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남편 친구 가족들과 속초에 다녀왔다.(3가족과 남자2) 가는길에 대명설악 눈썰매장에서 눈썰매를 타고 잠시 바닷가에서 바다구경을 하고 회를 떠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우선 밥을 하고 준비해갔던 고기를 볶아서 아이들 밥상에 놓아 먼저 밥을 먹였다. 그 사이 남자들은 술판을 벌었다. 물론 그럴 수 있고 그런 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아이들을 먹여놓고 아이들이 노는 동안 어른들이 모두 모여 회를 먹으며 술도 한잔씩 마셨다.
2년동안 두달에 한번씩 만나서 서로 안부도 묻고 사는 얘기를 나누며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었다. 처음 이 모임을 남편이 내게 제안했을 때 친구들과 모임을 할 건데 모두들 가족모임을 하고 싶어한다고 했었다. 가족들 모두를 동행해서 만나는 모임, 참 좋다고 생각했다. 평소 남편 친구들의 순박함이나 털털함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술을 너무 마시진 않을까 걱정을 했었지만 큰 아이 낳고 변변한 외출도 친구들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기에 흔쾌히 승낙을 하고 모임을 지속해 나갔었다. 게다가 남편이 이 모임의 회장을 맡길 바라는 친구들 때문에 회비 문제며 매번 모임의 장소나 시간 기타 경조사 회비문제 등 여러가지로 신경이 많이 쓰였었다. 그런데 이 모임의 성격은 늘 술판을 벌이는 남자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갔고 나는 그런 게 싫었다. 일년반 정도는 큰아이가 어렸고 내가 둘째를 갖고 둘째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매번 먼저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그 친구들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남편이 그렇지 않으니까 우선은 그걸로 조금은 이해하고 넘어갔던 일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분개했던 건 지난 가을 모임에(낮부터 술판을 벌였다) 한 친구가 술이 취해 행패를 부렸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제 왜 또 저래?"였다. '또'라니 그럼 매번 그렇다는 것. 남편의 친구의 부인 중 한분이 그 사람은 원래 저런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목격했던 건, 3학년 아들에게 갑자기 다가가 따귀를 마구 때리고 머리통을 때렸던 것, 그것만이 아니라 5살 된 아들에게도 함부로 했다는 것.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남편에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항의를 했지만 남편은 다 큰 친구에게 좋은 소리도 한두번이라고 게다가 술이 취했으니 다음에 얘기하겠다는 것. 그러다 두달이 지나서 연말에 만났을 때 똑같은 행태를 보인 그 사람,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 애들을 데리고 계속 만나야하는 걸까? 회의가 들었다.
2년의 모임에 이제는 여행 한번 가자는 제의에 다들 너무 가고 싶어하는데 거기에 초를 칠 수 없어 막연히 승낙을 하고 남편에게 저번과 같은 일이 없게 해달라 부탁을 하고 가족 여행인만큼 남자들이 조심해주길 당부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남자들은 술 마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실 내가 가장 기분 나쁘고 화가났던 건, 남편이 내게 너무 예민한거 아니냐고 말했던 사건은 노래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저녁과 술을 적당히 한 사람들이 노래방에 가자고 제안을 했다. 노래방에 직접 전화를 걸어 노래방 2개를 예약까지 해놓았다. 우리가 5가족이었고 한 가족이 4인이었으니까 물론 인원이 많았다. 물론 2가족이 남자들만 오긴 했다. 그런데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남자들이 사라졌다. 건너편 방에서 부인과 아이들 몇몇이 노래를 불렀고 우리방에서도 나와 우리 아이들 그리고 부인한명이 노래를 불렀다. 한시간이 거의 지나가도 나타나지 않은 남자들, 거기에 맞장구치며 사라진 내 남편에 대한 화가 불같이 났다. 이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남자들끼리 잠시 놀고 싶었다면 먼저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노래방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어주면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 하다가 돌아오겠다고 먼저 말을 해두었다면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화가나서 방으로 올라갔는데 물론 나도 치우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치우지 않아서 숙소는 정말 난장판이었다. 잔뜩 늘어져 있는 방을 보는 순간 정말 더 많이 화가 났다. 상을 치우고 정리를 하고 설거지를 다 하고 나니 나타나는 다른 가족들과 남자들, 정말 화가 많이 났었다. 게다가 또 술을 잔뜩 사들고 들어온 남자들에게 아이들 재우고 먹으라고 그렇지 않을거면 나가서 먹으라고 말했다. 물론 나도 술을 좀 마셨고 화가 난 상태라 곱게 말하진 않았다. 거기에 맞대응하며 다른 집 남편이 내게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고 막막을 했다.(내가 술이 취해 주정을 한다는 듯) 안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너무 졸려 계속 칭얼거리던 참이었고 방으로 들어가서 씩씩거리며 아이들을 재웠다. 남편은 친구들에게 더이상 나가지 않고 물론 방에서 잠을 잤다. 그전에도 이미 많이 마신 탓이기도 했거니와 내가 너무 창피해서 나가지 못했을 거다. 그러고도 12시가 한참 넘도록 볼륨을 엄청 높이 TV소리와 그들의 왁자지껄 소리지르며 술 마시는 소리, 그때까지도 과자부스러기 먹으며 시끄럽게 노는 아이들 소리에 나는 쉽게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난 아이들 밥을 먹이기 위해 여러사람 먹을 밥과 국을 끓여놓았더니 염치없게 다들 너무 맛있다며 잘들 먹었다. 잘 먹으면 고마워해야하는데 전혀 고맙지가 않은 여행이었다. 남자들과 똑같이 술 마시고 놀았던 다른 부인들 일찍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누군가가 움직이기 전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고 눈치보는게 정말 싫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먼저 짐을 정리해서 그곳을 나왔다.(사실 고모네 아기 돌이여서 서두를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와 아이들은 다시는 그 모임에 나가지 않겠다고 남편에게 선언을 했다. 자기 가족들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남편의 친구라는 이유로 내가 2년동안 참고 만나온 것만으로도 내가 남편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보고 배울게 없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는 것도 엄마인 나로서는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내가 너무 예민하다는 남편, 남편은 우선 자기가 우리 가족에게 잘 하니 나나 아이들에게 부끄럽진 않겠지만 그런 친구를 아이들에게 계속 보여주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 사람들에 대한 실망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바뀌지 않는 한 남편도 그 모임에 나가는 걸 반대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