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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 프랑스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야기
신이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몇 달 동안 나름 계속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 한 켠이 불편했었고 여전히 앙금같이 남아 있는지라 평온하고 따뜻하지만 너무 진한 감정에 호소하는 책이 아닌 에세이를 읽고 싶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에세이들을 고르다가 다가오는 겨울부터 시작하는 '알자스' 에세이를 고르게 되었다. 저자는 프랑스 시골마을 알자스가 시댁인 소설가 신이현씨의 소박하면서도 정감있는 이야기는 나를 그 평온함으로 이끌었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을 행복함과 선함으로 버무리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도 마음에 든다. 행복을 강요하지 않아서, 평온을 강요하지 않아서 말이다.
'알자스' 책의 주인공들은 알자스에서 태어나 평생을 알자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 온 소박한 시부모님 레몽과 루시의 이야기이다. 특히 프랑스 알자스 시골 가정식 음식들의 향연은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프랑스와 독일 국경의 평범하고 조용한 산골 마을 알자스에서의 사계절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겨울부터 시작하여 가족들의 시간이었던 노엘의 끝나고 파리로 돌아가는 이별의 시간인 가을까지의 시간들을 계절별로 오감을 자극하며 보여주고 있다. 정겨운 풍경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우리네 부모님과 흡사한 인자한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의 시부모님 레몽과 루시의 알자스의 생활모습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특히 다양한 와인과 디저트, 가정식요리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원초적인 즐거움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의 음식만이 전부 인 냥 먹고 자라서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씩 갖고 있다. 그러다 마트에서 세계 모든 음식들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낯설음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식재료라도 각 나라마다 다양하게 조리하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음식을 해먹는다는 자체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루시는 가족들을 위해 낯설지만 파리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생굴을 마트에서 사오게 된다. 하지만 루시를 비롯한 알자스 가족들은 생굴을 어떻게 먹느냐며 먹기를 거부한다. 결국 파리에서 생활을 해서 바다 음식 생굴에 익숙한 저자와 남편 도미, 작은 사위만이 생굴의 참맛을 느끼며 푸짐하게 먹는다. 이러한 장면들은 여러 생각들은 하게 한다. 알자스에서는 무만 먹고 무청을 먹지 않는다거나 밥을 해먹는 방식이 다른 점은 흥미롭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많은 맛난 음식들을 놓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쌀쌀해진 초가을 날씨에 따뜻하게 데운 와인 한 잔을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겨울, 봄, 여름, 가을에 이르러 알자스를 떠나는 저자 부부에게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과 와인, 잼 등을 바리바리 싸주시는 모습에서는 우리네 정서와 결코 다르지 않구나하는 푸근함을 가지게 되며 사람 사는 곳은 세계 어디라도 비슷하구나 하는 깊은 안도감을 느끼며 창문을 열고 비냄새를 맡으며 뜨겁게 데운 와인이 아닌 금방 내린 진한 커피를 마시며 가서 보고 싶은 멀고 먼 알자스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