기도 하는데 잠결에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 듯, 마는 듯했다. 그런데 전화벨이 하도 오랫동안 울리니까 남편이 부스스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다. 새벽에 울리는 전화는 보통 2가지가 아닐까. 하나는 안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 또 하나는 잘못 오거나 장난전화. 

결혼전, 한밤중에 전화가 몇날밤 걸려왔었다. 사귀던 분이 다른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분이 나에게 악의가 가득했던 전화를 했었다. 그땐 정말 너무 무서워서 사귀던 분과 당장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한방을 쓰던 노처녀 큰언니가 없었다면 내가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을 것 같다. 전화기 붙잡고 벌벌 떠는 내게 전화기 빼앗아 경찰에 신고한다고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화를 내주었다. 내가 사귀던 분과 헤어진 이후 전화는 오지 않았다. 

결혼초, 늦은 밤이나 새벽에 내 휴대폰이 많이 울어댔다. 결혼전에 사귀었던 분이 가끔씩 뜬금없이 전화를 해대는 통에 남편과 내가 얼마나 공포스러워했는지 모른다. 부지불식간에 울리는 전화벨 때문에 휴대폰을 꺼두었는데 가끔 잊고 켜둔 날은 여지없이 울리고 남편에게 미안해서 밤새 잠을 뒤척였었다. 남편은 내가 미안할까봐 자는척했지만 그가 깼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게 참고 지내다가 큰 아이 낳고 한밤중에 전화 울리니까 그땐 남편이 받아서 정중하게 거부의사를 표현했다. 그날은 내가 자는척했던 것 같다. 물론 그뒤로 전화는 오지 않는다. 

요즘은 한밤중이나 새벽에 거의 전화가 오지 않는다. 정말 나쁜 일 말고는 새벽에 전화 올 일이 없다. 우리집 전화는 결혼초에 쓰던 걸 해지하고 시부모님이 쓰시던 전화를 쓰고 있어서 거의 공개가 되지 않았고, 보통은 휴대전화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하러 나가던 남편이 어제 전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가 '여보세요'하는 말만 듣고 있더란다. 아침에 일어나서 수신확인했는데 집근처의 모르는 전화번호다. 누구에게 걸려왔는지 알 수 없는 전화라 그냥 장난전화로 생각하면 될텐데 그게 잘 되질 않는다. 

새벽에 울리는 전화는 정말 기분이 나쁘다. 제대로 된 용건이 아닌 전화라면 더 그런 기분이 든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엔 정말 적당하지 않은 시간이 아닌가 말이다. 때론 너무 공포스러운게 새벽에 울리는 전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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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1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음란 장난전화 때문에 엉엉 운적도 있어요.
혼자사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
나쁜놈들!!

꿈꾸는섬 2009-08-19 00:21   좋아요 0 | URL
정말 무섭죠...저도 겪었던 일이라...늘 조심하세요.^^

세실 2009-08-20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인기 많으셨던 꿈꾸는섬님이 연상됩니다. 결혼후에도 전화가 오는군요...히

꿈꾸는섬 2009-08-20 10:54   좋아요 0 | URL
세실님의 오해세요.^^ 인기가 아니라 집착이었겠죠.ㅠ.ㅠ

같은하늘 2009-08-2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벽에 핸드폰으로 이상한 전화 받아본적 있는데...
그거 굉장히 기분 나쁘더라구요...

꿈꾸는섬 2009-08-21 10: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요새는 낮에도 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