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자신을 “편집자도, 번역가도, 작가도 아니다. 나의 직업은 독서가다. 차라리 남들보다 많이 열정적인 독자라고 해두자.” 라고 소개하는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은 그래서 더욱 멋지다. 그의 독서일기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담백하고 따뜻하다. 2002년 6월부터 2003년 5월까지의 독서일기가 담겨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세월이 흘러 다시 읽어보고 예전에 느꼈던 감동을 추억하고 새롭게 느낀 감동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계절이 오고 감 속에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바로 직전 일곱 살에 한글을 깨친 나는 읽는 것은 무엇이든 좋았었다. 그래서 또래 아이들이 하던 놀이처럼 간판을 읽으며 다녔고 처음으로 내가 기억하고 직접 고른 책을 보물처럼 껴안고 다니며 읽고 또 읽었었다. 다행히 부모님과 오빠 둘은 책을 좋아하셨고 책을 잘 사주셔서 책에 대한 갈증은 없었다. 사춘기가 되어서는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오빠들이 보던 책들도 다른 친구들보다 더 빨리 접할 수가 있었고 그래서 얼굴 붉히며 몰래 읽었던 기억도 난다. 사실 내용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름 열심히 읽었었다. 그때의 그 떨리던 감정들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일곱 살 때 부여잡았던 그림책에서부터 지금까지 책이라면 다 좋아하는 데 특히 소설을 좋아하고 이렇게 멋진 에세이를 만나면 아주 행복해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책을 정말 좋아하고 열심히 읽었던 나는 가끔 의문이 들어 친구들과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 궁금증이 있다. 도대체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읽었던 그 모든 독서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만큼 읽었으면 글을 남들보다 잘 쓴다던가, 아니면 책을 비교적 늦게 접한 친구들보다 생각은 깊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게 다 소용없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늦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한 친구는 글을 감칠 맛나게 쓰고, 같은 책을 몇 년에 걸쳐 읽어보는데도 도대체 뭐라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을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는 간결하게 그 책의 핵심을 이야기할 줄 안다. 그럴 때마다 난 소심하게 좌절하곤 궁시렁 거린다.

그러다 이 책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를 만나게 된 것이다. 남들보다 많이 열정적인 독서가를 말이다. 그가 소개하는 열두 달의 책들은 다 읽어보지는 못하지만 작가와 좋아하는 책이 두 권 정도 겹치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어서 읽으면서 혼자 잘난 척을 하며 읽었었다. 반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들이고 반은 소개가 안 된 책들이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여섯 권이라는 주옥같은 소설책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지 행복할 수밖에 없다. 그래, 남들보다 글은 잘 못쓰지만 생각도 깊지 않지만 나대로 즐겁고 열정적인 독서가로 남자 싶은 생각에 행복해한다. 우연히 만나게 된 '독서일기' 정말 마음에 든다. 잘난 척하지 않아서 좋고, 담백하게 따뜻해서 좋고  세상과 책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마음에 들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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