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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구지라 도이치로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고 믿어왔던 동화들에 대해 재해석하거나 모티브를 한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동화를 그저 어린 아이들이 읽는 것으로만 생각해왔던, 무심하게 받아만 들여왔던 동화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듣고, 읽으면서도 조금은 의아했던, 너무나 무섭게만 느껴졌던 동화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백설 공주' 이야기에서는 끊임없이 딸을 죽이려는 계모 왕비가 기이했기도 했지만 그러한 모든 일들에 대해 무능했던 아버지 왕이 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왜? 동화 속 아버지들은 그렇게 용감하지 못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화 속 아버지들의 역할은 무능과 묵인이 특기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이야기 '헨델과 그레텔'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헨델과 그레텔이였다. 분명 어린 시절 끊임없이 반복해서 들었던 해서는 안 되는 일들 중 한 가지는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지면 안 된다.'이다. 그런데 너무나 배고팠던 설정이 있었지만 마음대로 남의 과자 집을 떼어내 먹는 장면들은 어린 나이에도 뭔가 찜찜하게 생각되었었다. 하지만 상대가 '마녀'라는 무시무시한 설정이 있었기에 마녀 물건들은 가질 수도, 마녀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TV에서 보니, 실제 '헨젤과 그레텔'을 연구했던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숲 속의 빵을 구웠던 터와 재판 기록에서 실제 인물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기록에 의하면 '헨젤과 그레텔'은 아이가 아닌 같은 제빵업자 남매였고, 마녀라고,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던 '마녀'는 20대의 젊은 여자라고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동화 속에는 숨겨진 시대 상황과 생활관습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특히 중세 시대에는 어린 아이들을 버리거나 죽이거나 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사건들이었다고 한다. 오랜 기근과 전쟁, 질병으로 인해서 말이다. 이러한 모든 배경을 가진 중세의 동화들은 잔혹동화라 볼 수도 있겠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는 메르헨을 공부하는 미모의 20대 초반의 여성이 매주 금요일 밤 7시에 등장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술집 주인인 험상궂게 생긴 마스터와 매번 술집에 오면서 물만 마시는 범죄심리학자로 알려진 야마우치, 현직 형사 구도는 풀리지 않은 사건들을 다양한 일본 술과 안주 삼아 수다 비슷하게 나누다가 미모의 여성 사쿠라가와가 사건 추리에 합세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마스터에 의해 붙여진 별명 ‘알리바이 깨기의 명인 하루코’라 불리는 그녀가 사건을 풀어가는 무기는 바로 자신의 전공인 메르헨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동화의 원전과 재해석으로 9편의 동화를 동화와 비슷한 살인 사건들과 접목시켜 사건을 추리해서 나간다. 그녀를 통해 동화의 원전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고 숨겨진 의미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을 즐겁다. 그저 아무 의심없이 받았들었던 동화들 속에서 슬프고 잔혹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은 동화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룻밤의 연극 같은 일들이 9편의 이야기가 9번의 금요일 밤에 시작되는 금요 미스터리 클럽에서 일어나고 밤이 끝날 때는 사건이 해결되는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 중 가장 관심이 갔던 이야기는 '빨간 모자의 비밀' 이었다. 빨간 모자가 할머니로 분장한 늑대를 보고도 할머니라고 인식하는 부분을 해석한 부분은 실로 흥미로웠다. 그 외의 이야기에도 재마난 해석과 사건들이 아기자기하게 기다리고있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는 '강렬한 사건이 나오는 미스터리를 원하는 분들보다는 소품같지만 동화의 재해석, 원전이 이야기하는 의미들을 듣고 싶다면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를 펼치면 좋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