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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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과 바람 난 여자'를 읽고 생각한 몇가지를 적어 보려 한다.

저자 아니 프랑수아 만큼은 절대로 아니지만, 나 역시 책을 좋아하고 집착 증세를 보이는 수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다.

난 책을 구매하게 될 때 만큼은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른 것은 충동구매가 많다)

왜냐하면 그 책과 내가 인연이 있어서 만나게 되는 거라는 엉뚱한 생각을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연이 있는 책인지 이리 들여다 보고 저리 들여다 보고 하다가 고르게 된다.

물론 인터넷서점이 생기고는 그런 시간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라도 신중하려고 한다. 직접은 아니지만 여러 군데 평을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면 거의 아무런 망설임없이 구입을 하게 된다. 그만큼 그 작가를 믿기도 하고 내 취향이라는 안전꼬리표가 있기 때문이다.

책에 관련하여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책을 빌려 주게 되거나, 빌려 오거나, 선물을 하게 되는 경우 등등을 재미나게 표현하고 있다.

난 책을 빌려주는 것은 편협하게 빌려 주는 편이고, 책을 빌리때는 뻔뻔하게 빌린다.

편협하게 빌려준다함은 말 그대로이다......^^;

거기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사실 나중에는 좀 괴롭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재미나다고 생각하는 책, 먼저 읽기에 복잡한 책 등을 대놓고 읽기를 강요를 하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책을 빌리는 경우는 참 조심스럽다.

그 책을 내 손에서 떠나 주인에게 돌아가는 그 시간까지 깔끔하게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돌려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빌려 온 책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행여나 내 책들이 가끔 받는 지저분함에 끼지 않기 위해서 읽다가 잠시 둘 때도 책장에 올려 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내 주위에서 자국을 남기기만을 기다리는 커피잔들이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물을 하게 되는 경우는 선물 받을 사람에게 물어보는 편이다. 아주 가끔은 내 취향대로 선물을 하게 되는 때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난해하면서 재미있었던 책들을 내보낸다.

왜냐 ...나만 난해했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ㅋㅋ

책 속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을 사랑하고...이해하고....행복해 했으면 한다.

집착이 아닌 사랑으로 승화될 그날을 기다리며...책과 바람 난 여자를 덮는다.

그리고 고이 모셔둔다....놀러 온 손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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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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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책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짠하게 저려 옴을 느낀다.
몇년 전에 처음 읽고는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퉁퉁 부을 정도였다.
주인공 아스카는 열한번째 생일 날 엄마로부터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말을 듣게 되고, 마음의 상처가 너무나 깊어 실어증에 걸리게 된다.
항상 모범생이던 오빠와 비교만 당해서 매사에 자신이 없었던 아스카는 더 이상 외부와의 끈을 이어갈 생각조차 안하게 된다.
부모님은 상담선생님의 권유로 아스카를 시골에 계신 외가에 보내게 되고, 그 곳에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극진한 사랑과 이해로 밝은 아스카로 돌아오게 된다.
 
이 책 속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어릴 적 아픈 언니에게 부모님을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해 온 아스카의 엄마,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던 엄마의 말에 상처를 받은 아스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의 기대되로 끌려간다고 느끼는 아스카의 오빠, 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여 죽음을 생각하는 준코, 중증 장애인 메구미...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이 겪는 문제들을 책 속의 이야기와 비교하며 나눌 수 있어서 고학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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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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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

그들을 소개하자면, 두 통의 진단서를 잔직하고 있는 열흘 전에 결혼한 부부이다.  

호모인 남편 무츠키와 알콜중독증세가 있는 아내 쇼코...그리고 남편의 매력적인 애인 곤...그들은 사회가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묘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쇼코는 결혼 얼마 전에 애인과 결별하고 선을 보게 되었고, 무츠키는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바람으로 쇼코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부부간에는 섹스 말고도 더 중요한 위로와 배려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그들의 관계는 평온함과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물론 남편의 애인 곤과 함께....

이 부분에서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 역시 고정관념적인 남녀관계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쇼코의 행동과 말에 대해서 심심찮게 놀란다.

무츠키를 위해 유일하게 하는 아내로서의 행동인 침대 시트에 다림질을 최선을 다해 하는 쇼코의 모습...남편의 애인의 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묻고, 듣고 싶어하는 모습에서 낯설은 충격을 느꼈다.

쇼코의 불안한 감정상태를 보담아 주는 무츠키와 쇼코와 친구가 되어 주는 곤의 모습에서 새로운 가족관계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 내심 안심이 되기도 하고 괴리감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어느 나라이든 부부에게 바라는 자식에 대한 기대와 그 기대감에 못 미칠 때 생기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잘 그려지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난 쇼코의 감정변화에 이끌려 왔고, 공감하면서 읽어 왔다.

그러나, 책을 마지막으로 덮으려는 순간...든 생각은,

'세상에나...곤도 참 힘들었겠구나'하는 생각이었다. ^^;

섬세한 문체로 잘 그려낸 잔잔한 이야기였고, 일본소설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오래간만에 나의 정신상태와 잘 걸맞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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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죽이기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향란 옮김 / 문이당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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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죽이기를 너무 기대해서일까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책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표현하고 있지만, 중반부터는 책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편집자, 출판사 죽이기에 더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초반부터 중반부까지는 책을 의인화하여, 특히 사랑받다가 버림받는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한번도 책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라 반성비슷하게 하면서 읽어 나갔다.

침실로, 화장실로, 가방 속으로 무자비하게 끌고 다니는 인간들에 대한 책으로서의 분노도 이해할 만 했다. 하지만....도서관을 매춘굴로 표현하고, 좋을 책을 친구들과 서로 빌려보는 행동을 애인을 공유하는 것처럼 표현한 자체는 좀 거슬렀다.

물론 내가 무심코 대했던 책들에 대한 예의(?)없는 행동들이나, 잘 간수하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책들의 분노도 이해하지만 좀 지나친 감을 느낀다.

중반부부터는 후반부까지는 어리버리한 작가들, 몰지각한 편집자, 출판사 사장등이 나온다.

책 죽이기에 나오는 그런 인물들이 현실에 있다면 참으로 우리 책의 앞날은 어둡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극히 드물것이라 믿고 싶다.

끝내, 책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책의 시대...종이에 활자를 입히던 시대는 지나가고 시디롬이 세상이 돌아왔다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과연 그럴까?  몇년 전 전자책이 나왔을 때도 일부 사람들은 그러했다.

종이 책의 시대는 끝나고 전자책으로 승부가 날것이라고...하지만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의 인간이 책을 읽는 동안 촉감으로 느끼고 종이의 향을 느끼며, 내용을 이해하며 감수성을 키우는 동안은 책은 한동안 건재하리라 본다.

결코 생각해보지 않았던 철저한 책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의 상상력은 돋보인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어쩐지, 유쾌하지 못한 것만은 사실이다.

책들의 반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책 살리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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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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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를 다 읽은 후, 잠시동안 멍하니 있었다.

흔히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믿는 사랑이야기에서 빗겨 나간 듯한 기괴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세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슬픈 카페를 이끌어 나간다.

가장 중심인물인 우리의 아밀리아는 6척에 가까운 장신에 거구의 몸을 가진 억센 여자이며 사팔뜨기이다.

외모에서 보여 주듯이 아밀리아는 호락호락한 여자가 결코 아니다.

허나 사랑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하고 그 사랑때문에 삶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여인이다.

아밀리아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인물은 떠돌이면서 아밀리아의 먼 친척으로 우겨대는 비열함이 몸에 배여 있는 꼽추 라이먼이다.

그는 아밀리아의 사랑을 맘껏 이용할 줄 아는 뻔뻔함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황량하기 그지 없던 마을에 아밀리아로 하여금 '카페'라는 것을 열게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처이자 자부심이 깃든 공간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마빈 메이시는 아밀리아의 단 열흘동안의 남편이었던 인물로 장신에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잔혹성때문에 교도소에서 장기복역을 하고 출소한 인물이다.

그가 마을로 돌아와 아밀리아와 라이먼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렇듯 주인물 자체부터가 다른 소설과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작가 카슨 매컬러스는 윌리엄 포크너 뒤를 잇는 남부 작가로 알려져 있고,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사실 중반부터는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를 많이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슨 메컬러스는 담담하게 아밀리아의 사랑과 슬픔을, 꼽추 라이먼이 마빈을 향한 사랑의 몸짓을, 마빈 메이시가 보여주는 사랑의 잔혹성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다.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그 여운의 무게만큼은 오래 갈 듯하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은 너무 많지만 직접 찾아보시길 바라며, 한 구절을 적는다.

슬픈 카페로의 초대장을 보낸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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