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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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맨뒤 추천자의 말마따나 요즘 우리나라 젊은 독자층들은 우리나라 작가의 책보다는 일본작가의 책을 많이본다.  나역시도 일본작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고, 즐긴다.  일본작가들의 이름은 줄줄 외지만 우리나라 작가들의 이름은 한번쯤 읽어봤거나 유명한 사람이 아닌이상 그다지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리고, 흥미도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순간 우리나라 작가를 너무 좋아하는 언니를 알게되면서 조금씩 반성을 하게됐고 요즘은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런 노력을 하지않더라도 "김탁환" 이라는 이름은 너무도 유명해서 그가 낸 책이면 전작을 해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게다가 작년쯤에 읽은 "열하광인"으로 그의 남다른 필력에 팬이 됐고 관심도 많다.  하지만, 세상에 읽은책들이 널려있는 이상 생각만큼 그의 책을 찾아읽는걸 하루하루 미루다보니 아직 다른책들은 만나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의미에서 이번에 만난 "노서아가비"는 다시금 그에게 다가갈수 있는 기회가 됐고, 그의 글을 더욱더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실 처음 제목만 접했을땐 이게 무슨 의미인가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바리스타 이야기인건 알겠는데 그래도 제목이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커피와 관련은 있겠지만 커피종류 이름인가?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책을 읽자마자 곧 제목이 "러시안 커피"를 이르는 말인걸 알게됐지만 말이다.  
대대로 역관을 지낸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난 따냐는 아버지가 생각지도 못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음을 당하자 청나라로 도주한다.  아버지의 친구들이지만 자신을 해하려 한 사람들을 보기좋게 화약 한방으로 물리치고, 러시아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만난 칭할아범과는 그림위조 사기를 같이 치다가 혼자만 많은 양을 차지하는 칭할아범에게는 죽음을 선사하고 러시아로 발을 디딘다.  그곳에서도 역시나 말로서 온갖 사기를 치던 그녀는 얼음여우의 조직에서 러시아 숲을 귀족들에게 파는 사기를 수도없이 저지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최고의 사기꾼 이반과 사랑을 하게되고 다시금 우연한 기회에 조선사절단을 만나 우리나라로 돌아온다.  러시아에서 커피를 사랑하는 맘이 가득했던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고종의 커피시중을 들게된다.  아침식전 두번의 커피타임을 가지는 고종에게 러시안 커피를 내려 대접하는 그녀는 역시나 또한건의 커다란 사기를 준비하는 이반과 맞서게 된다.   고종을 대하면서 인간적인 면을 접하게 된 그녀는 마지막 최후의 순간에 자신의 사랑 이반보다는 고종을 택하게 되는것이다.  물론, 거기엔 또다른 사기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지만 말이다.

서로 쫓고 쫓기는 사기의 연속속에서 손에 땀을 쥐기보다는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놀이기구처럼 짜릿한 즐거움이 곳곳에 나타난다.  커피와 함께하는 그녀의 사기는 옳고 그름의 잘잘못을 
떠나 하나의 놀이같은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엄청난 가독력이 책을 한번들면 손에 놓치 못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그래서, 책을 읽어 두께가 줄어들수록 아쉬움이 더 강하게 밀려왔었다.
책을 읽는내내 나역시도 러시아 대 평원을 질주하는 사기꾼이었고, 고종황제를 가까이서 만난 바리스타가 된 기분이 드는건 단순한 감정이입보다 김탁환이라는 작가만이 보여줄수 있는 재미에 같이 동화되어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김탁환" 이라는 작가의 왕팬이 돼 버려 오히려 스스로가 기분이 더 좋다.  앞으로 그의 작품들을 정말 모두 찾아읽어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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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밍쯔 - 산양은 천당풀을 먹지 않는다
차오원쉬엔 지음, 김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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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원쉬엔" 이라는 작가를 만난건 몇년전 우연히 제목에 반해서 산 "까만기와"에서 였다.  첫번째 시리즈였던 "빨간기와"를 읽지 못하고 바로 "까만기와"를 읽게돼 무척 아쉬움이 컸었지만, 그때 느낀 감동은 꽤 오래 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도 웬지 중국작가 이름은 외우기 힘들다는 이름으로 작가이름은 기억을 제대로 못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번에 출간된 책을 발견하다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이름을 제대로 외우진 않았었지만 나름 기억에 남아있었던 듯 하다.  어째꺼나 "까만기와"에서의 그 감동을 다시 느낄 생각을 하니 책을 손에 잡기전부터 설레였던 기분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의 다른책들을 먼저 볼 생각을 했었어야했는데, 그 몇년전엔 좋은 작가를 만나도 전작을 생각도 못했었던터라 지금에서야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책을 기점으로 그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어째꺼나, 성장소설을 원체 좋아하는데다 성장소설의 대가인 그의 책을 펼치게 되노라니, 설레임이 두배였다.  밍쯔와 헤이관에게 목공일을 가르치는 싼스님과 함께 셋은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마을을 떠나 도시에서 돈을 벌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나 가난은 그들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현실은 고달프기만 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다른남자와 눈이 맞아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싼스님, 모든 가족의 생계가 자신에게 달린듯 미친듯이 돈을 원하는 헤이관, 가족들의 희망이요 미래였던 양 백마리의 죽음으로 모든것이 허망하게 날아가버린 밍쯔.  현실에서 그들은 돈이 없음으로 해서 당하는 고통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식당에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주문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나치는 사람들마져 그들을 거의 거지취급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겐 희망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고 쉽게 말할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든 돈이 필요했고, 돈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늘 손에 잡히는 것은 그날 그날 먹고 사는것에 급급할 뿐이었다.  그런상황에서 누군들 돈에 대한 유혹이 그들을 붙잡지 않을것인가?  밍쯔는 선급금으로 받은 천위안을 들고 도망을 갈까, 말까를 두고 고민한다.  하지만, 사람의 천성이란것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듯 독한마음이 강하지 않은 밍쯔는 결국 갈등으로 끝맺고 만다.  모든것이 가난했기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만이 가득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책을 읽다보면, 이제 조금 어려움에서 풀려났을거라고 생각하다보면 다시금 꼬이고 꼬이는 힘듦이 찾아오는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가난에 찌든 그들에게는 그것이 가벼운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더없이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다보면 안타깝다 못해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더이상 그들에게 이런 어려움이 없었으면 하고 바래보지만 현실의 생활은 그보다 더 녹록치 않음을 알기에 책속에 녹아들어 같이 더 아파하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정말 벼랑의 끝으로 무조건 밀기만 하는건 없듯이, 결국 밍쯔도 자신의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딛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밍쯔의 아픔이 고통스럽지만, 그렇기에 그의 미래가 더 밝고 힘차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디에선가 밍쯔가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밝음을 만들고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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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견딜 수 없어! - 아지즈 네신의 유쾌한 세상 비틀기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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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즈네신의 책을 두번째로 만났다.  그전엔 이름을 들어도 관심조차 없었던 작가를 연달아 두번 만나고보니, 아지즈네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조금은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물론, 그게 확실하다고 단언할순 없지만 말이다.

비틀어치기의 달인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그는 블랙코메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가인것만은 확실하다.  게다가 현실에서 소재를 찾으면서 그 소재를 그대로 드러내 놓기보다는 한단계 뒤집어 보여줌으로서 그만이 가진 냉소적 유머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앞에 읽었던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라는 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에세이의 진수였다면, 이책 "더이상 견딜수 없어"는 사회적 비판을 가미한 책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두권다 그만이 가진 웃음과 아픔이 콕콕 시리도록 전해져 온다.
여러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유독 기억에 와 닿았던것은 맨 첫번째 단편이었던거 같다.  발전하지 못하던 미지의 나라 국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즐거운 인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발전한 나라 사람들이 발을 들이고 기계조차 없으면서 무엇이 그렇게 즐겁고 재밌겠냐는 말에 자신들도 기계를 만들기로 한다.  발전된 나라에 가서 기계를 구경하고 자기나라로 돌아온 그들은 열심히 기계를 만들었지만, 늘 뭔가 하나씩 빠지는 기분이 들어 보충하고 보충하다보니, 어느새 기계는 나라를 덮을만큼 커 버렸고, 그 소음은 온 국민의 신경을 긁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사리 만든기계이건만 어디에고 무슨용도이건간에 쓸모가 없는 그저 기계로서 이름만 가진 껍데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계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자신들이 발전할거라고 생각한다.  그 기계가 없었을때 오히려 그들은 행복을 누리고 즐거움을 누렸었다.  필요도 없고, 쓸모도 없는 기계를 만들어 냄으로서 그들만의 터전을 위협받음과 동시에 자신들이 가진 평상시의 것에서보다 기계소음에서 만들어내는 스트레스가 높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발전할거라는 엉뚱한 생각만 한다.  이 얼마나 무지하며, 어리석은 생각인가!  기계가 마치 모든 자신들의 삶을 대변해 줄거라는 엉뚱한 생각.  
이책의 제목이기도 한 "더이상 견딜수 없어"라는 단편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엉뚱한 방향으로 문제해결을 하려는 학자들, 국민들의 불만섞인 목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지배자가 얽히면서 엉뚱한 결과를 낳고 마는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 어쩌면 이렇게 바보스러운가 싶어 웃기기도 하지만, 실지 따지고 들어가면 슬프기까지하다.  웃어야 하는데 웬지 안타까움이 들어 울고싶은 기분이라고 할까.  

전체적인 단편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아지즈네신만이 내 뿜을 수 있는 이야기꺼리들을 짚어가는 것이 무척 재밌으면서도 씁쓸함으로 다가온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들 또한 이 책속에 담긴 단편들 처럼 아직은 비틀고 생각해야할 현실이 많음이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두번째로 만나 더 반가웠던 아지즈네신.  그의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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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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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궁금증이 인다.  그래서, 자꾸만 "선덕여왕"이라는 이름이 보이는 책을 발견하면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두권의 소설을 읽었고, 역사가들이 펴낸 책을 두권, 텔레비젼 드라마도 열심히 시청하고 있지만 사료가 충분치 않음인지 늘 나를 부족하고 목마르게 하는것 같다.  비슷한 내용이 있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얘기들이 전개되기도 해, 역시 역사란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된다.  

선덕여왕을 다룬 소설책에선 주로 선덕여왕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자신과 언니의 남편이었던 용춘과의 얽히고 설킨 사랑이야기.  물론 선덕여왕도 사랑을 했을것이고, 그 시대 결혼관이 지금과는 무척이나 틀렸던 시대라 흥미진진하긴했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선덕여왕이 이루려했던 일들과 그 결과들에 대해서 더 알고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나의 그런 궁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 준듯하다.  게다가 새로운 시각에서 선덕여왕을 해석한 부분들이 많아서 또다른 눈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를 줬다.

불국토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선덕여왕.  그래서 엄청난 수의 사찰을 짓고, 황룡사 9층 목탑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업을 끝마쳤다.  다른 책들에서는 수많은 전쟁으로 지쳐만 가는 국민들의 마음을 다잡으려는 의도로만 해석했지만, 사찰이 들어섬으로서 그 주변의 상권들이 활성화 되어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점 등을 들어 마음을 하나로 묶는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사찰들이 산속 고즈넉한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 시대에는 시내 중심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찰이 들어섬과 동시에 활발한 경제활동들이 있었다고 하니, 이제껏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아낸 기쁨이 얼마나 큰지......
그외 선덕여왕이 국민들의 구휼사업에 힘썼으며, 전쟁이 없는 중에도 국민들의 민생을 돌봐왔다는 것은 전혀 뜻밖의 사실이었다.  웬지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로 여왕의 업적이나 사업같은 걸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하더니, 여왕이 펼친 뜻깊은 정치는 조용히 사라지고 없어져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재해석되어 텔레비젼이나 책으로 새로이 조명을 받는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가장중요한 것은 여왕의 죽음에 관한 의문점들이었다.  소설책에서는 병이 들어 자연사 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역사서에서는 비담의 난으로 인해 그들의 손에 사라져 갔다는 말도 있었는데, 이책에서 시도한 시각은 전혀 딴판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전혀 근거없는 내용이 아닌 저자가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추측한 내용임을 볼때 웬지 다른책들보다 더 신빙성이 더해지는 느낌이 든다.  자연사도 아니요, 난에 의한 처형도 아닌, 조용한 어느 사찰에 유폐되었을 가능성.  전혀 있을수 없는 일이 아닐뿐더러, 적당한 근거까지 제시되고 있으니 그쪽으로 마음이 더 쏠릴수 밖에......

점점 선덕여왕에 관한 책에 빠지다보니, 이번 책처럼 전혀 다른 시각과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됨이 무척이나 기쁘고, 새롭다.  비록 사료가 충분치 않아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려움이 많아 우리역시도 깊이 있는 역사적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조금조금씩 새로이 알아가는 것들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역사의 신비로움을 다시한번 느끼는 계기가 된 듯도 하다.  선덕여왕, 과연 그녀는 누구였을까?  읽을 수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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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열쇠고리 신나는 책읽기 19
오주영 지음, 서현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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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동심을 따라가다보면 내 마음마져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예전엔 동화라면 무조건 유치하다는 생각에 좀 멀리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동화가 결코 우스운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 부쩍 동화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용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이 유치하게 치부되어 질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철이 든 한참후에 알게됐다.  그래서, 요즘은 동화책을 만나는게 무척 들뜨고 설렌다.

"이상한 열쇠고리"는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글이다.  창비 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이라는 수상작이라 더 관심이 갔다.  어째꺼나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 함은 그 정도의 기본은 해준다는 기대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책을 금방 다 읽은 지금 그 기대치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았지만 말이다.

맨 처음 "단지와 보물"이라는 단편은 단지가 놀이터에서 보물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척이나 보물을 잘 찾는 단지는 어른들의 눈엔 그것이 한없이 허접한 것일지라도 단지눈에는 엄청난 보물이고 중요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외국의 동전을 주어 신기한 보물이라고 생각하고 곱게 간직하지만 은행에서 알아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용하는 우리나라 돈 100원마냥 흔하디 흔한 동전이라는 사실이 단지를 실망시킨다.  하지만, 그 동전을 돈의 의미가 아닌,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중요한 물건이라는 어떤 아줌마의 얘기를 듣고 동전을 돌려주며 역시 자신은 멋진보물을 잘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모든 보물이 꼭 돈으로 따져 엄청난 부를 의미하는것은 아니다.  비록 남들눈엔 별것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의미를 가지고 애정을 쏟는다면 그것은 어떤 돈보다도 많은 더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이상한 열쇠고리"는 박동구라는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지영이가 어느날 열쇠고리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열쇠고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자신의 소원을 얘기하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열쇠고리.  체육복 가지러 가기가 귀찮아 남의 체육복이 자신의 것이었으면, 받아쓰기 시험을 내일 다시 치렀으면, 자신을 괴롭히는 박동구가 줄넘기를 제일 못하고 뭔가에 겁을 먹고 엉엉 울게 됐으면 등등등 자신이 맘속으로 가진 것들을 이야기하자 열쇠고리는 신기하게도 지영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이루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영이에게는 너무 좋은 행운의 열쇠고리였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짐으로서 다른 친구들은 그 만큼의 불행을 감내해야했다.  오늘 받아쓰기 시험을 잘하면 부모에게 선물을 받기로 했던 친구는 그럴수 없게 되었고, 체육복이 없었던 나리는 친구에게 놀림감이 됐으며, 박동구 역시 벌에 쏘여 지영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좋은 일이 결코 남들 또한 좋은 방향이 아님을 안 지영은 다시 모든것을 되돌리길 원한다.  그리고,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을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알고 곧바로 집으로 체육복과 필통을 가지러 걸음을 재촉한다.  그외 다른 단편들 역시나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면서 자신이 욕심을 부리고 화를 낼수록 남들은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것이다.

사실 환타지적 소설을 보면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물건을 발견하고 소원이 이루어질때 그것이 결코 남에게 해코지가 되는 경우는 얘기가 되어지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와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그것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동화속에서는 그 소원으로 말미암아 남에게 끼치는 영향을 얘기함으로서 배려를 느끼게 해준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느낄수 있는 일들속에서 "배려"라는 단어를 쉽게 인식시키는 얘기들이 아닌가 싶다.  또한번 아이들의 이야기속에서 어른인 나 조차 깨달음을 얻는다고 할까.  이래서 동화책을 읽다보면 새로운 뭔가를 얻는 크나큰 발견이 있는거 같다.  역시 동화를 좋아할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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