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여인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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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에 대한 이름은 많이 들어봤으니 직접적으로 책을 읽어보기는 처음인거 같다. 도서모임에서 10월에 읽고 토론하려고 했던터라 오랜만에 도서모임 나갈 생각에 룰루랄라 거리며 구입해 읽었건만 정작 도서모임에는 못나갔다는 슬픈소식.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그리웠던터라 기대했건만 사정상 나갈 수 없었던게 안타까웠대나 어쨌대나. 아무튼,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됐으니 간만에 만한 찐한 문학느낌.

일단 뭣보다 표지 너님 당첨. 내 스타일이야~~~~~~



책모임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롯이 내가 느낀것만 그냥저냥 써야 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이 뭣보다 크다. 책을 읽고 받아들이기가, 흡수하기가 잘 됐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책들을 읽을때마다 예전엔 구구절절 쓸 말들이 많았던 거 같은데 요즘은 피철철이들로만 채워지는 내 스타일의 독서다보니 오랜만에 이런 책 리뷰쓰기가 막막해지는 느낌이다.

이스탄불이 무대이기도 해서 뭔가 아시아권이지만 이국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소설이기도 했다. 예전 우리 70년대를 스쳐 지나간 느낌이 들기도 했고......

주인공 나는 (이름이 있었으나 기억이 안나는 ㅡ.ㅡ;;;) 어린시절 나름 약국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래서 괜찮게 자랐던 거 같다. 단지 아버지는 좌익 운동과 관련해 경찰서를 드나들며 심문을 당하기도 하고 어머니외 여러 여인들이 있어 집을 몇년 나가 있기도 하는 등으로 아버지의 부재는 나에게 뭔가 텅빈 공허감을 안기기도 했다. 아버지의 품을 그리워 했던 거 같은 느낌이 강하다. 어머니가 계시지만 어머니 얘기에 치중하기보다 집을 나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이야기가 더 짙고 깊다.

아버지가 집을 나감으로서 약국은 문을 닫고 경제적 어려운 상황에서 16살인 나는 우연히 우물 파는 기술자 우스타를 따라 왼괴렌으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우물을 파내는 힘든 일을 하지만 물이 곧 나올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우스타는 왠지 아버지와 같아서 아버지의 부재속에서 그는 우스타를 아버지화 해서 그에게 마음속으로 의지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낮에는 더위속에 우물을 파고 저녁에는 마을로 내려가 차한잔을 하고 우스타의 담배를 사는 과정에서 우연히 빨강머리 여인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빠진다. 심지어 연극배우에 결혼까지한 유부녀인데도.... 지난한 그의 삶의 과정이 나오고 빨강머리 여인의 등장은 한참만에야 나온다. 그러나 그만큼 그여인이 그에게 미치는 임팩트는 크다.



책을 마지막까지 읽어나가는 과정에서도 나의 삶에 대한 구구절절한 일대기가 그려진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빨강머리 여인에 대한 이야기는 그 후에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후반부 가까이 가기까지 왜 이 책 제목이 <빨강머리 여인>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너무나 컷다. 책 팔기위한 술수인가? 아니면 상징성인가? 라는 의문을 가져야만 했다. 그래서 책 마무리 짓기도 전에 그걸 물어보기도 하고..ㅡㅡ;;;

그런데 역시 내 판단이 너무 성급했었다. 마지막 책장까지 다 덮고서야 왜 이 책 제목이 그리 뽑혔는지 이해가 갔다고나 할까?

사실 이 책이 가진 심오함은 내가 글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있다. 빨강머리 여인의 주된 이야기보다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이야기 오이디푸스나,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이야기 쉬흐랍의 이야기에서 주는 메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깊게 담겨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깊게 다가온다고 해야할까.

문학작품은 글을 쓰자고 들면 더 깊이 파고 들만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리뷰쓰기도 만만찮고 생각할 거리도 만만찮다.

지금도 사실 쓰고 있는 순간에도 이 이야기가 다 가 아닌데... 더 깊이 뭔가를 찾아 적어야 할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자꾸만 파고든다. 그럼에도 짧은 내 소견으로 급하게 리뷰를 마무리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 더이상 글쓰기를 머리속으로부터 저지당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성. 아버지의 부재로 부터 오는 강한 그리움과 그에 반하는 강한 반항. 부자 관계에 대한 이해도는 확실히 내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마지막에 가진 큰 임팩트는 앞의 이야기에서 쭉 이어져 오는 복선에서 가히 짐작이 되는 이야기인데도 나는 충격이 컸다. 쉬흐랍보다 오이디푸스 이야기로 이어지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책은 다 읽었으나 부자관계에 집중할지 아니면 그외의 부분을 더 파고 들어야할지 고민이 됐던 책이다. 오랜만에 만난 문학이라 쓸말이 많으나, 또 없는 듯한 이 기분.

오르한파묵의 작품은 보통 이런것인가. 생각보다 글이 잘 읽히고 생각할 거리는 많아서 괜찮은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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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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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무라카미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진 않치만 (단편소설은 또 좀 괜찮은거 같고) 그의 에세이는 좋아한다. 이상하게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나랑 코드가 좀 맞는 느낌.

그렇다고 솔직히 내가 그의 이름에 비해 그의 책을 많이 읽어 본 건 아니다. 그저 다들 칭찬하고 좋아라 하는 그의 소설을 읽고 어? 나는 아닌데... 딱히.. 뭐 이런 느낌이 들어서 되도록이면 그의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물론 그전에 이름만 믿고 마구 사재껴 놓은 책 몇권을 제외하곤 말이다. 근데 또 유독보면 그의 에세이는 읽을 수록 좀 재미난 느낌이다. 어쩌면 이렇게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그래서 또 그의 에세이는 되도록 보려고 노력중이긴 하다.



<앙앙>에 연재된 에세이들을 모아 출판한 책인데 읽을 수록 재밌다. 이래야 작가를 하나 싶을 정도로 진짜 평범한 소재에게 특이하게도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읽고 있으면 어떤건 킥킥 대기도 하고 어떤건 오~ 할 때도 있다. 에세이다 보니 뭔가 특별히 줄거리를 쓰거나 그럴 수는 없지만 확실히 에세이가 나랑 잘 맞네. 이런다.

일상으로 우리가 채소의 기분을 알아 줄 필요는 없지만 간혹은 양배추의 기분을 생각해 주는 그의 글이 귀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뭔가 특별난 것이 들어있는 듯한 느낌. 이러니 작가하지 싶은 그런 기분이다. 특히 그의 에세이를 읽고나면 이런 능력은 있어야 기본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게 아닌가 싶은 마음마져 든다.



게다가 한번씩 들여다보이는 그의 유머는 읽을수록 재미와 유쾌함을 더한다. 재밌지만 그래도 깊이 생각해보면 뭔가 고민도 생길거 같은 그런 기분의 에세이를 써내는 작가란 정말...

암튼 이번 에세이도 오래되긴 했지만 재미나게 읽었다. 나는 채소의 기분따위 생각하지 않는 일반 독자고 바다표범의 키스 따위는 생각해 보지 않는 독자이지만 읽으면서 한번쯤 채소의 기분을 언뜻 떠올렸네. 재밌어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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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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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흑.. 또 사진을 표지밖에 안 찍었네. 기본적으로 세장은 찍어야 하는데...ㅠㅠ>

이 책은 요새 어찌나 핫한지. 벌써 4권까지 나온거야? 몰랐네. 나는 3권까지만 나온 줄 알았더니......

사실 요새 힐링소설이 너무 넘쳐나서 좀 질린 느낌이랄까. 영미의 추리소설 클리셰가 너무 비슷해서 요즘 손에 잘 안 드는 것과 비슷하게(?)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감동 토닥토닥 이런거라 사 놓고도 좀 짜증나서 멀리하는 편이었고 간혹 또 읽더라도 크게 리뷰가 좋게 안 쪄지는 상황이어서 힐링소설을 좀 멀리하고 싶었다.

근데, 책 반납하러 도서관 갔는데 으잉? 이 책이 보이네.

너무 자주 봐서 마치 내 책처럼 반가웠던 이 기분.

신간거지로서는 와~ 그럼 이거 봐야지. 뭐 이랬대나 어쨌대나.

여튼 그런 저런 이유로 이 책을 빌려와서 읽는데... 오~ 뭐냐 힐링소설이 맞고 너무 비슷해서 짜증나는 느낌을 담고 있는데 글맛 왜 좋은거냐?

힐링소설에 반감 갖고 있었는데 이 책 읽으면서 아...... 역시 뭔가 글맛의 문제인가? 혼자 또 이래 생각해 봄.

제목에서 일단 다 말하고 있듯, 바다 가까이 있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개개인의 사연을 가지고 등장하는 줄거리는 다 비슷하다.

단지 편의점의 점장이 완전 꽃미남이어서 그를 따르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팬미팅 하는 장소로 착각할 정도라는 특이한 설정과 그런 꽃미남과 아는 사이인 줄 알았던 쓰가라는 무엇이든 해결맨이 형제라는 충격적인 사실!! (이거 스포인가? ㅋㅋㅋㅋㅋㅋ) 뭐 그런것들이 이야기의 요소요소에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점장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는 미쓰리(이 이름이 자꾸만 우리나라로 '저기 미쓰 리~' 이렇게 불려져서 이상하게 혼난건 안 비밀) 편의점 직원이 있고, 사연자만 등장하면 다들 나서서 휘리릭 해결해주는 동네 사람들이 있다.

친구의 아픔에 레슬링 꿈을 잠시 접었던 청년, 먹고 살기 바빠 꿈을 버리고 학원강사를 하다 낙향한 남자, 잘나가는 절친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진정한 친구를 만나 새로운 꿈을 향하는 학생, 그외 기타등등.....

암튼 힐링소설에서 등장하는 스토리는 비슷비슷하다. 그런데 왜인지 이 책 재밌다. 내가 웬만해선 힐링소설 요즘 리뷰 이쁘게(?) 안쓰는데 이 책은 재밌다고 막 말하고 싶네. (그렇다고 엄청엄청 기대는 금물!)

넘쳐나는 힐링들 중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다 있는게야. 작가의 글맛도 한몫했고, 편의점의 꽃미남 미모도 한몫한건가? ㅋㅋㅋㅋ 그것도 아니면 뭐든 해결하는 점장의 형이?? ㅋㅋㅋㅋ

4권까지 나오는데는 다 이유가 있구만 싶다. 베스트셀러 힐링이라도 딱히 나는 휩쓸리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 책은 고개 끄덕끄덕.

그래서 2권부터 또 빌려 읽어보려고 했는데 왜 우리 작은도서관은 후속작은 없는거냐? ㅠㅠㅠㅠㅠㅠㅠ

큰 도서관을 가야하나 고민중.. 귀찮네. 또 막.. 그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은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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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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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다보니 사진찍기를 깜빡하고 책을 반납하는 경우가 생겨버렸구만.. -_-;;; 책 읽고 사진찍기도 나름 내 하나의 취미로 들어가는데 거참..ㅡㅡa

암튼 이번달 책 읽기가 게이고옹 덕분에 좀 탈출될 분위기다. 책태기에 빠지니 역시 좀 쉽게 읽히고 빨리 읽히는 책을 찾게 된다. 게다가 이번엔 도서관 책 3권 빌려와서 3권 다 읽기 성공~!!

도서관서 빌려읽기가 정착되는 것인가.

블랙쇼맨 다케시는 지난번 환상의 여자때 먼저 만나서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다.

나는 대체로 갈릴레오 시리즈 유가와 교수와 구사나기 커플(?)이 나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블랙쇼맨은 뭐랄까. 그냥 소소한 추리를 읽는 기분이다.

내용들도 각각의 이야기들이 이어지다 보니 단편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블랙쇼맨이 중심에 등장하니 일정부분 연결된다 치고 읽게 된다.

본격적인 추리라기 보다 일상적인 추리들이 많다. 바를 운영하다보니 그 곳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거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되면 우리의 블랙쇼맨 (미국에서 마술공연도 했다던) 다케시가 짠~하고 풀어주는 이야기다.

이 책에선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는 조카가 같이 나서서 본인의 고객이나 지인들의 사건을 풀어준다.

인테리어를 하기로 했던 노부부가 갑자기 죽은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불륜의 전 며느리를 만나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다케시가 짜잔~하고 해결해주기도 하고 (물론 더 깊이 들어가면 결코 막장이랄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평생 엄마의 꼭두각시로 살아 엄마에게마져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딸의 고민과 엄마의 고민을 동시에 해결해 주기도 하는 등 소소하지만 그래도 필요한 추리와 고민해결들을 해준다.

그냥 이 책은 게이고옹의 본격추리를 읽으려면 패쓰~

킬링타임용으로 쏘~쏘 하게 만나려면 가볍게 읽기 좋은 책.

고나마 게이고옹의 힐링소설이 아니라서 나는 그럭저럭 괜찮게 읽음.

어차피 시리즈라 곧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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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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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제는 엊그제 읽은 책도 내용이 기억이 안나는가.... 읽고도 처음 단편이 뭐였지? 하며 내용을 다시 찾아봤네

단편이다 보니 세편이 얇은 책에 실려있었는데 오히려 뒤 두편은 기억이 나는데 첫번째가 기억이 안났었다. 첫번째 단편이 <너무 늦은 시간>의 타이틀 제목을 가진 이야기였는데.....

클레이키건은 작년에 <맡겨진 소녀>를 읽고 어머, 이렇게 얇은 책으로도 참 먹먹한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많은 문장이 아니어도 와닿는게 많구나.. 라는 느낌을 받아서 팬까진 아니더래도 책이 보이면 뭔가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이 책도 도서관 찬스로 갔는데 와~ 클레이키건이야!!! 이럼서 바로 겟~!!

신간거지는 역시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거여.



책이 얇아서 금방 읽을 수는 있었지만 역시 또 그 해석의 깊이는 만만치 않다.

읽을때는 솔직히 좀 생각없이 읽었다고 해야하나. 첫 작품에 대한 기억이 깊었던터라 이 작품에 대해서도 꽤 기대를 했던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책은 일단 활자만 따라가기로 했다. 어차피 내용이 막 먹먹하고 어쩌고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와닿는 그런게 아니니까.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성을 다루고 있는 세편의 단편인데 솔직히 읽을때는 이게 뭔가 싶은 느낌도 없쟎아 있었다. 다 읽고 오히려 역자님의 글을 읽으며 아하~ 하는 느낌이 더 강했다고 해야하나.

남자가 여자들을 대하는 방식, 혹은 여자의 일탈에서 오는 위험성이라고 해야하나... 뭐라 해석하긴 힘들지만 대체로 남자들이 여자들을 본의든, 타의든 생각지 않게 무시하는 듯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고자 한 건 아니지만, 카헐은 결혼 날짜까지 잡아 놓은 상황에서 그녀의 짐이 들어오고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것을 참지 못한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지만 현실로 다가오니 조금씩 잠식되어 오는 그녀의 존재를 좋아는 하되 직접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그들의 결혼은 해피엔딩이 되지 못했다. 그게 누구의 잘잘못은 아니지만 카헐 스스로가 존재감 없는 그녀를 원한건 아닐까. 그냥 몸만 쏙 들어오는 그런걸 상상했다면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보면 세상 전체가 변해버린 또다른 인생의 시작이 결혼인데 그 조차도 참아내지 못한다는 건 도대체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두번째 단편은 유명한 작가의 집을 두달간 젊은 예술가들에게 빌려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게 하는 상황에서 남자는 그런상황에서 글은 쓰지 않고 빵을 만들거나, 수영을 하거나, 바람을 쐬고 제대로 된 작업을 하지 않는 그녀에게 힐난을 퍼붓는다. 아..나 참.. 이건 웃기지 않는가. 작가라고 해서 무조건 글만 써야하는 것은 아님을 모르지 않을텐데 그 좋은 기회를 하염없이 보낸다고만 생각하지? 그녀도 작업 할 것은 다 하는데....... 이 단편은 이러구저러구 할말이 많치만 단편 하나하나 다 줄거리쓰고 이야기하려니 오히려 책 두께보다 내 리뷰가 더 길어질 모양새다.

세번째 단편의 줄거리도 끄적여 놓을요량인데 그건 내 기억력을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아이와 남편의 선물을 사러 시내로 간다는 핑계로 모르는 남자와 일탈을 꿈꾸는 주부에 대한 이야긴데 마지막이 진짜 대박이다.

아주 섬뜩한 스릴러 한편을 읽은 듯한 느낌이랄까. 이 이야기에 대해서도 이러구저러구 막 조잘되고 싶은데 역시나 단편을 내가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서 느껴진다. 한편 한편 일일이 얘기하기가 싫은거다. 글도 막 적고싶지만 얇은 단편들에 대해서 구구절절 얘기하기가 싫은거다. 그래도 클레어키건 책이니 언급은 하고 싶어 간단한 줄거리 정도는 남긴다고 해야할까.



암튼 세편 모두 남녀의 이야기다. 하지만 결코 사랑이야기들은 아니다. 남자가 여자가 대하는 방식, 혹은 그 반대일수도 있는 이야기. 그러나 역자도 그렇고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면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난 뭐 도긴개긴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남,여의 다름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이게 딱히 또 별스런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읽혀지는 느낌이라 굳이 나는 남자 대 여자로 결정짓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얇은데도 역시 텍스트는 쉽게 읽어버리지만 그 후 남은 관점과 생각은 깊게 여운을 남긴다. 처음 읽었던 그녀의 책과는 다른 느낌으로다가.......물론 첫 책의 그런 감동을 기억하지 못했다면 이 책으로 이 저자의 글에 혹하진 못했을 듯 하다.

뭔가 생각은 많은데 정리하기는 싫고,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기분. 이 책은 그냥 좀 그렇다. 그리고 단편은 싫다. 나는 역시 뭔가... 긴 이야기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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