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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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를 막 읽기 시작했을 때,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인 헨리 키터리지와 아이 크리스토퍼에게 항상 퉁명스럽게 대하고 매사에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엄마 올리브가 불편했다. 왜, 올리브가 중심이 되어야하지 하는 의문마저 들었었다. 그만큼 올리브는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고 그럴 생각조차 없는 여성이었다. 매사에 자기중심적이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절대 먼저 사과하는 법이 없는 고집이 가득한 여성이었기에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도 감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남편 헨리만큼 편안하게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여인, 가슴 속에 사랑을 조심스럽지만 불같이 키워 간직했었던 여인, 그 사랑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을 때 느꼈을 그녀의 고통, 평생을 함께 할 줄 알았던 헨리의 죽음으로 인한 회한, 살갑게 대하지 못했었던 이유로 점점 멀어져만 가는 아들 크리스토퍼에 대한 사랑, 그리움과 서운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별난 사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특별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였고 작은 마을의 중학교 선생님이었던 여인이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와 나와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노년이 되어 올리브는 헨리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자꾸만 엇갈리는 아들 크리스토퍼에게 진심을 전해야 되고 새로운 친구 잭 케니슨과의 우정 어린 사랑도 이어 나가야 한다. 삶은 끝나지 않았고 그래서 하루하루를 작은 추억을 만들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당당하게 고집스럽게 살아낼 것이다. 그녀처럼 우리도 삶을 살아가야 한다. 기쁨도 고통도 회한도 가슴에 간직한 채.......

멀게만 느껴졌던 노년의 삶은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오늘의 하루가 모여 세월을 만들고, 그 세월이 나를 언젠가는 노년의 올리브와 같은 시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죽을 때 고통스럽지 않고 죽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을, 할머니이기 전에 여자인 올리브의 모습을 보며 큰 눈물방울 툭!! 떨어지듯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오늘도 삶이 그녀를 놔줄 때까지 열심히 씩씩하게 남자 운동화를 신고 새벽 산책을 할 그녀를 그려보며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삶이란 선물같은 것이라고 하지만 살아갈 때는 정작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통해서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나의 삶을 생각해보고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라는 소망이 생긴다. 삶은 그 멈춤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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