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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의 시계장치
마티아스 말지외 지음, 임희근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프랑스에 관련된 문화는 모든지 진지하거나 난해하거나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러가면 하품하기가 일쑤였고, 내용은 이해못하는 것들로 가득해서 재밌었냐는 물음에는 언제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야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프랑스 영화가 늘 예술적인 면에서는 높은점을 받는터라 안 볼수도 없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영화뿐 아니라, 문학 또한 읽으면서 이해안되는 책들이 좀 있어서 내심 불편했더랬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더라? 재작년 후반쯤 꽤 괜찮은 프랑스 작품을 접하고는 그 인식이 일순간에 바뀌었다. 전혀 난해하지만, 이해못할 내용도 아니었고, 뭔가 머리를 치는 깨우침이 있는 새로운 책이었다. 그뒤로 프랑스 문학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관심이 더더욱 많이 갔었다. 덕분에 내 서재 한켠도 프랑스책들로 점점 가득채워지고 있다. 기분좋은 변화가 아닐수 없다.
어쨌거나, 이렇게 관심이 많이 가는 중간에 접한 "심장의 시계장치"는 제목과 표지도 무척 내 관심을 끌었지만, "사랑을 하는 사람의 심장소리를 들어본적이 있나요?" 라는 문구가 더욱더 호기심을 자극했던거 같다. 몇번의 연애로 그 설레임을 느껴본적은 있지만, 사실 지금은 그런 느낌과는 조금은 동떨어진 편안함에 기댄 사랑으로 안주해 있는터라 그 떨림이 간혹은 그립기도 하다. 물론, 지금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란말은 아니다. 간혹은 그런떨림이나 열정이 사라지지않고 그렇게 머물렀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는 거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심장이 벌렁거려 제대로 숨쉬며 살기도 힘들겠지만......
여기 잭이라는 정말정말 추운겨울에 모든것이 얼어버릴듯한 날에 어린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 제대로 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하는 탓에 모든사람들에게 마녀로 낙인찍힌 매들린의 손에 의해 낳자마자 길러지게 된다. 그런데, 이세상에 나온순간부터 잭은 이상했다. 심장이 이상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의족이나, 안구등을 만들어 주던 매들리는 당장 잭의 심장을 뛰게하기 위해 가슴안에 뻐꾸기 벽시계를 달아주었다. 그리고, 잭은 그모습으로 어느곳에든 입양되지 못하고 매들린과 10여년을 같이 살게된다. 아이를 낳을수 없었던 매들리는 잭에게 헌신적이었다. 잭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했지만, 매들린은 세상과의 조우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막을수가 없는법, 잭이 10살되던 어느날 매들린의 산비탈에서 내려와 마을로 구경을 가게되고 거기서 미스아카시아라는 아리따운 소녀를 만나게된다. 순간 잭은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을정도로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그 사랑의 감정은 심장에 시계를 달고있는 잭에게는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려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되고 고통으로 힘들어진다. 그러나, 잭은 그런 힘듦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소녀만 생각한다. 결국 소녀를 만나기위해 학교에 입학하지만 소녀는 이미 떠나버린 후였다. 도저히 사랑의 감정을 주체할수 없었던 잭은 자신을 괴롭혔던 조에게 상처를 입히고 도망치듯 소녀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미스아카시아를 찾아내는데......
줄거리를 쓰자면 그저 간단하다. 한소년이 소녀를 사랑했고, 그 소녀를 찾아나선다. 딱 한줄로 끝낼수 있을정도다. 하지만, 그속에 든 내용은 특이하기도하고 뻔한듯한 사랑얘기이면서도 새롭기까지하다. 사랑을 하게되면, 잭의 심장이 견뎌내지 못함을 고통과 회한이 함께함을 경고로 그만큼 사랑이 쉽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게다가 사랑이라는 감정자체를 심장속에 시계하나를 차고 있다는 가정으로 얘기를 끌어나가는 작가의 상상력은 놀랍기까지하다. 사랑이 깊어질때마다 시계에 의해 돌아가는 심장은 더 힘들고 고통스러워진다. 하지만, 그만큼의 감동과 희열이 있다. 그래서, 아프지만 잭은 그 감정을 버릴수 없고, 손에서 놓치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에 집착할수록 심장속 시계는 더 뒤틀리고 잭 자신을 파괴하기까지 한다. 질투와 미움으로 아무것도 깊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랑의 감정으로 심장속의 시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더 욕심내고 더 깊이 소유하고자 함으로서 고통으로 자신을 찌르게 되는것이다. 잭의 열정적이지만 허무한 사랑을 보면서 내 심장의 시계는 과연 얼마정도로 뛰어가고 있는 지 궁금해졌다. 일정되고 안전한 속도로 사랑하는 감정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계장치를 갈망하고 있는것인지...... 과하지 않는 심장의 시계로 사랑의 감정을 편하게 느끼며 살고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