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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폴라리스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작가들중에는 전작을 하고자 하는 작가는 손에 꼽을수 없을정도로 많다. 그만큼 일본작가의 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웬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글을 쓰는거 같아서 호감이 많이 가는 탓이다. 미우라시온도 전작주의를 외치는 작가중 한명인데, 이번책은 그런 내 결심을 조금은 흔들게 만든다. "마호로역 다다심부름집"을 읽고 첫눈에 반한 작가인탓에 다른 책들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찬양(?)이 숨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오는 약간의 유치함때문에 사기를 망설였던 나에게 역시..... 라는 안타까운 한숨이 들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그의 글이 엉망이라거나 그런건 아니다. 일단은 단편이라는 자체에서부터 실망을 했었고, 내용들 역시 기대만큼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이라고 하겠다.
읽고 글을 음미할 시간을 가지기보다는 금방 다른 한편의 글을 읽어나가야하는 단편의 페이스를 따라잡지 못하는 나는 그래서 무척이나 단편을 싫어한다. 그 빠름의 페이스가 싫고, 음미할수 없는 시간이 없음이 싫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니 단편이고 자시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것을......
근데 이상한건 이 책의 제목과 책속의 단편들에 대한 상관관계를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는 데 있다. 제목도 똑같은 단편도 없고, 전체적으로 단편들이 하나를 향해 달리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결국 저 제목이 왜 붙었는지 난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다. 단지 별과 관련된 한편이 있어서 혹시나 그 글과 연관성이 있나하고 추측만 할뿐이다.
많은 단편들중에 기억에 남는건 솔직히 두어편 밖에 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차뒷자석에서 자는게 너무 좋았던 주인공이 8살무렵 그곳에서 잠깐 졸다가 분조라는 남자에게 유괴아닌 유괴를 당한기억으로 살아가는 얘기가 무척이나 특이했다. 그 남자는 아이를 유괴할 생각이 없었고 단지 자동차만 쓰려고 훔쳤을뿐인데 아이가 타고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해칠생각이 없었던 분조는 아이와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 하루밤 정도를 보낸후 새벽에 돌려보낸다. 특이하지만 있을법한 일인 이야기다. 게다가 분조라는 남자는 무슨 범행을 저질렀다기보다 외로움을 찾아 어딘가로 떠나가는 사람같았다. 어쩌면 돌아올수 없는 머나먼곳으로......
어릴적 강간당할뻔 했던 남자를 남자친구와 같이 죽인이야기도 있고(사실 이부분에선 헉!했다.) 짝사랑했던 교수님의 뼈조각을 간직한 여자이야기도 있었다. 모두들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엔 도를 넘어선듯한 단편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무척이나 거부감이 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에 힘겨운 얘기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금기시 하는 부분을 건드린 느낌이랄까. 일본의 소설들이 대체로 그런 주제들이 넘쳐나지만 엽기가 아닌 일상으로 그려진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안절부절 한 느낌은 전혀없지만 그렇다고 에쿠니가오리의 소설처럼 그런 도를 넘어선을 담담하게 받아들일수도 없다. 웬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책속의 내용에 대해 거부할수도 거부하지 않을수도 없는 그저 관망하는 느낌의 책읽기 되는 기분이다. 미우라시온의 글이 이런느낌이었나? 하고 생각해보지만, 예전에 만났었던 느낌이 아닌듯하여 조금은 당황스럽고, 실망스럽다.
역시 단편은 나와 맞지 않는게야. 라며 미우라시온이라는 작가에 대한 실망보다 장르에 대한 실망을 했었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아직은 그 작가를 놓기엔 읽어야 할 책들이 많고, 작가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만나는 책은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