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자소서 Before & After - 배상복 기자의 돌직구 첨삭 수업
배상복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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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중요하다. 그리고 어렵다.

특히 자기소개서는.

내 자신에 대해서 내가 제일 잘 알지만, 뽑히는 글을 쓴다는 건 언제나 어렵다.

요즘같은 채용비리 뉴스가 터져나올 때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대체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에 뭘 가르쳐야 뭘 배워야 하나.... 하는 자괴감.  

사실 뽑는 사람들이 자기소개서를 중요하게 보는지도 모르겠다. 주로 "학교"를 많이 보니까.

얼마전 한 은행 채용에서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in서울 대학의 학생들이 대거 탈락했고, 그 자리를 오히려 점수가 낮은 SKY가 합격했다는 뉴스를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선택한 건, 내가 저자의 이전 책을 많이 봤기 때문인데, 우리말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저자여서 였다. 그런데 사실은 실망이다. 물론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자소서를 쓰는 목적은?

p19 자소서의 목적은 자신이 그 회사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인사담당자를 설득해 취업의 1차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재상이란 게 저자의 생각은 아니겠지만, SUPER맨을 뽑겠다는 회사는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정작 뽑힌 그들이 전문성, 창의성, 도전정신, 도덕성, 주인정신이 있긴 한건지.

p48 각 회사의 인재상을 분석해 보면 대체적으로 전문성(Specialty), 창의성(Unconventionality), 도전정신(Pioneer), 도덕성(Ethicality), 주인정신(Responsibility)등이다. 이들의 머리글자를 따 기업은 슈퍼(SUPER)맨을 원한다고 하기도 한다.

사실 회사원들에게 도전정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개 있는 그대로, 관행을 따를 뿐이다. 가령, 지원서를 보면 딱 느껴진다. 예전에 쓰던 거 그대로 가져왔구나 하는. 사실, 지원서를 먼저 보고 자기소개서는 그 다음인데, 지원서에서 통과하는 것마저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래 지원서 3개는 2018년 1월에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것들이다.

출생지를 묻고 있다.  "본적"이 없어져도 여전히 출생지를 묻는다. 그리고 굳이  성별을 묻는 이유는 뭘까?  한자 이름은 왜 필요한 걸까?

여기는 성별 아래 괄호 안에 만 나이를 적어야 한다. 생년월일 옆에 두고 나이까지 기록하라니. 요즘 휴대폰 연락처 외에 독립한 젊은이라면 자택전화가 있나?

 이 지원서는 혼인여부까지 묻고 있다. 거기다 email이 필수정보라고 하는데, 지원결과는 전화로 알려주겠다고 공지한다. 그래놓고 이메일은 왜 물어보나?

한자 이름이나 이메일 물어보는 건 그렇다 치고,

출생지 따져, 성별 따져, 병역 따져, 나이 따져, 혼인 여부 따져 .... 그러니 자기소개서로 넘어가기조차 힘들다.

  

출생지, 성별, 나이 등등이 인사담당자 마음에 들어 자기소개서로 넘어간다 해도, 첫 번째 성장과정에서 딱 막힌다. 성장과정은 왜 필요한가?

p60 자소서의 첫째 질문 항목은 대부분 성장과정이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떠한 성장과정을 거쳤는지가 개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성장과정 묻는 건 "너거 아부지 뭐하시노" 이런 거 아닌가? 내가 삐딱한 건지 모르겠지만, 굳이 성장과정 항목을 두는 이유도 없다. 회사에 따라 자유양식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20대 신입생이라면 성장과정이 들어가는 것도 무난하나 경력자라면 성장과정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30대-40대의 경력자를 뽑겠다는 회사에서 성장과정을 적으라는 항목을 보고 실소한 적 있다.

 

저자는 대학에서 자기소개서 첨삭 및 지도를 많이 하신 분이다. 

뽑히는 글을 쓰게금 하는 분이니까. 그래서 대학생들은 아래와 같은 조언 하나하나가 너무도 중요할 것이다.

p109 성장과정, 지원동기, 학교생활이나 사회경험(직무 관련 경험), 장단점,  포부 등이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이다.

 

p124 MSG(군대, 재수, 학점)를 피하라.  ... 군대(military), 재수(study one more year), 학점(grade)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 MSG로 이름 붙여 학생들에게 기억하기 쉽게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는 그냥 진솔하게 내 얘기 쓰면 되는 거 아닌가? 학생들에게 무리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국 일주도전, 해외 배낭여행, 사막횡단 도전 등의 고생담 만들자고 무리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말과 글쓰기 전문가임을 알게 한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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