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 - 마음으로 몸을 살린 어느 탐식가의 여정
데이나 메이시 지음, 이유미 옮김 / 북돋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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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기인가부터 살이 찌고, 빼고 하는 것을 스스로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 시작했고 겉잡을 수없이 찌고 빼고를 반복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좋았다, 비참했다를 반복하게 되면서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마치, 내가 나의 몸의 주인이 아닌것 마냥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그냥 방치해도 되나 싶다가도 그냥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살자 싶기도 하다. 암튼 제어와 방치를 수없이 오가며  음식과의 전쟁, 뭔가를 갈망하는 욕망의 제어불능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라는 사실을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음식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를 읽으면서 새삼,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사실 더 기가 막히는 부분은 내가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어릴 때는 먹는 것이 고역이었고 어떻게 하면 먹지 않을까 궁리를 하던 마른 아이였고 난 살하고는 거리가 먼 타입인 줄 심하게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면서 식욕은 커져갔고 먹기 시작하자마자 찌기 시작한 살은 지금까지도 더 이상 어릴 때의 마른 몸으로 결코 돌아가지를 않게 되었다. (한 두 번인가 죽기 살기로 운동선수처럼 헬스를 해서 뺐던 시기를 빼고는..) 그런데 나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지금도 음식을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별 관심이 없으면서 마구 '먹는 다'에 있다. 이 책의 작가처럼 음식을 너무 사랑하고 그 음식의 원천인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되고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재미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뭔가 허전한데, 뭔가 답답한데, 뭔가 스트레스 쌓이는데 과자나 빵을 먹으면 채워질까 하는 생각에 먹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건강을 해치고 체중은 늘어나고 그 점 때문에 속상하고 우울해지는 상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불균형적으로 음식을 먹는 것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화장품을 구입하는 것은, 신간이 나오자마자 구입해놓고는 읽지 않고 놔두는 책들이 여섯 개의 책장에 빽빽하게 쌓여 있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 본 순간에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음식, 다이어트 문제도, 책, 화장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더 큰 문제인 뭔가를 갈망하는 욕망의 위기이고 집착의 문제였다는 것을 말이다. 삶에서 쓸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욕망, 욕구에 집착하면서 건강하지 않는 삶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뭔가를 먹지 않으면, 뭔가를 구입하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었다.

 

'세상에 굶주림의 위기가 존재하듯이, 뭔가를 갈망하는 욕망의 위기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 뭔가는 음식, 물건, 관심, 숭배 등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더 원하는 데에는 끝이 없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는다면.(중략) 내가 집착하는 모든 것과 내가 소비하는 모든 것으로까지 뻗어나갔다.(중략) 소비를 하겠다는 모든 결정은 내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관심을 투입하겠다는 선택이다. 어쩌면 더 많이 갖는 게 아니라 필요한 걸 줄이는 것이야말로 더 행복해지는 비결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291쪽-

 

그렇다. 난 지금 이미 감지하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있었던 점을 알아가는 중이고 이 책을 통해서 새삼 더 확인하였고 용기를 가져보는 중이다. 음식은 적당히, 적절히 즐기면서 먹을 줄 알아야 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걸 줄이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소식을 하고 소비욕구를 당장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고 지냈던 시기보다는 알기 시작한 시기는 분명 다르게 변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스스로에게 해본다. 음식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고 삶의 소소한 변화가 큰 변화를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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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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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의 변화가 거의 없는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는 편이라 은근 삶의 변화가 극적으로 와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계와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하는 용감무쌍한 주인공들에게 마음이 끌리는 편이다. 내부에서 온 변화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더 좋고 아니면 로맨틱 영화처럼 근사하게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줄 길잡이가 있으면 더 좋겠다 싶기도 하다. 여기 '핫하우스 플라워'의 여주인공 릴라는 바로 그러한 기로의 서 있게 되었고 직감대로 행동하기로 한다. 자신의 운명이 기다리는 그 곳으로 가기 위해서, 욕망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 보기로 한다.

 

짧은 결혼생활을 정리한 후 마음의 상처와 허전함에 우연히 화초를 구입하게 되고 더불어 화초를 판 남자, 엑슬리에게도 반하게 된다. 외로움에 지쳐가고 있던 릴라에게 엑슬리는 미지의 남자였고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서게 된다. 그 즈음에 우연히 화초로 가득한 놀라운 세탁소를 발견하게 되고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인 세탁소 주인 아르망을 만나게 되면서 릴라는 새로운 세계인 화초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아르망에게서 인간이 가장 갈망하는 아홉 가지 욕망인 사랑, 섹스, 모험, 지식, 권력, 마법, 재물, 자유, 불멸을 상징하는 희귀 화초들에 얽힌 전설을 듣게 되면서 릴라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과 모험을 화초를 통해서 경험하게 된다. 그녀가 꿈꾸었던 사랑과 모험을 통해서.......

 

'핫하우스 플라워'는 별반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읽어나감에 따라 마음이 묘하게 움직이는 책이었다. 복잡했던 마음이 완전하게 치유가 되었다고 까지는 못하겠지만 시끌시끌했던 마음이 릴라와 아르망을 따라 멕시코 열대 우림 속을 헤매며 희귀 화초들을 찾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그녀와 동일시하며 약간은 들뜨고 달큰한 느낌 속에 있을 수 있었다. 특히 주인공 릴라가 그렇게 우아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여성이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더구나 누구나 갖고 있으면서 덜 표현하느냐, 더 표현하느냐 하는 차이가 있는 속물 근성, 욕망도 갖고 있어서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자기가 누군인지, 나의 본성이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삶' 그 자체인 것 같으니 말이다. 그 길에 한 발 확실하게 내딛은 릴라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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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한 번은 당당하게, 대 놓고 책 선물을 요구할 수 있는 날이 있다 라고 난, 생각한다. 친구들은 허걱!! 할지 몰라도...^^;;;

암튼 나 빼고는 다 바쁜 친구들이라 담 달 생일 모임 날짜를 잡늗데도 한 달 전부터 잡아야 하는 (일정을 미리 정해야 하는 한 친구 덕분에...ㅋ)일이 생겼고 그러다 미리 책 선물을 해달라고 조르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부랴부랴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고 설쳐댄 덕에 미리 책 선물을 받게 되었다. 히히~~^^;;;;

그럼 고른 책을 소개해드릴께요.

 

<조르주 페렉이 글재주를 넘어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 인간을 품을 수 있는 대작가로 인정받게 된 것은 이 소설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방대한 분량의 작품에서 비로소 인간을 포용하는 따듯한 시선으로 자신의 삶과 마주할 수 있었고, 그만의 개성적인 문체미학을 구축할 수 있었다.
소설의 무대는 가상공간으로, 파리 17구 시몽크뤼벨리에 거리의 한 아파트다. 99개의 장별 제목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물이거나 그 인물이 사는 공간이다. 이 건물 거주자들 각각이 끌어들이는 100년 전 먼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사연들과 국가와 대륙을 달리하는 수없는 장소들이 서로 조합되면서, 이 건물 자체가 개개인의 인생과 세계의 거대한 사건을 보여주는 일종의 축소 모형이 된다. 조르주 페렉은 이러한 축소 모형속에 사는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독특한 규칙(체스의 행마법)에 따라 서술해감으로써 정형화된 장르적 양식을 탈피해 이 소설의 배경 자체가 일종의 거대한 퍼즐이 되는 묘를 발휘한다. -알라딘 소개 중->

 

무지무지 갖고 싶어 노래를 부르던 책이다. 독특한 개성과 놀라움이 가득한 책일 것 같아 기대 만발 중이다.

친구...빨리 선물해줘요.^^;;

 

< 에드거상 특별상 수상작.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사를 다룬 결정판(the definitive history)으로 불리는 명저 <블러디 머더>. 줄리언 시먼스가 최종판임을 공언한 1993년의 제3판을 번역했다. 3세기에 걸친 추리 소설 장르의 생성과 변화, 그 빛나는 성취와 한심한 나락들, 수없이 명멸해 간 작가들의 명암을 저자 특유의 신랄한 문체로 펼쳐 보이고 있다.
1972년에 처음 출간된 뒤, 추리 작가와 비평가들의 논의에 준거점 노릇을 해온 책이다. 추리 소설의 역사 속에 등장한 작가들과 작품에 대해 어떤 작품은 걸작이고 어떤 작품은 과대평가되었을 뿐이라고 하나하나 짚어 주었다. 이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던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의 출현은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지도를 쥐어 준 것과 같았다. -알라딘 책 소개 중->

 

일단 추리소설을 무지 좋아하는 편이라 당연 이 책은 관심 가득한 책이 되겠다. 추리 전반에 걸친 역사와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행복할 것 같다. 받기 전부터...ㅎ

 

 

<노라 에프런의 에세이에는 젊은 여성 에세이스트나 남성 에세이스트들이 따라올 수 없는 품격과 취향, 재치와 자유로움이 있다. 에세이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그녀만의 따뜻한 유머감각이다. 뒤집어질 정도로 웃기지만 단순한 냉소나 자기비하가 아니다. 그녀의 유머와 재치에는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생을 살아낸 이의 전리품이라 할 날카로운 통찰이 가득하다. -알라딘 책 소개 중->

 

노라 애프런은 영화감독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감독이고 에세이 작가로도 너무 좋다. 남자들은 잘 모르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가장 섬세하게 표현하는 분이지 않을까 싶다. 전작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도 묘하게 마음을 울리면서도 편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다려본다.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가 한 가득인 나를 위해서...... .>

 

 

 

 

 

 

 

 

 

 

 

 

 

 

 

 

 

<롤리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해설서. 러시아 출신의 시인이자 비평가, 번역가, 작가인 나보코프는 러시아 혁명과 나치의 침략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뒤 <롤리타>로 유명해지기까지 약 20년간 웰즐리, 코넬 및 스탠퍼드에서 유럽 문학 및 러시아 문학을 강의했다. (중략)방대한 인용과 정밀하고 세세한 분석을 통해 나보코프는 그 자신이 읽고 경험한 러시아 문학 작품에 대해 독자가 동일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준다. -알라딘 책 소개 중->

 

사실 영화로 '롤리타'만을 봤을 뿐인데도 이 분의 책이 나오면 다 갖고 싶어 소장하고 있는 편이다. 언젠가(빠른 시일 내에...) 한 번에 주욱 읽어보고 싶다 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고통>은 발표될 당시 10년 앞서 출간된 레몽 라디게의 <육체의 악마>에 버금가는 물의를 불러일으켰다. 두 작품 모두 불륜을 다루었으나, <고통>의 경우 이 사건에 전시戰時라는 상황이 덧붙여졌다. 특히 들롱브르 부인이 육체관계를 맺은 사람이 독일인 포로였다는 점은 애국심을 가장한 마을 사람들의 악의와 시기심을 더욱 자극해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알라딘 책 소개 중->

 

너무 심각한 내용일 것 같아, 지인에게 빌려 보려고만 했는데 너무 좋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얼른 목록에 넣었더니, 이 책에 역시 관심이 있던 친구가 선물해준다고 한다.^^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류사의 가장 경이로운 시기를 다룬 역사서. 서로 교류가 없던 네 지역에서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그토록 놀라운 사유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왜 그들은 우주와 인간과 삶에 대해 같은 결론에 이르렀을까? 이 책은 인간의 윤리적 각성과 철학적 성찰이 폭발하던 시대, ‘축의 시대’에 관한 인문학적 탐사이다. -알라딘 책 소개 중->

 

작가 카렌 암스트롱의 책들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가장 쉽게 신화와 종교, 역사를 전해줄 수 있는 최고의 작가라고 생각한다. 너무 어렵게 푼 작가들의 책은 사실 너무 난해하고 어렵다. 하지만 카렌 암스트롱의 '신화의 역사'를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너무 재미있게 풀어낸다. 그래서 이번에도 완전 기대 중인 책이다.

 

 

요즘 너무 유명한 책이라 책 소개가 필요없을 듯하다. 너무나 평이 좋은 책이라 오히려, 무슨 심술인지 좀 망설였던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평이 다들 좋다고 하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쪽으로 기울어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아마 젤 먼저 읽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추리소설이 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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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레 오늘의 일본문학 10
호시노 도모유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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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수없이 증식하는 상상만해도 소름이 돋는다고 하면 심한 과장일까? 그냥 '나' 한 명이니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격체가 전혀 다른 쌍생아 하고는 달리 무수한 '나'의 인격체를 가진 다양한 변종된 '나'가 주위에 득실거린다면 '나'와 '나'들은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가전제품 매장에서 일하는 나, 히토시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맥도날드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는 중이었는데, 옆자리 앉는 사람의 휴대폰이 내 쪽에 있었고 그것을 주인에게 알리지 않은채 들고 나오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무심코 들고 나온 휴대폰 벨은 계속해서 울리고 히토시는 장난삼아 전화를 받게 된다. 전화를 건 상대는 휴대폰 주인의 엄마였는데, 히토시는 아들인 척을 하게 되고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게 된다. 이에 휴대폰 주인의 엄마는 히토시가 아들 다이키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고 돈을 보내온다. 히토시는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되고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하지만 상황은 비현실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이키의 엄마는 '나'를 실제로 보고도 '다이키'라고 생각하며 대하게 되고 이에 불안감을 느낀 '나'는 진짜 엄마 집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다른 남자가 '나'의 행세를 하고 진짜 엄마는 진짜 '나'를 알아보지 못하며 두려운 눈길로 쳐다보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진짜 '나'는 당혹감과 황당함을 느끼며 나오게 되는데, '나'의 행세를 하는 가짜 '나'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또 다른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것일까?

 

'오레오레'는 무수히 증식되는 또 다른 '나'가 나타나게 되면서 진짜 본연의 '나'라고 믿었던 '나'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지고 왜곡된 기억만이 가득해지면서 도대체 진짜 '나'는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무섭고 두려워졌던 부분인데, '나'의 모습이 조금씩 '나'의 다른 모습으로 부각되거나 축소되어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나'에게 숨겨져 있던 폭력성을 지닌 또 다른 '나'의 모습, 매사에 가볍게 생각하던 '나'의 모습 등등이 무수한 '나'의 모습으로 진짜라고 믿는 '나'를 온통 에워싸는 장면은 그 어느 공포 영화보다도 소름 돋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생각을 공유하는 '나'이기 때문에 사태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결코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는 히토시의 모습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니게 되는 모든 상황을 비현실적이면서 현실감 백배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나'의 존재감을 인식시키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필요 없이 똑같은 '나'이기에 오히려 같이 있으면 편안함을 느끼며 '우정'을 쌓기도 했었고 서로를 완벽하게 알기 때문에 서로를 못 견디어 하는 부분들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다 더욱 더 갈등은 고조되고 이젠 더 이상 진짜 '히토시'조차도 내가 진짜 '히토시'일까? 처음부터 '히토시'였을까? 하는 의심 속에 갈등하게 되고 감정의 고조는 극단을 달리게 된다. 그래서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까지 가게 되면서 비로소 히토시는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의 자존감과 이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진정 찾고자 했고, 되고 싶었던 것을 찾게 되면서 '희망'에 또 다시 걸게 된다. 그러한 부분들이 섬세하고 자연스런 공감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 크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도 무수한 '나'와 싸워야 했을 때도 '나'의 존재 가치를 깨달아 갈 때도, 마지막으로 희망의 손을 잡게 되었을 때도 충분한 공감으로 '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비록 존재가치를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급 좌절모드여도 조금은 희망적으로 생각해보련다. 그러다보면 지금 현재의 '나'의 모습에 스스로 지쳐가고 있더라도 곧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을 대량의 푸념과 함께 해본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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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샘터 외국소설선 4
제프리 포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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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했던 실제 화가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진정한 예술가보다는 점차 유명 초상화가로 인정받고 살아가던 피암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피암보는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로 탄탄대로의 길을 걸게 되지만 항상 자신의 예술에 대한 결핍과 갈망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기이한 초상화 의뢰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피암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세계로 이끌게 된다. "지금껏 해본 그 어떤 일과도 다른 일"을 해달라는 기묘한 제안은 화가로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로 느끼게 되며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그녀의 의뢰 조건은 "나를 보지 말고 초상화를 완성하라!" 였고 매일 자신과의 이야기를 듣고 그려달라는 거액의 의뢰였고 당연히 피암보는 매력적이고 독특한 의뢰에 마음을 홀리게 된다. 병풍을 사이에 두고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피암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였고 점차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피암보가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점차 빠져들수록 초상화는 커녕 스케치도 한 장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피암보는 점차 지쳐가게 되고 그녀는 점점 더 그를 옭아매게 된다.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은 1893년 부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급속도로 늘어난 신흥부자들과 그 부에 편승해서 새롭게 재편된 화가들의 관계를 그리며 실제 그 당시 활동했던 화가들의 고충과 경쟁심리 등등을 뉴욕의 어둡고 쓸쓸한 거리와 기괴한 연쇄살인사건으로 더욱 더 어둡게 부각시키며 극을 이끄는 점이 매력 있게 다가온다. 묘령의 여인 샤르부크의 실제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들의 예술혼을 밝혔을 화가들의 고뇌와 좌절감들도 생생하게 전해와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소설 전체를 방대한 사료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9세기말 뉴욕 예술계를 재현하며 이야기를 이끈 것에 비해 결말 부분에 드러나는 샤르부크 부인의 행적과 실체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러한 결말을 그리고자 했다면 그녀의 과거와 정신세계를 좀 더 세밀하고 명확하게 표현해주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암튼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체적인 느낌은 좋았고 결말부분은 강한 충격보다는 다소 부족함과 의아함을 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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