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 - 일본의 대표 지성 우치다 타츠루의 삶이 가벼워지는 일상인문 에세이
우치다 타츠루 지음, 전화윤 옮김 / 오아시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꼰대는 어떻게 탄생되는가라는 문구와 함께 이 책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보고 선택했다.

그래, 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꼰대 소리를 듣는 걸까? 궁금해서.

꼰대는 그 수많은 불쾌함을 견디는 자다.


p31 세상이 말하는 '중년의 꼰대'는 바로 '견디는' 자세가 극적으로 인격화된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회사에서 상사의 욕설을 견디고, 부하의 막말을 참고, 클라이언트의 안하무인을 참고, 만원 전철을 타야 하는 장거리 출퇴근을 참고, 무뚝뚝한 아내의 얼굴을 참고, 아이들의 침묵이 주는 경멸을 참고, 거액의 대출금을 참고, 닳아버린 양복 팔꿈치를 참고, 치질의 고통을 참고... 이렇게 온몸이 인내로 둘러싸인 이들이 '중년의 꼰대'라는 존재입니다.

이런 불쾌함을 견뎌내며 이것이 인간적 성숙의 증거라고 합리화해버린다. 나도 그랬다.불쾌한 인간관계를 견디고, 이런 내가 그릇이 크다고 착각했다. 사실은 이것이 나를 파괴하고 있었는데도.

p30 '불쾌한 인간관계를 견디는 것'은 인간이 받는 정신적 타격 가운데 가장 파괴적인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런 관계라면 반드시 가능한 한 빨리 도망쳐야 합니다.

 

불쾌한 관계를 견뎌내서 내가 얻는 건 없다!

그래도 이런 관계는 꼭 회사 내에서 벌어지게 마련이다. 가족 간일수도 있지만.

우치다 타츠루는 노동과 비즈니스는 다르다고 말한다.

 

p46 인간이 능력을 인정받고, 노력에 답이 오고, 재능이 높은 평가를 받는 장場은 비즈니스뿐입니다.

 

알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들이 능력을 인정받고, 노력에 답이 오고, 재능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나? 이건 좀 우리나라 현실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그리고 꼰대라는 단어와 함께 이 책에서 많이 공감했던 부분은 '경쟁'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좋은 것이었다.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경쟁은 우리를 무리하게 만든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하고, 편법을 쓰고, 꼼수를 부리게 까지 한다. 그래서 경쟁이라는 것이 결코 좋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p51 한편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나는 패자'라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이 사회에서 자신은 불필요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배출하는 상황은 사회 전체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p59 경쟁하는 사람은 자신의 옆만 봅니다. 위도 아래도 보지 않습니다.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이라든가 나이 어린 사람을 부러워하는 일도 없습니다. 나와 동년배의 사람이 내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 분합니다. 그렇지만 옆에 줄을 맞춰 서 있는 동년배 집단의 일원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경쟁은 그런 것입니다.

 

p66 그런 불법행위(2001년부터 니혼햄을 비롯한 몇몇 식육 도매업체가 수입 소고기를 일본산 소고기로 허위 신고해 정부로부터 광우병 대책 보조금을 지급 받은 사건)가 내부에서 일어나고 말았다는 것은 샐러리맨들이 이미 '옆만 보는 사람들' '평시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들'이 되어버렸다는 뜻입니다. 업계에서는 상식이다, 다들 하니까 괜찮을 것이다, 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회사의 바깥쪽' 먼 풍경이라고 해봐야 '동종업계 타사'가 최선인 것입니다. 그 뒤편에도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 옆만 보는 사람들, 그 업계만이 세상의 전부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더 커다란 네트워크' 안에 있다는 인식이 결여되고 맙니다.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쌀쌀맞은 프랑스인들에 상처받아 여행 후 심리 치료를 받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대체 그들은 왜 그리 쌀쌀맞을까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서비스는 노예가 주인에게 하는 것이라서? 사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서비스직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

p100 황당해서 "프랑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쌀쌀맞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프랑스인 친구가 "서비스라는 건 노예가 주인에게 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권력관계 속에서 내가 아랫사람이니까 윗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서비스라고 생각하 기 때문에 자신과 손님이 대등하거나 혹은 자신이 더 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님을 가능하면 쌀쌀맞게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입니다. 상대에게 쌀쌀맞게 굴면 굴수록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프랑스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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