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
데이비드 헌트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밝고 활기 넘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보여 지는 이미지와 또 다른 샌프란시스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독특하고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도시의 이면을 이야기하며 생생한 캐릭터들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색맹에 광 과민 증세를 지닌 주인공 사진작가 ‘케이’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흑과 백, 음영으로만 보이며, 특히 눈에 무리를 주는 낮보다는 어두운 곳과 밤에 시야가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밤이야말로 그녀의 세상이 되는 인물이다. 그녀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남창 친구 팀은 양성적인 모습을 동시에 지닌 묘한 분위기를 지닌 순교자의 꿈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인 쌍둥이 누나 애리앤은 팀의 신비로운 외모에 야성적인 느낌을 주는 강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또한 빵을 굽는 일에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전직 경찰출신 아버지와 그의 과거 동료들과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알게 된 레즈비언 여형사 힐리, 숨겨진 비리와 진실을 찾고자 케이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탐사보도기자 조얼이 있다. 그밖에 다양한 과거와 욕망을 지닌 채,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인물들이 샌프란시코의 밝은 햇살 속에서 케이의 눈에 비친 흑백 영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걸치면서 그들의 비열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색맹에 광 과민증인 케이의 시각으로 컬러로 가득한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단번에,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것처럼 강렬하게 환치시키며 그녀의 눈을 통해 흑과 백, 음영으로 세상을, 도시를, 거리를, 인물들을 바라보게 된다. 너무나 많은 색에 노출되어 있는 세상에 살고 있고 그러한 색들의 향연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있는 시점에 케이의 시선은 잠시나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고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색을 전혀 보지 못하는 케이는 다양한 생활 속의 경험으로 색을 느끼려고 하고 뒷골목 거리의 사람들을 담백한 시선으로 그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느낄 줄 아는 인물이다. 그녀는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들 자체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고 이해하고 잔인한 시체로 발견된 팀을 위해, 아버지의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알기 위해 비열하고 잔인한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맞서는 모습은 캐릭터에 특별한 힘을 실어주며 진한 감동을 준다. 

팀의 죽음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팀이 존재를 숨겨왔던 누나 애리앤과 그들의 삶을 송두리 채 바꿔버린 마술 '저맨서'를 가르친 마술사 삼촌과의 치명적인 사건과 과거를 알게 되는 과정을 흑백의 차분한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생 날것의 느낌의 컬러의 같은 격렬한 동적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건 전체를 이끌어간다. 그래서 더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설이 되어 많은 잔상을 남긴다. 흑백사진 한 장이 모든 감정을 간직한 채, 시선을 붙잡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