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의 힘인 것 같다. 여기 과거의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네 사람이 있다. 마크, 커너, 에비, 앨리슨은 각기 다른 과거의 이유와 고통으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거나 망각했다고 믿은 척하며 지내고 있다. 마크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정신과 의사에서 딸의 실종사건으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노숙자로 떠돌게 되고, 그와 함께 정신과 의사로 성공했지만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채 자신의 과거를 잊고 싶어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틀에 갇혀 사는 커너가 있다. 그는 친구 마크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지만 마크는 모든 것을 거부한 채 사라졌었다. 세상 모든 것을 지닌 것 처럼 보이는 상속녀 앨리슨 과거의 일탈 사건과 끔찍했던 사고의 기억과 파파라치들의 도가 지나친 관심으로 점점 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엄마를 죽게 만든 한 의사에 대한 복수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녀 에비는 커너의 책을 읽고 마음을 다스리려 하지만 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의사와 엄마를 믿지 못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밤거리를 헤매게 된다. 이제 세 사람은 비행기 안에서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한 사람은 그들을 바라보며 모든 고통스런 기억과 고통을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들은 각기 자신의 속 마음을 이야기하고 서로 실로 연결된 것처럼 네 사람을 연결했던 기억과 고통, 사랑을 풀어나가게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기욤 뮈소가 들려주는 사랑과 고통, 치유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고통스런 사랑이 될 것을 알고서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 길을 가고 또 상처받고 하지만 사랑 때문에 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 사랑의 불가사의한 힘인 것 같다. 주인공  네 사람은 마음 속에 치유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마음의 지옥을 경험하지만 그들은 또 다시 일어나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를 조밀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자신을 “편집자도, 번역가도, 작가도 아니다. 나의 직업은 독서가다. 차라리 남들보다 많이 열정적인 독자라고 해두자.” 라고 소개하는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은 그래서 더욱 멋지다. 그의 독서일기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담백하고 따뜻하다. 2002년 6월부터 2003년 5월까지의 독서일기가 담겨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세월이 흘러 다시 읽어보고 예전에 느꼈던 감동을 추억하고 새롭게 느낀 감동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계절이 오고 감 속에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바로 직전 일곱 살에 한글을 깨친 나는 읽는 것은 무엇이든 좋았었다. 그래서 또래 아이들이 하던 놀이처럼 간판을 읽으며 다녔고 처음으로 내가 기억하고 직접 고른 책을 보물처럼 껴안고 다니며 읽고 또 읽었었다. 다행히 부모님과 오빠 둘은 책을 좋아하셨고 책을 잘 사주셔서 책에 대한 갈증은 없었다. 사춘기가 되어서는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오빠들이 보던 책들도 다른 친구들보다 더 빨리 접할 수가 있었고 그래서 얼굴 붉히며 몰래 읽었던 기억도 난다. 사실 내용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름 열심히 읽었었다. 그때의 그 떨리던 감정들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일곱 살 때 부여잡았던 그림책에서부터 지금까지 책이라면 다 좋아하는 데 특히 소설을 좋아하고 이렇게 멋진 에세이를 만나면 아주 행복해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책을 정말 좋아하고 열심히 읽었던 나는 가끔 의문이 들어 친구들과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 궁금증이 있다. 도대체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읽었던 그 모든 독서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만큼 읽었으면 글을 남들보다 잘 쓴다던가, 아니면 책을 비교적 늦게 접한 친구들보다 생각은 깊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게 다 소용없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늦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한 친구는 글을 감칠 맛나게 쓰고, 같은 책을 몇 년에 걸쳐 읽어보는데도 도대체 뭐라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을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는 간결하게 그 책의 핵심을 이야기할 줄 안다. 그럴 때마다 난 소심하게 좌절하곤 궁시렁 거린다.

그러다 이 책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를 만나게 된 것이다. 남들보다 많이 열정적인 독서가를 말이다. 그가 소개하는 열두 달의 책들은 다 읽어보지는 못하지만 작가와 좋아하는 책이 두 권 정도 겹치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어서 읽으면서 혼자 잘난 척을 하며 읽었었다. 반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들이고 반은 소개가 안 된 책들이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여섯 권이라는 주옥같은 소설책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지 행복할 수밖에 없다. 그래, 남들보다 글은 잘 못쓰지만 생각도 깊지 않지만 나대로 즐겁고 열정적인 독서가로 남자 싶은 생각에 행복해한다. 우연히 만나게 된 '독서일기' 정말 마음에 든다. 잘난 척하지 않아서 좋고, 담백하게 따뜻해서 좋고  세상과 책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마음에 들어서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추리소설 신간이 나오면 일단 관심을 갖고 보는 편이고 책을 네, 다섯  권 정도 구입하게 되면 꼭 한 권은 추리소설인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읽었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 평범한 주인공이 어떠한 한 부분에 열정내지 집착을 갖게 되면서 극히 평범했던 삶을 서서히 좀 먹어가게 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11문자 살인사건'은 두 달 정도 사귄 애인의 갑작스런 살해사건으로 추리소설 작가이자 화자인 '나'에게 연락이 온다. 며칠 전 만났을 때 애인 마사유키는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어' 라는 말과 함께 범인이 누군 인지 감을 잡은 듯 묘하게 흐리는 말을 남긴 후라 '나'는 신경이 예민해진다. 얼마 후 애인 마사유키의 장례 후 물건을 챙기던 중 그의 동료한테서 중요한 자료를 넘겨받고 싶다고 연락이 온다. 그러나 그녀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난다. '나'는 이 두사건이 하나의 사건과 연결되었음을 알게 되고 그의 지난 행적을 조사하게 되고  그를 소개시켜 주었던 담당 편집자이자 친구인 후유코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기로 한다. 지난 해 다녀 온 요트 여행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관련된 사람들을 조사하게 되면서 사건은 그들이 선택한 결과로 인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게 된다.

'11문자 살인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을 떠나서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너희가 선택한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당연하냐고 묻고 있다. 요트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그 선택에 따라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뜻하지 않게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가 되고 침묵 또는 묵인했던 사람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두 얼굴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묻는다.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이냐고....... 고립된 섬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냐고, 정말 이기적이고 파렴치한 사람은 누구였냐고... 말이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했지만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였다. 나 역시 다수의 무리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휩쓸리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십대시절에 이십대가 되면 멋진 일만 가득할 줄 알았고 삼십대 이후의 삶은 평온하고 세상을 어느 정도 아는 나이가 되어서 웬만한 부딪힘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삶을 당연히 사는 줄 알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나 철이 없었던지... 아무튼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쉽게만 돌아가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철이 덜 든 가슴은 작은 충격에도 상처를 받았었다. 그런 시기에, 인생을 치열하게 살자 하는 종류의 책들을 읽으면서 인생개조(?)에 힘썼어야 했지만 난 그 대신 따뜻한 위안을 주는 책들로 숨었고 그 책들 뒤에서 그래, 이렇게 지겹고 힘든 시간도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닐 거야. 그리고 이렇게 지치게 했으면 담에는 좋은 일이 생길거야 하면서 버티게 해준 책들이다. 이 책들이 바로 나만의 자투리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 공간들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스코네로가의 영원한 밤
플라비오 산티 지음, 주효숙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보스코네로 가의 영원한 밤'은 괴테가 이탈리아를 여행한 후 집필한 '파우스트' 가 실제로 괴테가 악마를 만나 겪은 사건임을 죽음을 앞둔 마지막 시기에 고백하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평소에도 인간과 악마, 선과 악에 관심이 많던 괴테는 1786년부터 1788년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지중해 섬 시칠리아에서 한 달을 머물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칠리아의 묘한 분위기와 선술집에서 괴테는 얼굴에 깊게 파인 흉터가 있는 중년의 한 사내에게서 보스코네로 남작 가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악에 대한 묘한 지적 호기심과 함께 그 사나이의 이야기 솜씨에 빠져들게 되고 최근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에서 일어난 기이하고 공포사건들을 듣게 된다. 머리만 몸통에서 잔인하게 뜯겨진 시체들과 심하게 훼손된 농부의 시체, 그 사건을 수사하던 경감의 실종 이야기는 괴테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심연 속으로 몰아가며 그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보스코네로 남작 페데리고로 이어진다.

보스코네로 가의 둘째 아들인 페데리고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아들이었고 이를 시기하던 첫째 아들 아담이 아버지를 살해 후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면서 실질적인 보스코네로 가의 주인이 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보스코네로 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저주 때문인지 기억상실증, 수면발작증을 번갈아 가며 평생을 겪게 된다.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인간 거울' 역할을 하는 하인들만을 두고 기이한 생활을 한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던 괴테는 답답하게 죄어오는 공포감을 느끼며 잠을 들게 되고 드디어 공포의 실체인 페데리고 보스코네로 남작의 초대를 받게 되어 진정한 '악'의 힘을 경험하게 된다.

페데리고의 스승 텔라모니오가 해준 이야기는 소설을 이끄는 암호이자 전체 이야기를 암시하는 "삶은 피를 먹고 산다."  는 수없이 반복되는 환각과 수면발작증,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던 페데리고를 지탱시켜주는 말이자 알 수 없는 암시가 담긴 말이라 스승을 찾아 그 답을 듣고자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독자들을 괴테가 겪은 그 악의 중심에 독자들을 이끄는 말이 되기도 한다. '보스코네로 가의 영원한 밤'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악몽을 반복적으로 꾸는 듯 느낌을 준다. 현실과 환상 속을 더 이상 분간하기 힘들고 환상 같은 현실의 악몽이 시작되고 끝없이 이어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의 보스코네로 가의 성에서 겪게 되는 악몽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의 탐욕과 잔혹성이 내재되어 있는 한 악은 영원히 우리 주위를 맴돌면서 괴이한 호기심을 부추기며 살게 될 것라는 불길한 징조를 듣고 본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조금 불편했었다. 읽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묘한 분위기를 주는 독특한 소설이었고 그래서 더 읽고 나서도 잔상이 오래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