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요즘은 쉬운 책들에 빠져 깊이 고찰하고 고민하는 책들은 좀 멀리하게 됐다. 좋아하지만 의식적으로 머리아픈 세상에 헤세 아저씨의 글마져 나를 힘들게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스물스물 자라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전에 받아 들였던 사실들을 또 다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느낌이 강해서 오히려 좋아하면서 더 피해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또 언젠간 그 글속에 묻히고 싶은게 헤세아저씨 만의 글 맛이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속에 들어앉아 그가 느끼며 적어내려간 글자 하나하나를 음미하고자 한다. 어떤 의미로 와 닿아서 이런 글을 써 냈는지 나는 또 파고들려고 한다. 여전히 쉽지 않치만.....
이번 산문집은 초기작이라 해서 오히려 더 힘들었던 부분이 많았던 듯 하다. 그의 깊은 심연이 더 자리 잡기 전이고 가라앉기 전에 피어오르는 글인지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지 알았는데 아직은 자신만의 감정속으로 잠식한 헤세아저씨만의 산문집은 더더욱 파고들기 힘들었다. 물론, 초기작이라 그 속에서 언뜻 <유리알유희>의 탄생을 직감했고 스치듯 <싯다르타>의 깊은 깨달음의 글들이 보이긴 했지만 역시나 오롯하게 전해져 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산문집이지만 마치 본인의 글인양 보이는 <수레바퀴 아래서>의 글맛은 다른 작품보다 더 잘 보였던 듯 하다. 그 책이 탄생하기 직전의 글이 보여 뭔가 반가운 느낌이 와 닿기도 했다. 그가 토해내는 모든 글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또 모든것에 의미를 가진다면 아마 헤세 아저씨의 책은 읽기 힘들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절반의 절반만 이해하고 그외는 그저 흐르는대로 두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어찌한다고 그의 깊은 내면의 글을 내것으로 받아들이기엔 나의 그릇이 너무 작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