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와 파수꾼의 탑 치우 판타지 시리즈 2
이준일 지음 / 문학수첩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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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와 파수꾼의 탑'은 판타지 소설이 지닐 수 있는 재미가 가득하다. 우연히 자신을 힘을 알게 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 마법세계의 내분과 마법세계와 인간세계와의 대결은 흥미를 더 한다. 파수꾼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가이아 랜드를 구한 적이 있는 주인공 치우를 중심으로 마법사의 땅 가이아 랜드의 일어나는 위험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위대한 마법사의 손녀 올리비아는 치우가 떠난 후 가이아 랜드 곳곳의 방어막이 뚫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마법사의 세계를 철저히 숨길 수 있었던 장막이 위험에 빠지게 되자 헤르나의 기억을 갖고 있는 치우를 다시 찾고자 인간세계로 떠나게 된다. 무수한 어려움을 겪으며 마침내 찾게 된 치우 곁에는 이미 악녀 메데스티가 보낸 가짜 올리비아가 있었다. 치우의 모습과 행동 또한 전에 알던 치우의 모습이 아니었고 올리비아는 끊임없이 진짜 올리비아임에도 가짜로 오해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치우는 자신의 또 다른 영혼 로딘에 잠식되어 있는 상태였고 가이아 랜드의 위험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자신의 익힌 마법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며 주위 사람들을 계속해서 불편하고 있다. 이에 올리비아는 깊은 슬픔과 좌절을 느끼지만 진짜 치우의 존재를 느끼게 되면서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가이아 랜드를 악에서 구하고자 힘을 내게 된다. 

'치우와 파수꾼의 탑'은 진짜와 가짜의 존재 구도를 가면서  성실한 치우와 이기적인 로빈, 가짜 올리비아와 청바지 올리비아를 심리적으로 몰고 가며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진진하게 해주고 있다. 또한 마법사의 땅 가이아가 존재할 수 있었던 숨겨진 이유와 파수꾼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전편과 연결점을 이어주고 있다. 

놀라운 힘을 가진 마법사 치우가 자신의 힘을 통제할 수 있고 더욱 더 발전,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치우의 또 다른 자아인 로빈을 통해서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또 치우 본인의 모습일 때는 가족 앞에서는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마법사 치우는 완벽한 마법사가 아니다. 때론 중대한 결정 앞에서 한 없이 망설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결정을 내리기도 하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진행 중인 마법사이다. 시리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판타지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시리즈가 될 것 같다. 전 편을 읽지 않아도 내용상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좀 더 치우와 가이아 랜드의 연결점을 찾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도 즐거울 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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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
데이비드 헌트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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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밝고 활기 넘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보여 지는 이미지와 또 다른 샌프란시스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독특하고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도시의 이면을 이야기하며 생생한 캐릭터들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색맹에 광 과민 증세를 지닌 주인공 사진작가 ‘케이’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흑과 백, 음영으로만 보이며, 특히 눈에 무리를 주는 낮보다는 어두운 곳과 밤에 시야가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밤이야말로 그녀의 세상이 되는 인물이다. 그녀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남창 친구 팀은 양성적인 모습을 동시에 지닌 묘한 분위기를 지닌 순교자의 꿈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인 쌍둥이 누나 애리앤은 팀의 신비로운 외모에 야성적인 느낌을 주는 강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또한 빵을 굽는 일에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전직 경찰출신 아버지와 그의 과거 동료들과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알게 된 레즈비언 여형사 힐리, 숨겨진 비리와 진실을 찾고자 케이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탐사보도기자 조얼이 있다. 그밖에 다양한 과거와 욕망을 지닌 채,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인물들이 샌프란시코의 밝은 햇살 속에서 케이의 눈에 비친 흑백 영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걸치면서 그들의 비열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색맹에 광 과민증인 케이의 시각으로 컬러로 가득한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단번에,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것처럼 강렬하게 환치시키며 그녀의 눈을 통해 흑과 백, 음영으로 세상을, 도시를, 거리를, 인물들을 바라보게 된다. 너무나 많은 색에 노출되어 있는 세상에 살고 있고 그러한 색들의 향연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있는 시점에 케이의 시선은 잠시나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고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색을 전혀 보지 못하는 케이는 다양한 생활 속의 경험으로 색을 느끼려고 하고 뒷골목 거리의 사람들을 담백한 시선으로 그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느낄 줄 아는 인물이다. 그녀는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들 자체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고 이해하고 잔인한 시체로 발견된 팀을 위해, 아버지의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알기 위해 비열하고 잔인한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맞서는 모습은 캐릭터에 특별한 힘을 실어주며 진한 감동을 준다. 

팀의 죽음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팀이 존재를 숨겨왔던 누나 애리앤과 그들의 삶을 송두리 채 바꿔버린 마술 '저맨서'를 가르친 마술사 삼촌과의 치명적인 사건과 과거를 알게 되는 과정을 흑백의 차분한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생 날것의 느낌의 컬러의 같은 격렬한 동적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건 전체를 이끌어간다. 그래서 더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설이 되어 많은 잔상을 남긴다. 흑백사진 한 장이 모든 감정을 간직한 채,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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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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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를 막 읽기 시작했을 때,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인 헨리 키터리지와 아이 크리스토퍼에게 항상 퉁명스럽게 대하고 매사에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엄마 올리브가 불편했다. 왜, 올리브가 중심이 되어야하지 하는 의문마저 들었었다. 그만큼 올리브는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고 그럴 생각조차 없는 여성이었다. 매사에 자기중심적이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절대 먼저 사과하는 법이 없는 고집이 가득한 여성이었기에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도 감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남편 헨리만큼 편안하게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여인, 가슴 속에 사랑을 조심스럽지만 불같이 키워 간직했었던 여인, 그 사랑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을 때 느꼈을 그녀의 고통, 평생을 함께 할 줄 알았던 헨리의 죽음으로 인한 회한, 살갑게 대하지 못했었던 이유로 점점 멀어져만 가는 아들 크리스토퍼에 대한 사랑, 그리움과 서운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별난 사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특별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였고 작은 마을의 중학교 선생님이었던 여인이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와 나와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노년이 되어 올리브는 헨리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자꾸만 엇갈리는 아들 크리스토퍼에게 진심을 전해야 되고 새로운 친구 잭 케니슨과의 우정 어린 사랑도 이어 나가야 한다. 삶은 끝나지 않았고 그래서 하루하루를 작은 추억을 만들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당당하게 고집스럽게 살아낼 것이다. 그녀처럼 우리도 삶을 살아가야 한다. 기쁨도 고통도 회한도 가슴에 간직한 채.......

멀게만 느껴졌던 노년의 삶은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오늘의 하루가 모여 세월을 만들고, 그 세월이 나를 언젠가는 노년의 올리브와 같은 시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죽을 때 고통스럽지 않고 죽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을, 할머니이기 전에 여자인 올리브의 모습을 보며 큰 눈물방울 툭!! 떨어지듯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오늘도 삶이 그녀를 놔줄 때까지 열심히 씩씩하게 남자 운동화를 신고 새벽 산책을 할 그녀를 그려보며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삶이란 선물같은 것이라고 하지만 살아갈 때는 정작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통해서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나의 삶을 생각해보고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라는 소망이 생긴다. 삶은 그 멈춤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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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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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리석은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하게 되는 행동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또 전하면서 살을 붙이고 감정에 따라, 이리저리 보기 좋게도, 흉하게도 전하면서 은근 즐기는 것이다. 기쁜 일을 전하면서도 그 당사자에게 느끼는 감정에 따라 전하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달리하여 순수한 기쁨에 부러움에 더 할 때도 있고, 완전 자기 식으로 전하는 이야기를 전혀 다른 식으로 보이게끔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 이야기를 하는 자들의 우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행위이다. 그런데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멈추어지지 않는 오락(?)처럼 되어 버린 것이 현실이다. 연예인들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판단하고 한순간의 재미거리로 만들어 버리고 나와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여전히 재생산하고 있다. '우행록'은 이러한 인간들의 어리석은 비틀어진 심리를 인터뷰 형식으로 파헤치고 있다.

 남부럽지 않은 엘리트 남편 다코와 아름다운 아내 나쓰하라, 아이들 둘이 도쿄 시내의 한적한 고급 주택가에서 무참히 살해당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그 사건은 모든 방송국, 신문들이 대서특필되면서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게 된다. 많은 리포터들과 기자들이 피해자들의 주변 인물들과 지인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과거와 현재가 드러나게 된다. 인터뷰를 한 지인들은 각자 자신들의 느끼는 대로 피해자들에 판단하고 재평가하면서 전하는 은근한 재미를 드러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뜨끔하면서도 이렇게 피해자들에 대해 떠들어대는 지인들이 지겹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었다. 멈출 것 같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슬슬 부담스러워졌고 더 이상 알고 싶지가 않아지는 부분들이 생긴다. 그때마다 작가는 각 장마다 또 다른 여자의 모놀로그를 삽입시켜 환기를 시킨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각장마다 등장하는 한 여자의 고백이 생뚱맞게 느껴진다. 도대체 이 여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어떤 관계인지, 여자의 정체는 무엇인지 내내 궁금증을 유발한다. 결국 밝혀지는 진실에 아하! 하는 숨이 내뱉어진다. 

'우행록' 읽으면서도 또 읽고 나서도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우행을 결코 멈출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렇게 주절주절 나와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못하고 계속 떠들 것만 같아서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더 두려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또 어딘가에서 악의는 없어! 하면서 또 다시 시작될 '우행'이 그려지기 때문에 더 끔찍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피해자들의 우행, 지인들의 평가하고 판단하며 즐기는 우행,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모두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독자들의 우행을 모두 모아 가슴 억눌리게, 얼굴 화끈거리게 보여주고 있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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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지음, 이희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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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클로델의 '브로덱의 보고서'는 가슴을 조여오는 아픔을 준다. 브로덱이 겪은 숱한 고통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시간들을 무자비하게 지워버린 시대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어리석은 개인들이 집단의 무지한 힘으로 일으키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은 공포, 그 자체이다. 자신들의 치부를 보여주는 거울 같은 존재를 거부하고 그 거울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집단의 두려움은 나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닮은 사람들 같아 스르륵 돌아서고 싶기도 하고 맞서고 싶기도 해진다.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집단 이기심과 수치심이 만들어낸 두려움과 어리석움의 모습이었고 그로 인해 브로덱과 안더러('다른 사람, '타자' 라는 뜻)는 이유도 모른 채 '이방인'이 되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런 시간들을 견뎌야 했고 안더러는 잠시 승리자였던 이유로 인해 비싼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끔찍한 전쟁을 겪은 지 얼마되지 않는 시기에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지대의 폐쇄적인 작은 마을에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그들만의 독특한 방언을 쓰며 낯선 자에 대한 거부감과 심한 불관용성을 지닌 마을 사람들 눈에는 그가 신기한 존재에서 이물질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집단 광기는 표출되고 결국 사건이 일어난다. '에라이그니스'(방금 일어난 일)이 일어났던 그날 밤 슐로스 여인숙에 모인 마을 남자들에 의해 갑자기 사라진 안더러 사건의 전말을 보고서로 작성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끔찍한 진실은 더욱 더 모른 채 조용히 살고 싶은 브로덱에게 물증은 없지만 마을 전체가 작당모의한 집단 범죄임이 확실한 사건을 조사해 보고서로 제출하라는 지시에 브로덱은 사건을 조사해 가는 과정에서 전쟁 전과 후의 사건들과 브로덱의 겪어야 했던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고 안더러가 자신과 같은 또 다른 '낯선 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브로덱은 요청받은 보고서외에 진짜 숨은 진실을 담고 있는 비공식 보고서를 쓴다.  

30여 년을 가족처럼 지내왔던 사람들에 의해 배척당하고 내몰려 '인간 브로덱'에서 '똥개 브로덱'으로 보내야 했던 지옥의 시간을 경험한 브로덱과 그들과 '다름'을 지녔고 타자의 눈으로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볼 줄 알았던 안더러는 그들에게는 그저 공포를 전해주는 '낯선 자(타자)'였다. 타자에 대한 무지한 어리석음이 모인 두려움이 얼마나 극한 상황으로 내몰 수 있는지, 이기적인 집단 광기에 의해 한 개인이 철저하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이 보여주는 집단 광기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은 전쟁을 일으켰던 이들의 잔혹성을 점차 닮아가고 사건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편을 가르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평화는 깨지고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는 순간을 화들짝 느끼게 된다. 집단 무의식이든 어리석음이 동반한 두려움 때문이든, 여전히 '타자'를 인정하지 못하고 배척하게 된다면 우리는, 나는 그 폐쇄적인 마을에서 추악한 모습의 '같음'만을 추구하는 그들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와 다른 생각,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인간은 인간일 수 있게 된다는 진실을 브로덱의 보고서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필립 클로델'의 '브로덱의 보고서'는 눈물이 메말라지는 아픔을 준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울컥하고 인간이 보여주는 추악하고 무자비한 잔혹함에는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는 메마름과 깊은 한숨이 나온다. 마음속 혼돈을 잠재운 채, 그저 담담하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브로덱의 글에서, 목소리에서 그의 눈빛에서 무수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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