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크리스티네 그녀는, 돌아갈 수 없었다. 한 번 알아버린 풍요롭고 여유로웠던 화려한 세계를 경험하고는 다시는 빈곤의 냄새와 가난에 찌든 생활을 받아들일 수도, 순응하면서 살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크리스티네의 몸과 마음은 현실과 동떨어진 꿈의 세계에서 살게 되었고 현실의 삶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옥이 되어버렸다. 이제 크리스티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극단적이거나 순응적이거나 일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현실에서 벗어났던 꿈같았던 알프스 최고급 휴양지에서의 휴가로 인해서 그녀의 삶은 변해버렸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혹자는 말할 할 것이다. 남들은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스위스의 알프스 최고급 휴양지에서 최고로 멋진 휴가를 보냈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현실로 돌아와서는 현실에 순응하고 복종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고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크리스티네는 열여섯 살에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너무나 많은, 그래서 젊은 시절을 가난과 궁핍으로 내몰리며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살며 병든 어머니를 병간호하며 작은 산골 마을 우체국 아가씨였다는 점이다. 그런 그녀가 생전 처음 그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아름답게 치장하고 자신만의 아름다운 방에서 깨어나고 유럽 상류층 부호들만 모이는 초특급 호텔 사교계에서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물론 가난하고 평범한 작은 산골 마을 우체국 아가씨가 아니라 백작부인의 아름답고 활기 찬 딸로 변신한 크리스티네에게 주목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녀는 취하기 시작하고 도취되었으며 그 세계 속에서 살고 싶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내쳐져 호텔을 떠나야 했을 때, 탄식한다. 그것은 그녀에게 '이별이 아니라 죽음'이라고.......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는 뛰어난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로 유명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미완성 유작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크리스티네의 심리변화에 따른 미묘한 감정 표현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이기적인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을 한층 더 극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야만 했던 중산층 계층의 몰락을 극심하게 양극화된 부와 빈곤을 통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상류층들의 태평스러움과 이기적인 모습을 대비시켜 극단적으로 두 세계를 보여주며 크리스티네의 모습과 선택에 주목하게 한다. 

사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는 초반에 쉽게 읽히지가 않았었다. 그 이유는 그녀의 꿈같았던 최고급 휴양지에 맛 본 달콤한 세계에서 비참하게 내쳐질 그녀의 모습이 예측되었기에 그녀의 실망감과 고통을 보고 싶지 않았었다. 그리고 아주 잠시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답게 초특급 호텔 사교계에서 빛을 발하는 크리스티네의 진가를 알아본 남자 주인공이 그녀를 가난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을까하는 얄팍한 기대를 했었더랬다. 하지만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현실을 외면할리 없다는 사실은 명백한 것이고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기에 그녀를 가혹하리만큼 내친다. 오스트리아 작은 산골 마을 우체국에서 가난에 찌들어 미래도 꿈도 없이 지쳐서 살아가야만 했던 크리스티네에서 초특급 호텔 사교계에서 아름다운 백작부인의 딸에서 또 다시 가난하고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하는 초라한 크리스티네로 돌아오게 만들며 그녀가 배로 느껴야만 하는 빈곤과 절망적인 삶과 마주치게 한다.  

그녀는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모든 것을 앗아간 전쟁을, 사람들을,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우연히 만난 가난하고 반항적인 청년 페르디난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둘은 출구가 없는 삶을 깰 어마어마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미완성 소설이라 작가가 의도했던 결말은 결코 알 수가 없다. 그들이 꿈꾸는 것처럼 단 며칠, 몇 달, 몇 년을 사람답게 살았을지, 철저하게 실패하여 세상의 모든 오욕을 받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리다. 한번도 행복하지 못했다는 페르디난트와 모든 짐을 내던지고 나비처럼 훨훨 날고 싶은 크리스티네를 응원(?)해야 할지, 무모한 두렵고 겁나는 음모를 꾸미는 그들을 질책(?)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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