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어버렸고 마음은 괜히 급해지고 심란하다. 혼자서 막 정해 놓았던 올해가 가기 전 '이 책들은 다 읽을테야' 했던 책들은 미처 다 읽지 못한 채, 수두룩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간들에 관심이 가고...암튼 마음이 이리저리 바쁜 달이 되어버렸다. 이 좋은 책들을 빨리 읽어야 할텐데...하면서...^^;;;  

 

 

 

 

 

 

 

 추리소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그 유명한 작품 '모방범'을 모르지 않으실 거라 생각한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너무 읽고 싶고 사고 싶어 두근했던 소설이었다. 그런데 막상 지인이 선물해주고나서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도 못 읽고 이 책의 후속격이었던 '낙원'먼저 읽게 되었고 또 다시 미뤄지게 되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올 12월이 가기 전엔 꼭 읽을테다 하고 있다. 음..1편은 반 정도 읽었다. 근데 3권 다 합쳐서 한 1500페이지가 거뜬히 넘어서 조금 조바심이 나기는 하지만 워낙 흥미롭다보니, 의외로 금방 읽을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기존의 내러티브 이론이 지닌 정적이고 형식주의적인 측면을 비판하면서, 우리가 독서 중에 내러티브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시간적 역학에 주목한다. 그는 소설의 페이지를 넘기고 내러티브의 결말로 가려는, 시간에 따른 인간 욕망의 작동을 분석한다.

따라서 내러티브의 시간성과 함께, 플롯을 찾아 읽고 역동적인 의미 생산에 관여하는 독서의 역학이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중요한 참조점이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저자가 보기에, 기억과 욕망의 역학을 통해 과거의 회복을 다루는 정신분석학은 기본적으로 내러티브의 예술이다. -알라딘 책 소개 중-> 

무조건 어려운 책 같아 포기를 할까하다 목차를 보니, 급 관심이 생기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길래 얼른 챙겨본다. 아마도 읽으면서 머리에 쥐가 나겠지만 그래도 도전!!! ^^;;; 

  

 <환경오염과 인구과잉 때문에 사람들이 태양계 식민지로 강제 추방당하는 21세기 초의 지구와 화성에서, 이주민들의 유일한 위안거리이자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대체 세계 속을 떠돌도록 작용하는 환각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가상현실을 예견하고 무한한 자본주의의 병폐를 섬뜩하게 그려냈다. - 알라딘 책 소개 중-> 

'필립 K. 딕 걸작선' 다섯번째 작품으로, 기대가 되고 있는 소설이다. 그가 20여년 전에 했던 모든 예측들은 섬뜩하리만큼 소설 속에서 표현되고 우리의 미래의 모습일까봐 무섭기도 하다. 암튼 기대만발...표지도 근사하고 좋다.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는 '엘러리 퀸 컬렉션'의 두번째 작품으로, 1930년에 출간된 엘러리 퀸의 초기작이다. 뉴욕 중심가의 프렌치 백화점, 개장 시각을 앞두고 가구 전시실의 벽침대를 내리기 위해 스위치를 누르자 그 속에서 시체가 굴러 떨어진다. 시체의 신원은 프렌치 백화점 사장의 부인 위니프레드 마치뱅크스 프렌치.

살인 현장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고, 기묘한 상황은 수사를 혼란에 빠뜨리고 마는데…. 하지만 엘러리 퀸은 연역적 추리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내 진실에 당도한다. 마침내 엘러리 퀸은 모든 용의자를 한데 소환하고 범인을 지적하는데…. - 알라딘
책 소개 중-> 

사실 이 엘러리 퀸 시리즈는 예전에 너무 좋아해서 다 읽었던 책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다시 출간된 엘러리 퀸 시리즈를 읽어보려고 한다. 고전 영미추리소설을 이야기할 때 아마도 엘러리 퀸을 빼고는 이야기가 안되지 않을까 싶게 유명한 작가이다.(두 명의 사촌형제의 필명으로 쓰여진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소금 사막'은 한 권의 아름다운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같은 느낌을 준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면서 누구나 조금씩 혹은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고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가볍게 또는 무겁게 짊어지며 헤쳐 나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 김영희 피디 역시 고심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또 하나의 커다란 반향과 상처가 되어 돌아와 그의 어깨를, 마음을 짓누르게 되는 경우를 맞게 되고 남미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과 이야기들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치유를 시작했다고 생각되어진다. '소금 사막'에는 가진 것이 부족하여도 상황이 어려워도 항상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름답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풍경, 인물들을 사진 속에서 만나게 된다.  

사람 사는 게, 세상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에 왠지 자그만한 위로가 되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상 어딘가에는 막연하게나마 꿈꾸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 누군가들이 있었으면 하는 어린애 같은 상상을 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이야기한다. 미리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과 시선은 각자 마음 속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세상을, 사회를,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살면서 조금씩 더 노력한다면 세상은, 나는 더 행복해지지 않겠냐고 말이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 남긴 글은 여러 생각들을 하게끔 한다.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놓치고 사는 것이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작은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지금하세요! 

NOW or NEVER!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릅니다.  

-소금 사막 중-> 

'소금 사막'은 김영희 피디가 들고 간 스케치북 한 권에 그린 70컷의 그림들과 짧은 글, 27만 원짜리 디지털 카메라로 남미의 풍광들과 사람들을 찍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고 저자의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서 조금 더 발전된, 긴 호흡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던 독자로서는 아쉽게 느껴진다. 조금 더 진한 진솔한 이야기를 기대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독자의 끝없는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시체를 사는 남자'는 작가 우타노 쇼고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곳곳에 숨겨 놓은 복선과 이야기와 이야기를 교묘하게 연결하는 장점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또한 작가의 에도가와 란포를 향한 오마주를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존경심을 소설 전체에서 찾을 수 있게 배치해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현재의 절필한 추리소설 작가 호소미의 이야기와 한 문예지에 연재되고 있는 익명의 소설 '백골귀'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오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두 편의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현재에 살고 있는 주인공 호소미는 더 이상 창작력이 불타오르지 않아 절필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문예지에서 연재되고 있는 익명의 소설 '백골귀'를 읽게 되고 크나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 이야기는 호소미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실화 소설이라 불안감을 느끼며 해당 출판사에 익명의 소설가를 추궁하게 되고 결국 그 익명의 소설가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복잡다단한 심리와 과거의 기기묘묘한 사건과 만나게 되고 익명의 소설가의 정체, 호소미의 과거와 현재를 혼란 속에 만나게 된다. 

액자소설인 '백골귀'는 히로 라이타라는 가명으로 행세하며 희한한 사건과 만나게 되는 당대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에도가와 란포의 일인칭 서술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창작에 대한 절망과 심란한 마음에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율이 높은 명소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찰나에 미모의 젊은 청년의 제지로 구원받게 되고 어지러웠던 마음을 다스리게 되고 그 청년에 대한 강한 인상과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데 다음 날 기괴하게도 에도가와 란포와 친분이 두터운 괴짜 시인 하기와라의 시 내용을 모방한 기이한 모습으로 목숨을 끊긴 채, 발견되고 란포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고 자신의 자살을 막았던 청년의 자살은 뭔가 이상하고 납득할 수 없는 사태로 발전된다. 이에 란포의 절친한 친구인 시인 하기와라와 함께 청년의 알 수 없는 기묘한 죽음을 추적하게 된다.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은 청년의 죽음을 추적하며 수사하게 되고 그 청년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가정사와 만나게 되며 현재의 추리소설 작가 호소미와 익명의 '백골귀'의 작가와 연결되면서 사건 전체를 이루게 된다.   

'시체를 사는 남자'에는 기묘한 형태의 살인 사건 현장, 추악한 비밀을 간직한 가족사, 한 남자의 집념,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두 콤비의 유쾌하고 명쾌한 추리가 잘 어우려져 재미있는 소설을 만들었다. 역시 우타노 쇼고의 소설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크리스티네 그녀는, 돌아갈 수 없었다. 한 번 알아버린 풍요롭고 여유로웠던 화려한 세계를 경험하고는 다시는 빈곤의 냄새와 가난에 찌든 생활을 받아들일 수도, 순응하면서 살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크리스티네의 몸과 마음은 현실과 동떨어진 꿈의 세계에서 살게 되었고 현실의 삶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옥이 되어버렸다. 이제 크리스티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극단적이거나 순응적이거나 일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현실에서 벗어났던 꿈같았던 알프스 최고급 휴양지에서의 휴가로 인해서 그녀의 삶은 변해버렸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혹자는 말할 할 것이다. 남들은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스위스의 알프스 최고급 휴양지에서 최고로 멋진 휴가를 보냈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현실로 돌아와서는 현실에 순응하고 복종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고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크리스티네는 열여섯 살에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너무나 많은, 그래서 젊은 시절을 가난과 궁핍으로 내몰리며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살며 병든 어머니를 병간호하며 작은 산골 마을 우체국 아가씨였다는 점이다. 그런 그녀가 생전 처음 그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아름답게 치장하고 자신만의 아름다운 방에서 깨어나고 유럽 상류층 부호들만 모이는 초특급 호텔 사교계에서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물론 가난하고 평범한 작은 산골 마을 우체국 아가씨가 아니라 백작부인의 아름답고 활기 찬 딸로 변신한 크리스티네에게 주목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녀는 취하기 시작하고 도취되었으며 그 세계 속에서 살고 싶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내쳐져 호텔을 떠나야 했을 때, 탄식한다. 그것은 그녀에게 '이별이 아니라 죽음'이라고.......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는 뛰어난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로 유명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미완성 유작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크리스티네의 심리변화에 따른 미묘한 감정 표현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이기적인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을 한층 더 극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야만 했던 중산층 계층의 몰락을 극심하게 양극화된 부와 빈곤을 통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상류층들의 태평스러움과 이기적인 모습을 대비시켜 극단적으로 두 세계를 보여주며 크리스티네의 모습과 선택에 주목하게 한다. 

사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는 초반에 쉽게 읽히지가 않았었다. 그 이유는 그녀의 꿈같았던 최고급 휴양지에 맛 본 달콤한 세계에서 비참하게 내쳐질 그녀의 모습이 예측되었기에 그녀의 실망감과 고통을 보고 싶지 않았었다. 그리고 아주 잠시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답게 초특급 호텔 사교계에서 빛을 발하는 크리스티네의 진가를 알아본 남자 주인공이 그녀를 가난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을까하는 얄팍한 기대를 했었더랬다. 하지만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현실을 외면할리 없다는 사실은 명백한 것이고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기에 그녀를 가혹하리만큼 내친다. 오스트리아 작은 산골 마을 우체국에서 가난에 찌들어 미래도 꿈도 없이 지쳐서 살아가야만 했던 크리스티네에서 초특급 호텔 사교계에서 아름다운 백작부인의 딸에서 또 다시 가난하고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하는 초라한 크리스티네로 돌아오게 만들며 그녀가 배로 느껴야만 하는 빈곤과 절망적인 삶과 마주치게 한다.  

그녀는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모든 것을 앗아간 전쟁을, 사람들을,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우연히 만난 가난하고 반항적인 청년 페르디난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둘은 출구가 없는 삶을 깰 어마어마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미완성 소설이라 작가가 의도했던 결말은 결코 알 수가 없다. 그들이 꿈꾸는 것처럼 단 며칠, 몇 달, 몇 년을 사람답게 살았을지, 철저하게 실패하여 세상의 모든 오욕을 받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리다. 한번도 행복하지 못했다는 페르디난트와 모든 짐을 내던지고 나비처럼 훨훨 날고 싶은 크리스티네를 응원(?)해야 할지, 무모한 두렵고 겁나는 음모를 꾸미는 그들을 질책(?)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곳, 호텔 '킵'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문구인가... 그러한 환상적인 곳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판타지 가득한 동유럽 어딘가의 고성과 중독성 강한 스마트 폰이 위세를 떨치는 뉴욕이 공존하면서 '킵'은 쉴새없이 두 세계를 보여주고 이야기해준다. 그러다 이 이야기에 익숙해질만했을 때, 난데없이 이야기 속에 적극 개입하는 화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누구인가하는 궁금증과 함께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이 이야기 전부를 쓰고 있는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 레이이며 그를 글쓰기와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홀리의 이야기로 연결되며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미로 속으로 내달리게 된다. 

뉴욕에서 커다란 성공을 꿈꾸었지만 이인 자에서 결코 벗어나 본 적이 없고 그나마 그 자리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인생의 고달픈 기로에서 선 대니는 꼬여가기만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동유럽 어딘가에서 9백년 된 고성을 신개념 테마파크로 개조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한 사촌 하위의 연락을 받고 무조건 떠나오게 된다. 그런데 사촌 하위와는 어린시절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껄끄러운 관계이고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은 하위에 대한 대니의 죄책감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도착한 고성은 유선 전화도 먹통이고 스마트 폰도 되지 않는 폐쇄적인 공간이었기에 통신 중독자인 대니는 거의 공포에 질리는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나약했던 어린 시절과 전혀 다르게 변한 부자 사촌 하위는 당당한 자신감과 함께 고성 테마파크를 진행하고 있고 아름다운 아내, 아이들, 그리고 거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이는 믹과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대학원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니는 그들과 동화되지 못한 채, 겉돌며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고 골머리를 앓게 되고 우연히 고성의 가장 안전한 곳이자, 위험한 곳인 '아성'의 창가에 서 있는 아름다운 금발머리 소녀를 보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없이 펼쳐진 고성의 복도와 비밀로 가득한 미로로 이루어진 9백 년 된 성으로 정처 없이 이끌게 된다. 그리하여 읽는 독자는 살짝 흥분되는 기대감과 두려움과 함께 작가가 이끄는 그 곳으로 한 발 내딛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결코 끝나지 않을 그 이야기 속으로....... 

'킵'은 우선 묘하다. 9백 년 된 고성에서 환상 가득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가도 레이와 홀리가 있는 현실의 삭막하고 짠한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고 온통 회색빛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바로 그 때, 다시 환영과 환상이 공존하고 우리가, 당신이,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곳인 호텔 '킵'으로 안내한다. 물론 호텔 '킵'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바로 '킵'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진짜 이야기는 시작되는 곳이고 당신이, 내가 만들어내고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러니 '킵'의 이야기는 끝없는 이야기의 시작인 것이다. 이쯤에서 갑자기 살짝 골몰해지고 두려워지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내가 꿈꾸고 상상하는 것은 무엇일까? 호텔 '킵'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상상이 무엇일까? 무수한 비밀과 사연이 가득하고 환영이 가득한 고성에서 고딕소설, 영화 한 장면을 기대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완전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의 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럼 완전 공포인데......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킵'의 세계를 만나보고 싶어진다. 무한한 상상력과 현실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소설 '킵'을 통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