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미란다 줄라이 지음, 이주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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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별반 다르지 않아. 우리는 비슷하게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또 때론 절망스러운 정도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 하지만 우리는 곧 일상에 묻혀 잊게 되고 또 그러한 일들을 반복하게 될 거야. 별로 재미있는 삶은 아니지, 영화에서처럼 극적이지도 않고... 그래, 그게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삶이야.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에는 16편의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외롭다. 그 외로운 삶을 서로 위로하며 그냥 저냥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이렇게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이 아닌, 뭔가 극적이고 하루하루가 정말 신나고 재미난 일들이 모험처럼 벌어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내심 믿고 십대 시절을 보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내가 꿈꾸는 멋진 삶, 모험이 가득한 삶이란 영화,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극적이고 멋진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소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모험에 뛰어들지 못하기 때문에 모험을 다룬 영화, 소설이 가장 큰 인기를 끈다는 것을....... 

작가 미란다 줄리아는 이야기한다. 모두가 외롭고 쓸쓸한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서로 위로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그러니 기죽고 위축되지 말라고 한다. 영화, 소설 속 주인공처럼 극적이고 화려한 삶을 살 수는 없지만 거대한 지구에 나만의 작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만들 수 있다고 응원한다. 비록 그 행성이 마냥 초라할지라도 당당히 있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 믿어보자. 믿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 말이다. 조금은 초라하고 조금은 외롭지만 서로에게 가볍게 이해한다는 작은 손짓과 눈빛을 보내며 버티어보자. 그래야 한다면, 그러고 있다면, 그래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말이다.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는 마음에 평온을 준다기보다는 다 알고는 있지만 숨겨두고 있는 마음의 방 한 구석을 환기시키라고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아, 그랬지. 내가 숨겨 둔 그 방이 있었지. 잡동사니 쌓아 두는 것처럼 마구 방치해서 쓸쓸함과 외로움이 가득한 방을 쿨한 척, 괜찮은 척으로 치장한 방이 있었지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16편의 이야기들처럼 결코 나 혼자만 지루한 일상을 사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니 서로의 시선을 피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래, 가끔은 창문을 열고 환기시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루아침에 삶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면, 외면만 하지말고 바람이 살짝 불어서 마음이 조금은 들뜨는 날, 매번 그랬던 것처럼,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손을 가볍게 흔들어보리라 한다. 삶을 향해서, 너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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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구지라 도이치로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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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고 믿어왔던 동화들에 대해 재해석하거나 모티브를 한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동화를 그저 어린 아이들이 읽는 것으로만 생각해왔던, 무심하게 받아만 들여왔던 동화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듣고, 읽으면서도 조금은 의아했던, 너무나 무섭게만 느껴졌던 동화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백설 공주' 이야기에서는 끊임없이 딸을 죽이려는 계모 왕비가 기이했기도 했지만 그러한 모든 일들에 대해 무능했던 아버지 왕이 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왜? 동화 속 아버지들은 그렇게 용감하지 못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화 속 아버지들의 역할은 무능과 묵인이 특기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이야기 '헨델과 그레텔'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헨델과 그레텔이였다. 분명 어린 시절 끊임없이 반복해서 들었던 해서는 안 되는 일들 중 한 가지는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지면 안 된다.'이다. 그런데 너무나 배고팠던 설정이 있었지만 마음대로 남의 과자 집을 떼어내 먹는 장면들은 어린 나이에도 뭔가 찜찜하게 생각되었었다. 하지만 상대가 '마녀'라는 무시무시한 설정이 있었기에 마녀 물건들은 가질 수도, 마녀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TV에서 보니, 실제 '헨젤과 그레텔'을 연구했던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숲 속의 빵을 구웠던 터와 재판 기록에서 실제 인물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기록에 의하면 '헨젤과 그레텔'은 아이가 아닌 같은 제빵업자 남매였고, 마녀라고,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던 '마녀'는 20대의 젊은 여자라고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동화 속에는 숨겨진 시대 상황과 생활관습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특히 중세 시대에는 어린 아이들을 버리거나 죽이거나 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사건들이었다고 한다. 오랜 기근과 전쟁, 질병으로 인해서 말이다. 이러한 모든 배경을 가진 중세의 동화들은 잔혹동화라 볼 수도 있겠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는 메르헨을 공부하는 미모의 20대 초반의 여성이 매주 금요일 밤 7시에 등장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술집 주인인 험상궂게 생긴 마스터와 매번 술집에 오면서 물만 마시는 범죄심리학자로 알려진 야마우치, 현직 형사 구도는 풀리지 않은 사건들을 다양한 일본 술과 안주 삼아 수다 비슷하게 나누다가 미모의 여성 사쿠라가와가 사건 추리에 합세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마스터에 의해 붙여진 별명 ‘알리바이 깨기의 명인 하루코’라 불리는 그녀가 사건을 풀어가는 무기는 바로 자신의 전공인 메르헨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동화의 원전과 재해석으로 9편의 동화를 동화와 비슷한 살인 사건들과 접목시켜 사건을 추리해서 나간다. 그녀를 통해 동화의 원전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고 숨겨진 의미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을 즐겁다. 그저 아무 의심없이 받았들었던 동화들 속에서 슬프고 잔혹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은 동화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룻밤의 연극 같은 일들이 9편의 이야기가 9번의 금요일 밤에 시작되는 금요 미스터리 클럽에서 일어나고 밤이 끝날 때는 사건이 해결되는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 중 가장 관심이 갔던 이야기는 '빨간 모자의 비밀' 이었다. 빨간 모자가 할머니로 분장한 늑대를 보고도 할머니라고 인식하는 부분을 해석한 부분은 실로 흥미로웠다. 그 외의 이야기에도 재마난 해석과 사건들이 아기자기하게 기다리고있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는 '강렬한 사건이 나오는 미스터리를 원하는 분들보다는 소품같지만 동화의 재해석, 원전이 이야기하는 의미들을 듣고 싶다면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를 펼치면 좋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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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 일주일동안 휴식기간을 가지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 주, 오늘 수요일부터 13일동안 쉬게 되었다. 여름에는 더워서 아무데도 꼼짝하기 싫어하는 지라 올 여름에도 책들과 함께 하련다. 마음속을 들끊는 여행은 늦가을에 가보고 싶다.  

암튼 예상하지 못했던 며칠이 선물처럼 왔으니,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아직 읽지 못했던 시리즈물과 신간을 섞어서 읽어볼까 한다.  책욕심많은 마음 같아서는 13권을 뽑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한 때는 하루에 두권은 거뜬했는데 하면서 궁시렁 거리며 책들을 모아본다. 그런데 자꾸 고르다보니, 욕심만 더 생긴다. 13일동안 읽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서도.......

<두 권의 책들...>     

존 어빙은 '규칙'이라는 분명한 주제의식과 탄탄한 스토리, 독자를 울고 웃기는 감동을 제조해내는 솜씨, 수많은 인물들 각자에게 전혀 다른 개성을 부여하여 엑스트라 1인이라도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알라딘 책 소개 중) 

라고 멋지게 소개된 책이고 출간되자마자 읽고 싶어, 읽고 싶어하던 책인데, 이제야 만나보려한다. 무수한 규칙들 속에 서 주인공은 작가는 어떤 선택을 할지, 다 읽고나서 난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한 20여일 남은 생일선물로 졸라서 기어코 오늘 배송받은 책이다. <한 청년의 정신적 방황을 신화, 철학 등 다양한 분야와 어우려져 섬에서 만난 기이한 노인과의 대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분량도 만만치 않다.^^;

 

 

 

 

이 책 역시 출간되었을 당시 빛의 속도(?)로 주문해놓고는 여지껏 읽지 못했던 불운의 명작이다. 이번 기회에 기필코 읽고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를 들여다보리라 한다.

 

 

 

 

 

<한 권의 책들...>  

 

 

 

 

 

  

 

 

 

 

 

 

 

 

 

 

 

 

 

 

 가장 최근에 구입한 <언더베리의 마녀들>은 괜찮은 공포가 기다리고 있다고해서 열대야로 제대로 짜증일 때 읽어보려한다. 사실 가장 먼저 읽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빅 픽처>한 번쯤 누구나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본다면 어떻까 하는 생각...한 번의 실수로 다른 인생을 경험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한다. 

<발명 마니아> 소설들 속에서 순간 길을 잃을 때 읽어보려한다. 재미난 그림들과 이야기가 가득하다. 

<처녀귀신> 귀신들 이야기 모음이 아닌 조선 귀신들이 왜 한이 많은지, 왜 처녀귀신들만 단골로 등장하는지를 풀어낸 책이다. 가끔 고전 납량 특집 드라마를 보면 길게, 길게 풀어헤친 검은 머리다발을 좀 묶어주고 싶기는 하더라...^^;;; 

<허수아비> 마이클 코넬리의 책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끝이 난다. 

<아우라> 이 작품은 젊은 역사학도 펠리페가 늙고 추한 노파와 한눈에 반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 아우라를 만나면서부터 시작하고 일자리를 얻게 된 청년이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면서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는 소설이다. 분량은 적은데, 꽤나 기이할 것 같아 기대만발이다.  

<비둘기 재앙> 화자와 시점을 달리하는 여덟 개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장편을 이루며 각기 독립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좀 관심이 많은 책이라 꼼꼼하게 읽어볼 생각이다.

이렇게 잔뜩 모아 놓았는데, 이 중에서 몇 권은 빠지기도 할 것이고, 또 몇 권은 첨가될 거다.(아마도 추리소설들로...^^;;;) 그래도 열심히 오늘부터 읽어보련다. 몇 년 전 그때처럼 책들 속에 확실하게 파묻혀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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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써틴
볼프강 홀바인.하이케 홀바인 지음, 이병서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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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동화인 '하멜론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13 써틴'은  1284년 6월 26일에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린이들의 실종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당시에 빨간 모자를 쓴 피리부는 청년을 따라 사라진 아이들은 130명이었다. 포상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 때문에 사라진 아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는 '하멜론의 피리부는 사나이'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채, 계속 이어진다는 상상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13이라는 숫자가 운명처럼 태어날 때부터 따라다니는 써틴, 안네 마리는 13일에 태어났다. 써틴은  13시 13분, 그리고 정확하게 13초에 태어났다. 그뒤 써틴은 13의 숫자 속에 파묻혀 살다시피하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둘이 살던 써틴은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유언에 따라 마지막 남은 혈육인 할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 독일로 간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부터 써틴은 기이한 일을 겪게 되고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홀로 공항에 남게 된 써틴은 우여곡절끝에 거리의 소년 프랑크의 도움으로 할아버지댁을 찾게 된다. 하지만 할아버지댁은 써틴이 상상하던 집이 아니었고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저택에서 일어나기 시작하고 현실과 또 다른 현실 속으로 빠지게 되고 저택에 갇힌 아이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령과 마주하게 된다.

'13 써틴'은 놀라운 상상력으로 과거의 전래동화 이야기와 현실 속 써틴을 연결시켜 새로운 또 다른 전설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6백년에 걸친 복수와 집착 속에 점점 삶을 죄여오는 저주를 풀기위해 써틴은 할아버지와 아이들을 구하러 사그러 들려는 용기를 최대한 끌어 모아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저주에 갇혀 포기하려는 자와 자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의 이야기이다. '13 써틴'은 악에 맞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써틴의 모험의 과정을 생동감있게 표현하고 있다. 독자들은 그런 써틴의 모험을 따라가며 응원을 하게 한다. 현실과 또 다른 현실 속 이야기를 절묘하게 배치하며 6백년동안 내려오던 저주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그저 어린 소녀였던 써틴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모험을 통해 용감한 소녀로 성장하게 된다.  

'13 써틴'은 모험이야기이면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듯 하다. 6백 년 전에 시작된 전설 같은 동화이야기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써틴과 함께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702쪽의 분량은 거뜬히 뛰어 넘을 수 있다. 그만큼 속도감이 있고 읽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그럼 떠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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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의 머리일까?
차무진 지음 / 끌레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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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의 머리일까?'는 김유신의 묘를 지키는 봉우당과 김인문의 묘를 지키는 유곡채 두 가문이 중심인으로 경주의 왕릉마을에서 1932년 의문의 관 속에서 비누화가 완벽하게 진행되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잘린 머리가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소설은 시대를 거슬러 신라시대와 일제시대, 현대를 오가며 퍼즐 조각처럼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야 큰 그림이 보이는 형태를 취한다. 작가의 으해 삼국유사는 과감한 상상력을 동원하게 되고 재해석하게 된다.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의 죽음을 다룬 삼국유사의 기록들은 해석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김유신 장군의 마지막 해를 상상하게 해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작가의 놀라운 상상적 팩션에 동참하게 한다. 

김유신의 묘를 지키는 봉우당과 김인문의 묘를 지키는 두 집안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역사의 자취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의문이 사건들에 크게 동요하게 되고 그 뒤 일어나는 잔인한 살인 사건들은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의문의 관 속에서 발견된 완벽하게 비누화가 진행되어 살아있는 듯한 모습을 한 머리가 잘린 모습은 가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 사건들을 적극적으로 추리해나가며 숨겨진 역사의 이면을 들춰내는 역할은 유곡체의 둘째 아들 김법민의 친구인 일본인 고지마 겐지이다. 유곡체의 김법민은 징집을 피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던 방관자적인 성향이 강한 시대의 우울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인다. 그 둘은 겐지의 사촌의 유키오가 조선총독부 경주박물관 유물연대조사원으로 겐지를 초청하면서 사건 속에 휘말리게 된다. 깨끗하게 잘리고 비누화로 완벽한 미이라가 된 잘린 머리가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봉우당의 차녀 수영과 선도사의 주지가 머리가 잘린 채로 발견되면서 점점 더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미신적인 일에 점점 더 매달리게 되고 공포가 경주를 휩싸이게 되고 점차 밝혀지는 범인은 삼국유사의 내용을 차용하여 살인유희를 벌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단순히 마을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김유신 장군의 분노한 혼령과 귀신들인지, 광기에 사로잡힌 채 살인유희를 즐기는 사이코패스인지를 추적하게 한다.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김유신 장군의 마지막 생의 모습을 재해석하면서 추리형식으로 삼국유사의 기록들을 따라가며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짜임새가 있고 그냥 별 의식없이 받아들였던 역사의 기록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만약에, 그렇다면 하는 의문을 갖게 하고 다양한 결과에 대해 상상하게 만든다. 경주의 김유신 장군의 묘를 지키는 봉우당과 김인문의 묘를 지키는 유곡채 두 가문이 얽히고 얽힌 사연들을 역사기록과 허구를 적절히 조합시켜서 새로운 시각으로 관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읽으면서 마음속에서 뭔가가 욱! 하고 올라오는 느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일제시기에 너무나 무능력함을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 지식인들과 방관자내지는 악질적으로 일본인들에게 적극 협조하는 모습들은 사실적인 묘사였을 것 같아 화가 났다. 오히려 우리 문화재를 마구잡이로 뺏으려는 일본인들에게서 지키려고 노력했던 일본학자의 모습에서 눈물 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들을 하지 못했던 점에서 더 그랬다. 우리보다도 더 우리 문화재와 역사에 관심을 보이던, 겐지의 모습에서, 방관자적인 입장을 보이며 끝내 진실을 너무나 늦게 깨달아버린 유곡체 김법민의 모습에서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모처럼 잘 짜여진 팩션을 만나 즐거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하다 보니, 산만함이 엿보인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작가의 첫 작품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작가가 들려주는 수많은 스토리가 궁금해지고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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